3당3색 청년정치 미흡사

하나의 장벽이 여의도를 가로막고 있다. 나이라는 장벽이.

 

지난 5월 30일, 21대 국회는 국민의 염원을 품고 4년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회의 담장 너머로 온전히 전달되기 힘든 목소리들이 있다. 바로 2030 청년들의 목소리다. 21대 국회의원 중 2030세대는 총 13명이다. 역대 최다라지만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청년 공약과 후보자가 적었던 21대 총선 과정에서도 이미 예견돼 있었다. 『The Y』는 한국 정치에 청년이 부재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미래통합당(아래 통합당), 정의당,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의 청년 정치인과 당원을 만나봤다.

 

▶▶ 적은 2030세대 국회의원 수는, 청년 정치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다.

 

미래통합당: 청년 외면했다는 낙인,
총체적인 변화 필요해

 

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 이유로 ‘청년에 대한 외면’이 지적된다. 실제로 통합당은 지역구 후보로 2030 청년을 단 12명만 공천했고, 당선자도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 3명에 그쳤다. 선거 과정 중에 보인 행보나 메시지가 ‘보수노년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에 청년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려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지난 27일 비대위원 9명 중 80년대생 3명을 포함한 비대위를 출범했다.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정치인을 동등한 정치인이 아닌 ‘조연’으로 본다는 것이다. 통합당 신보라(38) 전 의원은 “청년은 늘 정치의 주인공이 아니라 ‘서브’로 여겨진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며 “예를 들어 대변인을 청년이 맡을 수도 있는데 우리 당은 ‘청년 부대변인’이란 직함을 따로 만든다”고 말했다. 
당내 청년 정치인 양성시스템에서도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통합당 이효원(33) 청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당에서 운영하는 ‘청년 정치캠퍼스 Q’와 ‘청년정치학교’ 모두 정치인 양성시스템이라기보다 일방향적인 당원 정치 교육, 시민 정치 교육에 가까웠다”며 “물론 이 역시 중요한 역할이지만 정당 내에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한 별도의 심화된 교육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제안, 논평 작성, 선거준비 등 현실정치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합당 김성용(35) 전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정당 내에서 청년 정치인이 길러지기 위해서는 정당이 적합한 교육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의원은 “청년 양성시스템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무엇인지, 보수가 무엇인지 학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당내 문화 문제다. 당내 분위기부터 청년 친화적이어야 청년 정치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곳에 10년째 있는데 통합당의 청년 문화 혹은 청년들을 바라보는 주요 당직자들, 주요 지도부들의 모든 문화가 경직돼 있다”며 “당 안에 만연한, 청년을 배제하고 무시하는 문화를 바꿔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직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유무를 떠나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현재 청년 당직자들은 위계적 조직 문화 속에서 기성세대에게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신 전 의원은 “병풍이 되기를 거부하는 용기 있는 청년이 많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에서도 청년 정치인을 신뢰해줘야 한다”며 당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의당: 제도 갖췄지만 성과 미흡,
기성세대 중심의 문화 혁신도 관건

 

정의당 또한 청년정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정의당은 청년 중심의 혁신위원회를 발족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위원의 40%가 만 35세 미만 청년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는 세대교체 및 새 지도부 선출 등 당 혁신을 위한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풀어야 하는 숙제 중 하나로 ‘미래 리더십 부재’가 꼽힌다. 지난 20년간 진보정당을 이끌어온 권영길‧노회찬‧심상정을 이을 차세대 정치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의 21대 국회의원 6인 중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정치인은 심상정 의원뿐이다. 비례대표로 등원한 의원들이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정의당은 대중적인 정치인을 기를 수 없었다. 
정의당에게 이 고민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의당은 새로운 정치인을 길러내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정의당은 타 정당에 비해 청년 정치인 육성 제도를 잘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헌‧당규상 청년 기준이 ‘만 35세 미만’으로 여타 정당에 비해 낮은 편이고, 부대표 1인을 청년에게 할당하는 청년 부대표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당대회, 전국위원회 등 당내 의결기구에서도 청년 할당 제도를 시행 중이다. 당 지도부, 최고 수준의 결정 과정에 청년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또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29인 중 5인을 청년에게 배분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정의당 문정은(35) 전 부대표는 “정의당은 젊은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문 전 부대표는 정의당의 첫 번째 청년 부대표를 역임했고,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21대 총선을 치르기도 했다. 정의당의 1세대 청년 정치인인 셈이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문 전 부대표는 “청년들이 정치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치 직업군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청년 활동가들이 본업을 수행하고 남는 시간에 명예직처럼 활동하는 게 아니라, 생계를 챙길 수 있는 직업으로서 정당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성과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문 전 부대표는 이러한 직업군의 예로 ‘지방의원 보좌관’을 들었다. 현재 시의원 등 지방의원들은 보좌관을 두고 있지 않은데, 지방의원 보좌관 제도를 도입해 청년들이 지방의회에서부터 정치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에서도 중년 남성 위주의 당내 문화는 극복 대상이다. 문 전 부대표는 “40~50대 남성이 당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문화적 기반이 청년들과 거리가 있다”며 “대등한 당원으로서의 존중감이나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존중 등 당내 문화 혁신에 대해 고민할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의당은 ‘서로 존중 5대 약속’ 등 당내 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이 약속은 ‘반말하지 않기’, ‘사생활과 정체성 존중하기’, ‘술 강요하지 않기’, ‘발언 독점하지 않기’, ‘나를 지적하는 의견 존중하기’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성공 사례 있지만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압승하며 177석의 ‘공룡 여당’이 됐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에 초점을 맞춰 총선 성적표를 분석해본다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하기는 힘들다. 21대 총선의 민주당 전체 지역구 후보 253명 중 2030세대는 단 7명에 지나지 않았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당선자 또한 6명에 그친다. 민주당의 청년 정치인 육성 의지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지점이다. 따라서 민주당 전용기(28) 의원의 당선은 특별하다. 전 의원은 4년여 동안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 등의 당직을 두루 거쳐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 전 의원을 두고 민주당 청년 정치인 양성의 성공 사례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전 의원은 민주당 내 청년 정치인 양성시스템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의 장에서 몸을 부딪치며 훈련받을 수 있는 ‘실무’ 위주의 교육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민주당의 양성 제도는 유명인 초청 강의 위주로 진행된다”며 “인재를 발굴하고 훈련할 수 있는 실습 위주의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 의원은 민주당은 청년들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꿈꾸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채로 “자신을 희생하며 정치에 집중하기는 힘든 일”이라며 “당선되기 전 낮에는 정당 활동을 하고 밤에는 경제활동으로 자영업을 했다”며 본인의 경험을 회상했다. 민주당 서난이(36) 전주시의원도 “지역구 선거비용으로 4천만 원 정도 들었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청년은 많지 않다”며 “청년 정치인의 부담을 덜어줄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이 성장하기 힘든 이유로 한국의 사회적 토대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권태진(21) 당원은 “우리 사회에 젊은 정치인을 수용하는 문화가 있느냐”며 “고학벌, 전문직 출신의 중년 후보를 우대하는 사회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당내에 청년조직이 있더라도 청년 정치인이 배출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핀란드와 같이 10대 때부터 정치 교육을 진행하며 정당 가입 등 참여가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 당원은 “한국처럼 정치를 멀리하는 풍토 속에서는 청년 정치인이 나오기 힘들고, 당 차원에서도 청년조직을 전문화할 동기를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앞서 말했듯 고학벌, 전문직 출신의 중년 후보를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당내 청년 조직이 존재하더라도 청년 정치인이 배출되기는 힘들다. 청년 정치인을 ‘서브’로 보는 것이 아닌 동등한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일회적 강의 위주가 아닌 실질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청년들 자신도 위축이 돼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청년 정치인들이 소수로 여겨져 ‘배려받는’ 계층이 아닌 기성세대 정치인과 동등한 정치인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여의도의 나이 장벽을 깨기 위한 청년들의 말‧말‧말> 
 


신보라: 청년 정치인이 있으므로 가능했던 입법들이 있다. 내가 청년 기본법을 발의했지만, 처음에는 다들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그 정책만은 꼭 통과시키고 싶단 마음 하나로 일 년 가까이 설득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서 통과를 이뤄냈다. 중장년 정치인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당사자인 청년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김성용: 2030세대 인구가 1천500만명 정도 된다. 이들의 고민과 애환을 대변해줄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 국회는 사회의 다양한 집단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만 중요한 게 아니라, 청년들을 대표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효원: 시대의 패러다임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포노 사피엔스* 등으로 불리는 청년세대의 사고 체계와 의사결정 방식은 산업화, 민주화 세대와 다르다. 기성세대가 이를 이해하고 청년을 위한 미래 설계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또 청년들의 시각에서 기성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정은: 청년 정치인의 비율은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미래세대의 선택은 기성세대의 결정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이슈를 예로 들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 기후위기 이슈는 시급한 의제가 아닐 수 있지만, 청소년과 청년에게는 앞으로 계속 살아갈 사회와 직결된 의제다.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상상은 청년 정치인에게서 나온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나가야 한다. 

서난이: 세대감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25 세대, IMF 세대, 세월호 세대 등 세대마다 경험한 시간과 환경에 따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은 기성세대가 겪지 않은 문제다. 청년 당사자들이 진출해야 청년세대의 감수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권태진: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도 직업, 지역 등 사회적 요소에 따라 복잡해지고 있다. 정치가 이를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청년 정치인이 많이 탄생하면 좋겠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의 수가 많아지는 게 다는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정치가 우리의 삶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정치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

 

*포노 사피엔스: 휴대폰을 뜻하는 ‘Phono’와 ‘생각’, ‘지성’을 뜻하는 ‘Sapiens’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세대를 뜻한다.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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