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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가장자리에서 사회를 바라보다‘대한민국 1호 공익변호사’ 염형국 변호사를 만나다
  • 민소정 기자
  • 승인 2020.05.24 19:35
  • 호수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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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강자의 편’이라는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법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지식과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식도, 자본도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아래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지난 2003년부터 17년째 무료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오고 있다. 염 변호사에게 공익소송에 대해 물었다.

▶▶염형국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17년째 공익소송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A. ‘공감’에서 일하는 염형국 변호사다. 주로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한다. 지난 2004년 4명의 동료와 함께 ‘아름다운 재단’ 산하 ‘공감’을 설립했고 2012년 별도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Q. ‘공익변호사’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안다. 공익변호사의 역할과 사회적 책무는 무엇인가.

A. 공익변호사는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소송, 자문, 법률 개선 등을 지원한다. 법정에서 누군가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뿐이다. 특권을 부여받은 만큼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Q. 20년 가까이 공익변호를 했는데, 기억에 남는 소송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지난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제정 이후 차별시정소송을 많이 맡았다. 장차법 덕분에 법원이 차별에 대한 금전 배상 명령뿐 아니라 차별 자체를 시정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모 대학 학생지원처장 승진 관련 소송에서 처음으로 차별 시정 판결을 받았다. 승진 1순위 내정자가 지체장애를 이유로 탈락한 사건이었다. 해당 대학 법인을 상대로 차별시정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덕분에 원래 내정자였던 지체장애인이 학생지원처장이 됐다.

현재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지하철과 역사 간 간격이 넓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발이 빠져 다칠 수 있다. 모두가 대중교통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려 소송을 제기했다.

Q.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소수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말인 것 같다.

A. ‘공감’에서는 여러 소수자 인권침해에 대응한다. 정신질환자, 이주민, 노숙인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차별당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잠재돼있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누구나,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차별은 우리 사회 전체의 포용, 협력, 연대를 위해 시정돼야 한다.

Q. 공익소송이 우리 사회에서 지니는 의의가 무엇인가.

A. 법은 ‘보편적’인 시각에서 제정되는데, ‘보편’이 기득권 위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소수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법의 틀에서 배제된다. 누군가를 체포하려면 영장이 있어야 하는데, 정신질환이 있으면 이런 절차 없이 바로 구속할 수 있다. 출입국 또한 마찬가지다.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집에 들이닥쳐 잡아간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이처럼 많은 소수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임에도 법의 원칙을 적용받지 못한다. 헌법에 근거해 이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 포용하는 것이 공익소송이다. 기존 법의 해석을 넓혀 많은 사람에게 적법절차를 적용하도록,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Q.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설립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고, 지난 2016년부터는 프로보노지원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공익소송 전반을 활성화하기 위해 힘써왔다. 활동을 시작할 때 어떤 목표가 있었는지,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나.

A. ‘공감’ 설립은 법률 지원이 필요한 시민사회활동가와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협회(아래 서울변회)에 프로보노지원센터를 설립할 때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전체 변호사 2만여 명 중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이 약 1만 7천 명에 달한다. 이중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자 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지원하려 프로보노를 시작했다. 노숙인, 장애인·아동 학대, 직장 갑질 등의 분야마다 법률지원매뉴얼을 마련했고, 현재는 10권이 만들어졌다. 공익단체와 변호사가 만나는 자리도 만든다.

Q. 수년 동안 공익소송을 맡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A. 가장 큰 장벽은 사회적 인식이다. 장애인 학대 사건 피해자를 많이 지원해왔는데, 매번 ‘장애인은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에 부딪힌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 채 노예처럼 일하는 장애인이 많다. 가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승소하면 합당한 처벌과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검사나 법관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장애인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어 쉽지 않다.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도 그렇다.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모은 돈을 형이 수년 동안 가로챘다. 피해자는 쓰레기장에서 살며 음식물쓰레기로 연명했다. 이 사례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왔다.

Q. 공익소송이 과거보다 활성화됐지만, 여전히 패소자부담주의 원칙을 비롯해 공익소송을 위축시키는 어려움이 있다. 공익소송이 약자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사회·제도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공익소송의 어려움은 소송을 제기할 때와 패소로 확정됐을 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할 때 변호사 비용 외에 인지대를 내야 하는데 그 금액이 2020년 이후로 높아졌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인지대만 100만 원이 넘고 2심은 1.5배, 3심은 2배 높아진다. 사회적 약자들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비용을 대기 쉽지 않다.

패소 확정 후 패소자부담주의도 문제다. 공익소송은 인식의 문제나 법 해석의 어려움 때문에 승소가 쉽지 않다. 난민 소송은 승소율이 2~3%다. 나머지 97%는 패소자부담주의 때문에 패소자가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감당하는데, 3심까지 가면 이 비용이 1천만 원이 넘는다. 늘 패소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크다.

이에 시민·공익 단체에서, 공익소송에 한해 패소자 부담을 감면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인다. 공익소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Q. 개별 사건에 대한 소송 지원뿐 아니라, 헌법소원과 법 개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법과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지 듣고 싶다.

A. 민주주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것이 자유·평등·연대라 하면, 우리의 요구는 넓어진 자유의 영역만큼 사회적 약자도 이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누구나 인간답게 대우받는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 평등과 연대의 가치가 자유만큼 존중받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법을 바꾸려는 목적이다.

Q. 공감에는 청년 변호사가 여럿 활동 중이다. 청년 변호사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회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들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나가고자 하는가.

A. 최근 ‘공감’ 소속 청년 변호사들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문제가 처음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서야 디지털 성착취나 성폭력이 공론화됐다. 더이상 개인의 성이 경제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다. 사회가 성장할수록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청년들이 연대해 함께 대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염 변호사는 ‘법의 보호’라는 영역 밖 변두리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향해 손 내민다. 법의 영역을 넓히려는 염 변호사의 눈에 비치는 한국 사회는 더 밝아질 수 있는 곳이다.

*프로보노: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개인 또는 단체에 공익적인 목적으로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인지대: 소장 접수 시 법원에 납부하는 소가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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