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디에 있는가

김은결 (행정/심리·18)


어느덧 20학년도 1학기가 끝나간다. 그동안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연세교육권네트워크’에서 진행한 등록금 반환 설문조사에 학부생 약 3천500명이 응답했고, 등록금 반환에 약 93%의 학생들이 찬성했다. 연세대 뿐만 아니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아래 전대넷)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에 대한 주요 이유로 온라인 강의 질 문제, 실습 수업 진행 문제, 기숙사 문제 등을 꼽았다. 특히 온라인 강의 수업 방식에서는 과도한 수업 대체 과제, 온라인 시스템 불안정, 음질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학생들은 문제 해결을 학교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학교에서는 그저 교수님들의 재량에 달려 있다며 학습권의 보장을 회피할 뿐이었다. 학생들은 배우기 위해 금액을 지불했지만, 배우지 못하고 있다. 확실치 않은 학사일정 및 강의계획으로 인해 학생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에 살지 않는 학생들은 거주문제까지 불투명하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 학생들은, 현재 재난상황이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불안과 위협을 본교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다. 10년 넘게 학부 등록금을 동결해왔으며,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대학 재정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학생 등심위원으로서 살펴봤던 우리대학교의 금전적 상태는 학교가 말하는 것처럼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등록금이 동결된 시점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적립금은 이미 대한민국 사립대학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쌓여 있었다. 반면 연구, 학생경비에 소요되는 예산은 예년과 동일하거나 종종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학생 등심위원들이 적립금 현황을 지적하며 이를 등록금 인하 요인으로 언급했지만, 학교는 그럴 때마다 ‘앞으로 있을 어떤 불확실한 일에 대비해야 하는 예비자금이니 축소하기 어렵다’라는 변명을 계속했다. 지금이 그 금액을 사용해야 할 때가 아닐까. 위기상황에 노출된 학생들을 위해 이 적립금으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닐까. 등록금 환불이란 단순히 학교에서 돈을 어떻게든 마련해 학생들에게 토해내라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쌓아두었던 학생들의 등록금을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달라는 뜻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은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교육부에서는 각 대학 총장의 결정사안이라며 책임을 학교에 돌리고 있다. 대학과 교육부가 서로를 겨냥하는 동안 위험에 처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다. 현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전대넷에서 끊임없이 요구했던 교육부-학교-학생 3자 협의회에 하루 빨리 응답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학교와 교육부는 학생들의 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책임전가를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기관이 학생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꼴이다.

“전 세계가 힘든데 왜 학생들의 이익만 생각하는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니 오히려 학교를 위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수님들도 힘든데 그냥 얌전히 수업 들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학교가 어떻게 학생들을 다 신경쓰겠는가”. 이번 학기 내내 들어온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것은 학생들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다.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기회도 갖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성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하루하루가 급한 대학생들에게는 위의 말들이 배부른 소리이자 여유로운 자들의 언어이다. 기다리라 해서 기다렸고, 이제 한 학기의 종지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아직도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으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학교와 정부가 나서 학생들을 보호할 때이다. 그것이 바로 교육기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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