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분리수거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태워?한계에 직면한 민간 재활용, 대책 필요해
  • 민소정 조현석 기자
  • 승인 2020.03.15 23:11
  • 호수 1845
  • 댓글 0

분리수거를 해도 재활용되는 쓰레기가 일부에 불과하다면 믿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재활용은 하나의 ‘사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는 쓰레기’는 그냥 버려진다.

재활용 잘하는 나라?
분리배출 잘하는 나라!

통계상 우리나라 재활용률은 높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재활용된 쓰레기는 전체 쓰레기의 87%를 웃돈다. 그러나 해당 수치는 실상과 거리가 멀다.


재활용 쓰레기는 수거-선별-처리 3단계를 거친다. 쓰레기 처리 과정은 대부분 민간위탁업체가 담당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체 폐기물의 81.7%를 민간위탁업체에서 처리했다. 쓰레기 처리를 민간에 맡기는 이유는 지자체 처리 시설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민간수거업체는 아파트, 사업장 등과 계약을 맺고 쓰레기를 수거한다. 선별업체는 수거업체로부터 쓰레기를 넘겨받아 재활용 가능 여부에 따라 선별작업을 진행한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는 재활용품 생산 업체에 판매한다. 재활용이 불가한 쓰레기는 민간처리업체에 비용을 지불해 소각‧매립한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공식 재활용률은 전체 폐기물 중 선별업체가 넘겨받는 양을 의미한다. 즉, 전체 쓰레기에서 일회용품처럼 재활용이 불가한 일반 쓰레기를 제외한 나머지 쓰레기가 재활용률 산정의 대상이 된다. 선별업체가 넘겨받은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했을 때 비로소 87%의 재활용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별업체에 전달되는 모든 쓰레기가 재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종합선별장에 반입되는 쓰레기 중 재활용이 가능한 양은 70% 수준이다. 탈락한 30%의 폐기물은 소각‧매립된다. 상당수가 일반 쓰레기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다.


재활용 쓰레기 탈락의 이유는 경제성이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얻는 이익보다 재활용 과정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폐비닐, 폐지, 폐플라스틱 등은 재활용을 위해 별도로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동 선별 설비가 없는 일부 민간선별업체는 폐기물 선별을 위해 별도로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 선별 과정에 인건비가 추가되면 재활용 쓰레기의 경제성은 낮아진다. 이는 민간위탁업체가 재활용을 포기하고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하게 만든다.

위기의 재활용 산업,
끊이지 않는 쓰레기 대란

최근 재활용 쓰레기 민간위탁업체는 위기에 봉착했다. 쓰레기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며 적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민간위탁업체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선별 후 압축해 재활용품 생산 업체에 판매한다. 수거‧선별 과정에 드는 비용보다 비싼 가격에 쓰레기를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품질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쓰레기는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국내 재활용 쓰레기가 가장 많이 수출되는 곳이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8월 폐플라스틱의 대중국 수출액은 2천519만 2천 달러로 전체 폐플라스틱 수출액의 약 56%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제한하면서 재활용 쓰레기 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전기전자제품 재활용 업체 ㈜늘푸른자원 김진수 대표는 “현재 고철, 폐플라스틱의 단가는 2017년 이전과 비교해 약 60% 수준”이라며 “업계에서는 중국의 쓰레기 수입 제한 조치를 가격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욱이 재활용 쓰레기 수거‧선별 과정에 필요한 인건비와 잔재 폐기물 처리 비용이 상승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늘어나면서 민간수거‧선별 업체의 경영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 해외 재활용 쓰레기 수입량이 늘며 민간위탁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해졌다. 플라스틱 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쓰레기를 수입하던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제한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8월 전체 폐플라스틱 수출액은 57% 줄어든 반면 수입액은 211.1% 증가했다. 현행법상 압축된 재활용 쓰레기는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다. 생활폐기물 수거‧선별 업체 ㈜미래이엔티 정남규 대표는 “재활용품 생산 업체에서 수입 재활용 쓰레기가 더 싸고 품질이 좋다며 국내 재활용 쓰레기를 매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민간위탁업체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사업을 포기한다. 김 대표는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재활용 폐기물 처리 또한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다”며 “이미 적자 때문에 사업을 포기한 업체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일부 민간수거‧선별업체가 ‘돈이 되지 않는 쓰레기’를 수거할 수 없다고 선언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간업체가 수거를 거부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은 공동주택에 방치됐다. 이에 환경부는 각 업체에 일시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거를 재개했다. 2월에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과 경기도 공동주택 65곳의 폐지 수거를 담당하던 ‘공동주택재활용가능자원수집협회’에서 폐지를 수거하지 않겠다 예고했다. 환경부가 지급하는 일시적 지원금이 근본적인 적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높아지는 ‘쓰레기산’
속수무책?

경제성과 품질 등을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한 잔재 폐기물은 처리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 대학교 박진원 교수(공과대‧에너지환경공학)는 “주민 반대로 폐기물처리시설의 추가 설립이 지체돼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이에 따라 영세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민간위탁업체가 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불법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다.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이 대표적이다. 의성 쓰레기 산에는 약 17만 3천 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쌓여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국 불법 폐기물은 120만 톤을 넘어서는 규모다.


환경부는 민간업체에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충분치 않다. 김 대표는 “재활용 쓰레기 판매 외에 정부 지원금이 있지만 부족하다”며 “프린터기와 같이 수익성이 낮은 전자기기는 지원금으로 처리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원금 외에 근본적인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뒤따른다. 환경부는 생산자책임 재활용제(아래 EPR)를 운용한다. 지난 2003년 도입된 EPR은 제품 생산 기업이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이 재활용 비용까지 감당하면서 재활용이 용이한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게 하려는 의도다. 기업은 재활용 과정에 드는 비용을 EPR 분담금 형태로 제품 가격에 포함한다. 그러나 EPR 분담금이 의도와 다르게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PR 분담금을 기업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EPR 분담금은 기업에서 생산한 모든 제품을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제품을 100% 재활용하지 않아 남은 돈은 기업의 차지다. 경기대 이승희 교수는 “EPR 분담금은 소비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기업은 추가로 돈을 버는 것”이라며 “남은 분담금을 기업에서 차지하지 못하도록 환경 분야 사용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생산 업체를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신승철 주무관은 “환경부에서 재활용 제품 품질향상을 위해 연간 약 11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세 민간위탁업체를 위한 지원은 부족하다. 김 대표는 “재활용 선별 과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절실하다”며 “정부에서 민간위탁업체를 위한 기술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활용품 생산 외에 수거‧선별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위탁업체 관계자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폐기물 재활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이미 민간위탁업체들은 한계”라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 역시 “재활용 쓰레기 수거‧선별을 민간에 위탁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성을 이유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버려지는 쓰레기가 늘어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당장 재활용 수거‧선별을 공공체제로 전환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공공체제 전환을 위해서 민간업체와 협의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며 “당분간은 전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활용되지 못한 쓰레기는 불태워지거나 땅 위에 쌓인다. 이는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 더 많은 쓰레기를 재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재활용 민간위탁으로 인해 재활용 쓰레기 상당수가 재활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이유로 처분되고 있다. 재활용 과정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조현석 기자

justice_socio@yonsei.ac.kr

민소정 조현석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