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OT 취소부터 온라인 강의 대체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개강을 앞둔 대학 사회도 위기에 봉착했다. 각계에서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대학교도 혼란스러운 변화를 거치는 중이다.

 

▶▶백양로에 설치된 코로나19 예방 안내 현수막

 

코로나19 사태가 뒤바꾼
연세의 새 학기 풍경

 

코로나19 확산세로 학내에서는 연일 긴장감이 고조됐다. 우리대학교는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 작업 및 선별 검사 ▲각종 행사 및 학사 일정 변경 ▲생활관 입사 연기 등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 2월 20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신촌캠 의과대 학생이 실습 중 의심 환자로 분류된 이후 교내에서 의심 환자가 속출했다. 이에 신촌캠은 의심 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제1·4공학관을 비롯해 건물 전체 방역을 실시했다. 2월 14일, 미래캠 역시 학내 방역을 진행했으며, 캠퍼스 내 이동 선별 진료소가 설치되기도 했다. 미래캠 기획처 관계자 A씨는“기존에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 52명과 일본·베트남 유학생 14명이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며 “입국 예정인 유학생을 대상으로도 추가 검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행사 진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월,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각종 대학 행사를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각 캠퍼스 학내 단체들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아래 신입생 OT) 및 새내기 배움터 ▲동아리 박람회(동박) ▲아카라카 ▲대동제를 전면 취소 또는 잠정 연기했다. 2020학년도 신입생 김형진(문정·20)씨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신입생 OT와 새내기 배움터가 취소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학위수여식 ▲개강 ▲수강 신청 등이 연기되면서 학사 일정도 변동됐다. 신촌·미래캠 교무처는 우리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동계 학위수여식을 오는 하계 학위수여식과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 7일 기획처는 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을 1주, 개강일을 2주 미룬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세를 타자, 우리대학교는 개강일로부터 2주간 비대면·온라인 강의를 시행할 것을 발표했다.

신촌·국제·미래캠 생활관은 학사일정이 미뤄지자 입사 일정을 연기했다. 신촌캠 생활관은 입사 기간을 지난 14~15일과 오는 28~29일로, 각각 1‧2차로 구분했으며, 학생들에게 가능한 2차 기간에 입사할 것을 요청했다. 국제·미래캠 생활관 또한 입사일을 오는 27일로 변경했다.

 

기숙사 격리‧방역에 학생들 ‘우왕좌왕’

 

▲신촌캠 잔류 학생 퇴사 ▲신촌‧국제캠 기숙사 방 배정 ▲기숙사비 환불 방식 등 기숙사 행정 처리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우선, 신촌캠 생활관이 위험 지역 방문 학생 격리 및 기숙사 방역 작업을 위해 잔류 학생들을 퇴사시키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방학 동안 생활관 잔류를 신청한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생활관 퇴사 안내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학생들의 반발로 별도의 잔류청원서를 제출하면 잔류가 허용되며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학생들은 생활관의 구체적이지 못한 공지로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관련기사 0호, ‘신종코로나 사태에 기숙사 행정 ‘비상’’>

신촌‧국제캠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숙사 방을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신촌캠의 경우 추가 입사자 발표일이 정확한 공지 없이 연기돼 많은 학생들이 방을 배정받지 못했다. 신촌캠 생활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추가 입사자를 비정기적으로 선발한 후 당사자에게 결과를 개별 통지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입사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고 학생들은 거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추가 입사자 발표만을 기다려야 했다. 이주원(영문‧18)씨는 “정확한 발표일을 묻고자 생활관에 여러 번 연락했지만, 매번 답변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지원(IS‧17)씨는 “추가 입사자 발표가 연기돼 자취방을 알아보기도 애매하다”며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취방을 구하는 데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제캠에서도 일시적으로 학생들이 기숙사 방 배정을 받지 못해 혼란이 일었다. 송도1학사 C동이 격리동으로 사용되면서 방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Non-RC 입사 신청자 580여 명 중 160여 명이 방 배정을 받지 못했다. 기숙사 수용률이 거의 100%에 달했던 국제캠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논란이 일자, 송도학사 행정실은 입사 대기자들에게 코로나19 격리동인 C동으로의 배정 의사를 물었다. 입사 의사를 밝힌 100여 명은 C동에 추가 배정됐다.

기숙사비 환불에 관한 논란도 있었다. 일부 사생들은 기숙사 입사 일정이 미뤄지며 기숙사 거주일이 대폭 줄어든 것을 이유로 기숙사비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10일, 신촌캠 생활관은 1차 입사자는 1주 치, 2차 입사자는 3주 치 기숙사비를 환급하겠다고 공지했다. 미래캠의 경우 아직 기숙사비 환급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 원주생활관 관계자 B씨는 “아직 환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4월 중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전면 온라인 강의,
학생도 교원도 혼란 잇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자 학교는 16일(월)부터 2주간 모든 강의를 비대면·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초유의 전면 온라인 강의에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의 효율적인 진행 여부 ▲장애 학생 학습권 침해 가능성 ▲온라인 강의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험·실습 강의가 필수적인 이공계열학과 학생들은 특히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험과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의 경우 사실상 온라인으로는 수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촌캠 교무처장 이종수 교수(사과대·지방정부/인사행정)는 “실험·실습 강의는 각 단과대 학장 책임 아래 오프라인 진행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강의가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애인권위원회 비상대책위원장 고현창(정외·14)씨는 “사전에 자막이 준비돼있지 않으면 청각장애 학생이 강의를 들을 수 없다”며 “모든 수업의 교수님이 자막을 준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학생지원센터와 각 교내 부처가 협력해 ▲청각장애 학생이 수강하는 온라인 강의 자막 제공 ▲지체장애 학생·강의 도우미 원격 연결 ▲전문 속기사 섭외 ▲시각장애 학생·강의 도우미 음성 채팅방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해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신촌·국제캠에서 진행되는 약 9과목에 대한 장애학생 도우미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모집이 완료될 때까지 무기한으로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국제캠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진을 대상으로 총 4주간의 강의를 준비해달라는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가 장기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 교수는 “국제캠은 전원 기숙사 생활이 원칙이라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2주간의 추가 강의 준비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공식적으로 추가 온라인 강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 연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추이에 전적으로 달려있어 강의를 일주일간 진행해본 후에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강의가 장기화될 경우 등록금 일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온라인 강의는 교내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수업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인해 교무처에서만 수억대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며 “드러나지 않는 비용이 많아 학생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본부 역시 온라인 강의로 골치를 앓고 있다. 온라인 강의 시행에 따라 ▲저작권 ▲온라인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대학교 강의실에서 맥그로힐(McGrawhill), 피어슨(Pearson) 등 세계적인 출판사의 교재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해당 출판사들이 제작한 학습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공했을 때, 저작권 소송 발생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송에 걸릴 가능성이 3%고, 과거 판례에 의하면 배상금이 100억대로 예측된다”며 “문제를 방지하고자 수십 개의 출판사와 직접 접촉해 사용권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교수진에게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범위의 인용은 삼가 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내 일정 전면 취소…
한 학기 통째로 무너지나

 

코로나19로 인해 학내 행사가 전면 취소되며 ▲RC프로그램‧기숙사 행사 ▲새내기 맞이 행사 ▲동아리 운영 및 홍보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앞선 새 학기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며 발생한 문제에 더해 앞으로 남은 학기를 이어가는 데에도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학사와 원주생활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 예정이었던 각종 행사를 연기·취소할 계획을 밝혔다. 원주생활관은 교육부 공문을 받은 후 학기 초에 예정됐던 입사 예배와 화재대피훈련을 취소하기도 했다. 국제·미래캠 RC 프로그램 진행에도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활동 및 모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RC 프로그램의 특성상 학기가 온라인으로 운영될 경우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캠 RC 교육원은 하우스 오티를 취소하는 등 RC 프로그램의 형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래캠 학부교육원은 개강 후 대관이 가능해질 때 다시 RC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각종 새내기 맞이 활동이 취소됨에 따라 ▲위약금 발생 ▲행사 진행 인력 부족 문제도 새롭게 떠올랐다. 원주의과대 학생회장 오창훈(원주의학·17)씨는 “새내기 배움터가 취소되면서 계약금의 25%에 달하는 위약금을 숙소에 물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당 위약금은 고스란히 각 학생회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오는 2021학년도 각종 새내기 맞이 행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학번 신입생들이 새내기배움터 및 OT 경험이 없어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래캠 과기대 학생회장 김경훈(컴공·15)씨는 “20학번 신입생들이 OT 경험이 없어 행사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인수인계를 통해 진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리 홍보 행사가 취소되면서 여러 동아리들이 신입회원 모집을 넘어 동아리 운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신촌캠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지난 2월 24일 총동연 페이스북을 통해 동박이 코로나 사태로 취소됨에 따라, 대안으로 온라인 동박를 진행할 것을 공지했다. 신촌캠 동박 기획단장 양혜민(불문·18)씨는 “온라인 동박은 성공적이었지만 부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지원율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래캠 역시 동박 공연이 취소되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미래캠 중앙밴드동아리 ‘들빛’ 회장 박승원(방사선·19)씨는 “동박 공연이 취소돼 동아리를 홍보할 핵심 수단이 사라졌다”며 “신입생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연이 취소돼 여러모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많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중이다. 학내 구성원 모두 잇따른 변동에 적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학내 구성원 모두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권은주 기자
silverzoo@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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