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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방구석 1열에서 떠나는 낯선 도시로의 여행여행의 단편을 맛보게 해 줄 책과 영화들
  • 민수빈 기자
  • 승인 2019.12.02 00:19
  • 호수 54
  • 댓글 0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눈앞의 현실 때문에 단념하곤 하는 이들이여, 주목하라.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여행을 떠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좋은 꿈 꾸라는 거냐고? 아니다. 여기 방구석에서 읽고 보는 것만으로 여행하는 듯한 생동감과 즐거움,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들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을 선사할 책과 영화들을 준비했다. 모든 걸 버리고 떠날 수 없는 우리에게 소중한 여행 티켓이 될 추천작들을 만나보자.

1. 영화 『비포 선라이즈』: 여행이 가지는 우연의 절묘함과 빈의 아름다움

『비포 선라이즈』는 기차 안, 두 주인공의 첫 만남으로 시작된다. 여행 속에서만 가능한 타인과 우연한 조우와 사랑은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이기에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것 아닐까.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남자는 목적지에 다다랐음에도 여자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시 기차에 오른다.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행의 묘미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여행의 가치를 풍부히 드러내는 서사도 훌륭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멋진 빈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낸 영상에 있다. 천천히 걸으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들과 빈 곳곳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도시의 장관을 즐기는 데는 어쩌면 마음이 잘 통하는 말동무 하나면 충분하지 않겠냔 생각도 들게 한다.

여행과 사랑, 만남이란 과연 우리의 생에 어떤 의미인지, 그동안 우리는 사랑과 새로운 순간 앞에서 얼마나 많이 망설이고 포기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고요히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생각에 빠지고 싶은 날, 『비포 선라이즈』 속 기차 칸에 올라타 보자. 기억에 남는 훌륭한 여행이 될 것이다.

2. 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 자유로운 도전 뒤로 펼쳐지는 정열의 스페인

‘당신의 열정에 작은 용기가 되기를’. 저자 손미나 씨가 개정판 서문에 붙인 제목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나운서였던 손씨의 하루는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너무나 바쁜 일상은 그가 스스로 지쳤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문득 “떠나고 싶어”란 말을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현실과 운명의 부름 사이에서 그는 운명을 택했고, 곧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스페인으로 향했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그가 삶의 2막을 시작한 스페인에서의 모든 순간이 담긴 기록이다. 꽃무늬 스포츠카를 타고 해변으로 혼자 떠난 여행, 카탈루냐 광장 한가운데서 펼쳐진 사물놀이를 보며 느낀 전율, 스페인에서 사귄 여러 국적의 친구들과 하얀 요트에 올라타 지중해를 누빈 휴가 등은 활자 이상의 생동감과 다채로움으로 다가온다.

사실 손씨처럼 과감히 현실을 등지고 여행을 결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도전과 새로움을 향한 열정이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 시릴 정도의 원색이 가득한 스페인에서의 삶. 그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으로 일상에 새로운 활력과 열정, 행복을 불어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 한구석에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란 조그마한 용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3.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모든 시작에 ‘늦은 시작’은 없음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것이다’란 자조 섞인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곤 하는 시대다. 하지만 이 영화 속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시작과 결심에 ‘늦은’이란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년의 여행은 자녀의 힘을 빌린 ‘효도 관광’ 뿐이란 고정관념도 이들 앞에선 무너진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아픔, 개성을 가진 영국 노인들은 인도의 한 호텔에서 서로를 만난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어울리던 이들은 곧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직면하는 진정한 ‘여행’을 시작하며 남다른 사랑과 추억을 쌓게 된다. 낯선 세계가 주는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이들을 젊었던 옛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 것이 아닐까. 독특한 주제와 더불어 그 배경이 되는 인도 곳곳의 다채로운 풍경들도 볼거리다.

“아무것도 감내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중략) 그러니 변화에 기뻐해야 한다. 누구의 말처럼 ‘결국 다 괜찮을 테니까’.” 영화 중 내레이션의 일부다. 그 어느 이야기와 삶에도 ‘늦음’이란 없음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는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새로운 용기와 다짐이 필요한 이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오는 두 시간이 될 것이다.

글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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