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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 위험과 불편도 덤?여행사 간 하청 구조와 문제점을 짚어보다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9.11.24 20:04
  • 호수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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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은 ‘올인원’ 상품이다. 숙식과 관광을 저렴한 가격으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자가 패키지여행으로 동남아시아, 유럽, 미국 등 세계 각지로 떠난다. 그러나 들뜬 마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마주하기도 한다. 지난 5월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했다. 이를 두고 우연한 안전사고가 아닌 패키지여행 상품에 내재한, 발생할 수밖에 없던 사고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 여행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패키지여행 상품이 뜬다. 자유여행으로는 갈 수 없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패키지여행은 큰 인기를 끈다. 그러나 원가 수준의 가격은 안전과 편안함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지나친 옵션 강요와 잇따른 안전사고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은 갈수록 느는 추세다. 지난 201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해외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객 65.3%가 여행사 상품을 구매했다. 절반이 넘는 여행객이 패키지여행을 이용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과 짜인 일정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편리함 때문에 패키지여행을 선택한다. 통역해주는 가이드가 있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그러나 상당수가 패키지여행 이후 불만을 호소한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외여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천651건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지 가이드의 ▲안내 오류 ▲일정 강행 ▲쇼핑 및 선택 관광 강요 등이 있다. 올해 2월 베트남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A씨는 “분명 선택 관광으로 알고 간 여행이었는데 가이드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던 일정을 강행했다”며 “현지에서 갑자기 변경된 일정에 추가로 200달러 넘게 지불했다”고 호소했다. 7월 태국 패키지여행을 떠난 B씨는 “정작 관광지는 30분만 머무르면서 쇼핑센터에 가서 한 시간 넘게 머물게 했다”며 과도한 쇼핑 강요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여행객 안전사고 역시 문제다. 외교부가 제출한 ‘재외국민 사건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여행객 사건·사고는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 패키지여행 상품에서 안전사고가 잇달아 일어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발생한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직후 비슷한 지역·시기에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로부터 배 안에 구명조끼와 보트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행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장치가 허술한 유람선을 선정했다는 주장이다. 7월에는 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70대가 스노클링 도중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사고 후 유족들이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옵션 상품을 가이드가 강요했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하청과 재하청을 거치는
여행업계의 피라미드 구조

패키지여행의 불편과 위험은 구조상 불가피하다. 여행사의 구조는 견고한 피라미드 형태다. 위에서부터 항공사, 국내 여행사, 현지 여행사, 현지 가이드 순이다. 소비자와 접촉하는 현지 가이드가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하나의 여행 상품은 이중 하청 구조를 거쳐 탄생한다. 우선 국내 여행사는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항공권을 구매한다. 이후 손님을 모집하고 선입금을 받는다. 그러나 국내 여행사가 직접 손님의 일정이나 숙박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일정 조율과 숙박시설 예약은 ‘랜드사’라 불리는 현지 여행사(아래 랜드사)로 넘겨진다. 랜드사는 숙박 업체를 예약하고 현지 가이드에게 투어를 맡긴다. 국내 여행사는 랜드사에 하청을 맡기고 랜드사는 다시 현지 가이드에 재하청을 맡기는 셈이다.

원칙적으로 국내 여행사는 랜드사에 여행 상품을 넘길 때, 상품 운용 시 발생하는 비용을 함께 줘야 한다. 이른바 지상비*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상비가 랜드사에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 일례로 지난 6월 홍콩의 한 랜드사는 하나투어를 대상으로 지상비 미지급 소송을 낸 바 있다. 이에 하나투어 홍보팀 오승환 선임은 “본 여행사에서 랜드사에 바로 송금해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잘 안 지켜져서 일어난 일”이라며 “관리가 소홀했던 부분을 찾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 여행사가 랜드사에 지상비를 넘기는 일은 애초에 구조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희사이버대학교 관광레저경영학과 윤병국 교수는 “현재 판매되는 여행 상품 가격은 자유여행으로는 절대 떠날 수 없는 원가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라며 “적은 수익에서 광고비 등 지출을 빼고 나면 랜드사에 넘겨줄 돈은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상비를 받지 못한 랜드사는 소비자의 여행에 필요한 숙박 및 관광을 우선 자비로 예약한다. 따라서 랜드사는 여행 상품을 마이너스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랜드사는 손님이 끊기면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여행 상품조차 운용할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청을 받는다. 이후 랜드사는 커미션** 제도로 적자를 메운다. 그러나 커미션 계약을 맺은 업체만을 선정하다 보니 자연스레 상품의 질은 고려되지 못한다.

랜드사로부터 재하청을 받는 현지 가이드 역시 스스로 인건비를 메워야 한다. 여행사로부터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인터파크 투어 등 여행사 가운데 현지 가이드를 정규직으로 고용한 여행사는 단 한 군데도 없다. 하나투어 오 선임은 “전 세계 각국의 가이드를 직접 고용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하청 구조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랜드사에 고용된 현지 가이드는 고정된 월급 없이 수당을 받는다. 전직 패키지여행 가이드인 유튜버 ‘보니타’에 따르면 현지 가이드는 주로 옵션, 쇼핑 팁 등으로 마이너스 금액을 메운다. 마이너스 금액을 채우고 추가 수익이 발생하면 랜드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회사와 나눈다. 즉 가이드로서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옵션 강요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상품의 안전과 품질은 뒷순위로 밀려난다.

▶▶홈쇼핑을 통해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인식 개선 해결책 될 수 없어…
근본적인 정책 변화 필요해



국내 대형 여행사가 원가 수준의 가격으로 판 여행 상품은 애꿎은 현지 가이드에게 빚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국내 여행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품 가격을 내린다. 늘어나는 자유여행 수요에 맞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패키지여행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채 가격만 내려간다면 소비자들의 불편과 위험은 지금보다 증가하게 된다.

소비자의 불편은 턱없이 낮은 상품 가격에서 이미 예정된 셈이다. 현행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소비자들의 ‘주의’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윤 교수는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상품의 질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저렴한 상품을 택하게 된다”며 “소비자의 인식 개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패키지여행의 불합리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개입이 요구됐다. 우선 국내 대형 여행사와 현지 여행사 사이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준영 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여행사와 랜드사 간 불공정한 착취 구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상품의 질을 감독하는 동시에 상품 가격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행업 신고제가 여행사 간 무한 경쟁으로 이어지며 상품의 질 하락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허가제와 달리 신고제하에서는 사업자가 신고만 하면 별도의 검사나 국가기관 허가 없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국내 중소 여행사 대표 C씨는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 신생 여행사가 수없이 등장하면서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며 “홈쇼핑에서 여행 상품을 파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행 상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피해는 소비자와 랜드사에 돌아간다. C씨는 “무한 경쟁 구조에서 항공사와 국내 대형 여행사만 이윤을 보고 있으며 현지 여행사와 고객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여행업계의 유통단계가 분리돼야 한다. 윤 교수는 “기존 여행사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대형 여행사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여행 상품을 만드는 도매업 여행사와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업 여행사로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일반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본사 관여 없이 여행 상품을 팔게 되면 상품의 질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에 ‘마이너스’에서 시작한 여행이 쾌적하고 안전할 수만은 없다. 패키지여행의 문제는 여행사 업계의 기형적 구조에서 기인한다. 현지 가이드의 짐을 덜어주고, 소비자의 온전한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지상비 : 숙박, 식사, 관광 등에 들어가는 여행경비를 뜻한다.
**커미션 : 계약을 맺은 현지 업체가 랜드사에 일정 금액 지불하는 수수료를 뜻한다.


글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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