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후보 순위 논란, 의료원장 선임 우려로 이어져

지난 8일 우리대학교 의과대·간호대·보건대학원 교수평의회(아래 의료원 교평)는 ‘19대 총장 선거에 대한 교평의 글’(아래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은 ▲총장 선임 기준 해명 부재 ▲차기 의료원장 선출 과정에 대한 우려 ▲의료원 자율성 훼손을 지적했다.

 

“총장 후보자 추천과정은 예선에 불과?”

 

의료원 교평은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는 교수, 학생, 직원 전 직군에서 1위로 추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했다”며 “그러나 선임 기준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9일 정책평가단은 5인 총장 후보 중 3명을 추렸다. 정책평가단 투표 결과 1위는 이병석 교수(의과대·산부인과), 2위는 서승환 교수(상경대·도시경제), 3위는 이경태 교수(경영대·회계학)로, 각각 151표, 102표, 79표를 받았다. 의과대 교수평의회 의장 신동천 교수(의과대·예방의학)는 “1위로 추천된 후보부터 검토해야 했지만 세 후보를 동일 선상에 두고 투표로 결정한 방식이 문제”라며 “학내 구성원들의 총장 후보자 추천과정을 단순히 예선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의료원 교평은 이사회 측에 총장 선임에 대한 이유를 해명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19대 총장 선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관계자는 “총장선임지침에서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자의 순위를 고려하지 않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최종 3인 후보의 평판 조회·소견 발표·심층 면접 결과를 종합해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원장 선임까지 번진 불씨

 

의료원 교평의 우려는 이번 19대 총장 선출에 그치지 않았다. 더 큰 우려는 오는 2020년 의료원장 선임에 있었다. 의료원 교평은 “구성원들이 결정한 순위를 무시한 이사회의 태도가 차후 의료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의료원 자율성 훼손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돼왔다”라며 “오는 의료원장 선임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이사회가 결정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과대 A교수 또한 “지금도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의료원장을 정하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 논란이 많다”며 “의료원장 선임을 앞둔 이번 총장 선임은 예민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의료원장은 지난 2012년까지 직·간접선거로 선출됐다. 그러나 2014년 이사회가 ‘총장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의료원장을 임명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표하면서 의료원과 갈등을 빚어왔다. <관련기사 1733호 2면 ‘인사권 논란 의료원, 연세의 화약고 될까’> 2018년 7월 윤도흠 의료원장 연임 결정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의료원장 후보 추천관리위원회는 재적 전임교수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여론조사에서 윤 의료원장은 이병석 교수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용학 총장은 윤 의료원장을 추천했고, 이를 이사회가 승인해 윤 의료원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의료원장 직접선거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사회는 “의료원장은 총장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답했다.

 

의료원 교평은 입장문을 통해 “의료원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차후 계획을 밝혔다. 신 교수는 “현 총장 선출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사회가 의료원의 자율성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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