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4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심의에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당시 시위가 현재 무정부 상황까지 전개될 것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홍콩 시위는 1980년대 각국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물결과 나란히하는 격렬하고 지속적인 시민과 정부의 대치상황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폭력 범죄 및 난동으로 규정하고 군을 동원한 무력진압의 가능성을 시사했고, 시위대는 그들의 주장을 앞세우며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수개월에 걸친 홍콩 시위는 점차 한국 사회, 특히 우리 대학을 포함한 대학가에서 중요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홍콩 중문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난 홍콩 경찰의 무력진압을 담은 사진은 1987년 6월 9일 이한열이 최루탄에 피격되던 순간의 사진과 나란히 배열된 채 인터넷에 게시됐고 한국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반면 7만 명이 넘는 한국 내 중국 유학생 중 상당수는 한국 대학들 내의 홍콩시위에 대한 동조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우리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이나 대자보가 훼손되거나 무단철거 됐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지지하고 한국 사회의 홍콩 시위 동조를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는 대자보가 등장했다.

한국 사회가 홍콩 사태 해결에 직접적 기여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웃 국가이자 오랜 기간 평화적 시위의 전통을 이뤄낸 민주주의 국가로서 현 상황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있다. 우선, 국내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품격 있는 토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현수막 또는 대자보와 같이 홍콩 시위에 대한 의사 표현을 드러냈을 때 이에 반하는 의견이 훼손 또는 조롱과 혐오가 담긴 낙서로 나타나면 안된다. 다음으로, 한국 사회에서, 홍콩 시위가 내포한 인권, 민주주의, 양극화, 국가주권 등 복합적인 양상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중국공산당 또는 중국의 주류 사회는 중국 사회 내에 혼란이 허용되면 국가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고, 지도자 없는 중국 시위대는 협상의 주체가 없기에 양측 모두 퇴로가 보이지 않아 공론화의장이 절실하다. 일부 주요 국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홍콩 자체가 아닌 친‧반중의 시각으로 이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를 이룬 국가 중 중국에 대한 친밀감과 이해를 가진 국가인 한국은, 홍콩 시위 해결을 위한 현실성 있는 청사진을 제공할 역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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