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라도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기를

권아름 (사회·17)

 
사람들이 대부분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교육 환경조차 다 평등한 것은 아니다. 특히 외국어 고등학교(아래 외고)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아래 자사고)에서 학생들이 누리는 교육 환경과 분위기는 일반고등학교와 다르다. 물론 학생이 원하면 그 학교들에 지원할 수 있지만, 모두가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외고, 국제고등학교 그리고 자사고의 학비가 일반고등학교의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학비 이외에도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해 높은 학교 성적과 면접 준비가 필요하다. 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 비용도 생각하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교육부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출신 대학이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또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외고가 생기게 된 이유는 그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외고는 외국어에 특출한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 아닌 ‘명문대’를 보내는 학교의 성격을 갖게 됐다. 자사고의 경우에도 본래 학생의 선택권 및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성격이 없어진지 오래다. 학부모들은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가 몇 명의 명문대 출신을 배출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어쩌면 외고와 자사고의 본래 성격이 바뀐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대학교 입학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어렵다.

일각에서는 ‘입시’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현 사회에서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교육의 평등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외고와 자사고의 역할을 강남 8학군으로 불렸던 학교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하지만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등학교 전환은 고교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일반고등학교를 나온 몇몇 학생이 일명 ‘명문대’로 불리는 대학교에 진학한 후에 출신 고등학교를 밝히기 부끄럽다고 얘기할 정도로 고교양극화는 학생들의 정체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일부 명문대에서는 외고나 자사고 출신의 학생들끼리 어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할 정도로 대학 내에서 고등학교 학벌이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이미 부모의 경제적 소득에 따라 자녀의 교육환경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대학교 진학 전 동일한 출발선을 얻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뿐 아무 시도도 하지 않으면 상황을 악화될 뿐이다. 모두가 평등한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교육부의 결정은 의미 있는 시도다.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사안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해당 정책의 목표다. 이 사안은 근본적으로 교육의 평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대학 평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사실 교육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대학 평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대학 평준화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필자는 대학 서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교육의 평등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의 결정이 일으킬 효과에 의문을 보이는 이유도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영향력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 간 서열은 심각하며, 출신 대학에 따라 사람들이 얻는 기회는 다르다. 교육 환경의 차이 외에도 출신 대학에 따라서 개인이 한국 사회에서 점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과 같이 교육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교육부가 전과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목표, 즉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데 있어서 동일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교육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육부의 노력과 함께 진정한 교육의 의미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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