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교수 (우리대학교 공과대학)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본 동화 중 ‘아기돼지삼형제’가 있다. 독립한 아기돼지 삼형제는 늑대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각자 원하는 건축재료로 집을 짓는다. 짚과 목재로 지은 두 집은 늑대에 의해 손쉽게 부서졌지만, 벽돌로 지은 집은 ‘튼튼’해 부서지지 않았고, 결국 삼 형제는 벽돌집에서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고 이야기가 끝난다. 이 이야기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은연중에 벽돌집은 강하고, 목재로 지은 건축물은 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아닌 느티나무로 기둥을 축조해 배흘림기둥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무량수전이 부서지지 않고 700년을 넘게 견디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0% 이상이 산림으로 돼 있어 예로부터 목재 자원이 풍부한 나라였다. 전통 건축인 한옥을 보면 수려한 목재의 기둥과 보를 확인할 수 있고, 대표적인 건축 문화재도 대부분 목재로 건축돼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산림자원의 수탈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고 전국토가 황폐화돼 우리나라의 목재 자원은 고갈됐다. 전쟁 후에는 빠른 도시화로 콘크리트 재료를 이용해 대규모의 주거시설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최근 목재 가공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목재의 강도를 높이는 건축 재료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건축 재료가 CLT(Cross-laminated Timber)다. CLT는 목재를 일정한 크기로 제재한 후에 가로세로 직교하여 접착·압착한 면상의 건축 재료다. 이 재료를 본 사람이라면 목재가 동화 속 늑대의 훼손으로 절대로 부서질 수 없는 무척 단단하고 거대한 재료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CLT는 공장에서 부재를 제조해 현장 조립방식으로 건축하는 모듈러 건축이 가능하기에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현장에서의 각종 미세먼지 및 환경 유해 물질의 방출 없이 친환경 건설이 가능하다.

목조건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목재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CLT는 그 자체로 내력벽이 되는 구조재료다. 또한 2시간 내회성능 실험에서도 코어 층에는 화재가 침투하지 못하고 표면만 탄화되는 결과를 보임에 따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했다. 건축 행위는 철저하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목조건축으로는 최대 18m(약 5~6층) 이하로만 건축할 수 있다는 법에 묶여 ‘고층 목조건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에서는 CLT를 이용해 고층목조건축을 실현하고 있고, 캐나다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에서는 18m가 아닌 18층의 학생기숙사를 석 달도 안 되는 시간에 CLT로 건축했고,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세계 최고층 CLT 목조건축물(24층)인 HOHO WIEN이 지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콘크리트 재료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건축물과 함께 우리 삶 깊숙하게 들어와 있지만 우리는 이 재료를 절대 친환경의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에 의해 ‘노출콘크리트’ 공법이 유행됐고, 구조재료였던 콘크리트를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까지 노출시켜 모던하면서 심플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노출콘크리트 공법은 환경적으로 인간에게 결코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출된 콘크리트에 맨살을 비비거나 만지기에는 거부감이 있다. 콘크리트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마감 작업이 돼 있어야 한다. 최근엔 후쿠시마에서 들어오는 폐기물과 함께 제조된 시멘트의 문제가 제기됐다. 석회가 기본 원료인 시멘트이지만, 16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소성하면서 석회의 절감을 위해 다양한 재료들이 혼합돼 탄화되는데, 이 단계에서 폐타이어 등 다양한 폐기물도 혼합된다.

목조건축은 이제 더 이상 화재에 약하거나 강도가 약한 건축이 아니고, 목재는 수년 동안 탄소를 탄소를 빨아들이며 축적하는 저장고이자, 벌채해 사용해도 다시 관리해 목재 자원을 생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축재다. 콘크리트나 철에 비해 가벼우며 고강도 성능을 가지고 있고, 탄성의 재료로써 충격을 흡수해 지진에도 강한 재료임이 증명됐다. 천연의 재료로써 따뜻한 감성을 주고, 실내에 사용될 경우에는 뛰어난 조습 및 단열성능으로 친환경 건축 재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재료가 목재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축물의 방향으로써 우리는 목조건축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개발‧건축으로 하루가 다르게 고층화되고 있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막을 수 없겠지만, 더 이상 콘크리트 숲으로만 도시가 채워지지 않도록 구조적, 환경적으로 목조건축의 가치를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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