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외국인 A씨가 사망했습니다. 당시 그는 1년 넘게 보호소에 구금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6일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5개 시민단체가 법무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법무부는 보호라는 기만적인 단어 뒤에 저지르고 있는 인권유린을 중단하라’는 지적이었죠. 어떻게 보호가 끔찍한 인권유린으로 이어진 것일까요?

현재 정당한 체류 자격을 갖고 있지 않은 외국인들은 법무부 산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됩니다. 이 외국인보호소의 의료환경은 ‘열악’ 그 자체입니다. A씨의 직접 사인은 급성신부전증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됐던 간 질환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주장합니다. 법무부는 A씨가 ‘4일에 한 번 의사의 내부진료를 받았고 백내장을 비롯한 하체 부종에 대해 대학병원에서 외부 진료를 받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간 질환 치료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외국인보호소의 의료 체계는 구멍투성이입니다. 외국인보호소 내부진료부터 살펴보죠.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의사와 간호사는 각각 1명뿐입니다. 지난 2018년 한 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1만 4천979건의 진료가 진행됐습니다. 1년 동안 매일 41건 이상의 진료가 이뤄진 셈입니다. 또 해당 의사는 정형외과를 전공했지만 모든 진료를 담당해야 했습니다. 다른 진료과목에서는 전문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죠. 

부족한 것은 비단 의료인의 숫자만이 아닙니다. 열악한 의료설비 역시 문제입니다.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대표에 따르면 외국인보호소는 간단한 진료와 진통제만을 제공합니다. 진료할 사람·공간, 치료를 위한 약품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입니다. 법무부 역시 진료공간과 의료설비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개선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법무부가 A씨에 제공했다고 밝힌 ‘부분적’ 외부 진료. 규정에는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외부 진료는 95건에 불과합니다. 내부진료가 1만 7천여 건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매우 적은 수치입니다. 

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들에게 외부 진료가 머나먼 이야기가 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외부로 나가는 일 자체가 어렵습니다. 「외국인보호규칙」 제21조에는 ‘보호외국인이 자기 부담으로 외부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기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보호소 운영 일정과 호송 인력 부족을 고려할 때 긴급한 이유가 아니라면 외부진료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두 번째로는 외부진료비가 대개 본인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비가 지원되지만 대부분 자비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보호소 안에 구금돼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치료비를 갖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기본권을 보장받으려면 정해진 조건에 맞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기본권에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외국인보호소의 의료 체계는 단기구금자를 전제로 합니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외국인의 평균 보호 기간은 10일로 대부분 짧은 기간 안에 구금이 해제됩니다. 하지만 장기 구금자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난 10월 기준 7명의 외국인이 1년 이상 구금된 상태였습니다. 이 중 1명은 약 5년 가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호소는 충분한 의료 체계도 마련하지 않은 채 외국인들을 가둬두기에만 급급합니다. 구금돼있는 사람들에겐 기본권조차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출입국관리법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듭니다. 애초에 장기 구금자가 발생할 상황을 경우의 수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호소 구금 기간에 별도의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보호외국인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거나 난민으로 인정받지 않는 이상 보호소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 체불 소송, 출국 비용 부족 등의 사유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하염없이 보호소에 남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장기 구금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도 그들을 위한 의료 체계가 없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단정적으로 테두리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약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건강권은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정당한 체류자격 없이 머문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권리입니다. 인간 존엄성의 기본인 의료권, 외국인에게도 보장돼야 합니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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