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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 저를 성장시킨 ‘실패 경험’입니다?취업용 스펙의 일부가 돼버린 청년 창업
  • 강리나 양하림 기자
  • 승인 2019.11.17 22:26
  • 호수 1842
  • 댓글 0

‘청년 CEO’, ‘청년 창업’. 청년과 창업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한 묶음으로 쓰이고 있다. 국가와 대학은 각종 정책으로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내실 없는 청년 창업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가와 대학은 각종 정책을 통해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 우리대학교 역시 지난 2011년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되면서 창업지원단을 통해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실업난 속 해답은 창업?

저성장 기조와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는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오는 2020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3%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 역시 청년 실업을 촉진하는 요인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중소기업의 평균 월급은 대기업 평균 월급의 55%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 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청년의 대기업 선호가 실업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대기업 취직을 위해 실업 상태에 머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청년 실업률은 상당히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5%다. 2013년 이후 계속 10%대의 청년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높은 수치다.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2014년 13.3%에서 2018년 8.6%로 감소했다. 일본 역시 같은 기간 6.2%에서 3.6%로 낮아졌다.

정부는 청년 실업난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청년 창업 활성화를 제시했다. 지난 2018년 교육부는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내 창업 지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청년 창업에 투자하는 예산도 대폭 늘렸다. 중소기업벤처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청년 전용 창업자금 예산은 1천억 원이었다. 이는 2018년 1천300억 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 창업 지원을 위해 150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도 조성됐다. 대학생이 창업한 기업의 초기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는 2019년 누적 647억 원 규모의 펀드로 확대됐다.

대학 역시 정부의 창업 장려 정책에 따라 각종 창업 지원 제도를 마련했다. 창업휴학제도, 창업대체학점인정제도, 창업장학금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창업휴학제도를 시행한 학교는 전체 정보공시 대학 중 55.5%를 차지했다. 창업대체학점인정제도를 시행한 학교도 29.7%에 달했다.

지원 확대에 힘입어 청년 창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창업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학생창업자는 1천684명이었다. 학생 창업기업 수는 2016년 대비 26.2% 증가해 1천503개에 달했다.

왜 취업을 위한 창업이 될 수밖에 없나

하지만 청년 창업이 ‘스펙 쌓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청년 창업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계속 확대되고 있는 지원 규모와 달리 청년 창업기업의 성과는 부진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대학생이 등록한 기업 중 3분의 1이 매출 0원을 기록했다. 기업 존속 기간도 짧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0대 미만 연령대가 창업한 기업의 5년 생존율은 19.5%였다. 10개의 청년 창업기업 중 8곳이 5년 이내에 문을 닫는 셈이다. 일례로 2018년 중소기업벤처부가 공개한 청년몰 창업 지원 현황에 따르면 사업에 선정돼 개업한 청년몰의 24%가 휴업 또는 폐업했다. 특히 이화여대 앞 위치한 청년몰은 개점 수 대비 폐업률이 50%를 넘었다.

청년 창업의 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 수 늘리기에만 관심을 두는 지원 체계가 지적된다.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대부분 창업교육의 수, 지원금 등 양적 성장에만 집중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 창업기업 수를 늘리기만 해도 성과를 거둔다. 창업자를 취업자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역시 청년 창업기업 수가 늘수록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유도했다고 홍보할 수 있다. 이런 계산 속에서, 창업 이후의 어려움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신동평 부연구위원은 “기관 입장에서는 청년들의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단시간 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수 있고, 실패해도 금세 다른 기업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원 기관이 실적 내기에만 몰두하면서 청년들은 창업 자체에만 의의를 두게 됐다. 또 수많은 지원 주체가 각종 사업을 펼치다 보니 교차 검증이 불가해 지원금만을 노린 팀을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일부 청년은 사업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창업을 이용한다. 창업 경험은 대기업에 입사할 때 효과적인 스펙이 된다. 업무의 실전 경험과 능력을 길렀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경력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SK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합격한 신입사원의 사례가 소개돼 있다. 신 부연구위원은 “애초에 창업을 목적으로 뛰어드는 학생들은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일부 지원자들은 단순히 ‘스펙’을 쌓거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지원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묻지마 창업’을 할 때 이를 관리할 방법도 없다. 정부의 각종 지원금 사업은 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별도의 관리를 진행하지 않는다. 지원금을 받은 청년 창업가가 의도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할 때 지인의 이름을 넣어 유령 고용한 사례가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촉진과 전상우 주무관은 “유령 직원 고용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사업을 중단하거나 이후 사업 참여를 제한한다”며 “프로그램 참여자가 제출하는 서류나 현장 점검을 통해 부정 참여를 적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점검은 주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참여자가 제출한 보고서에 문제가 있어야 시행된다. 보고서만 교묘히 조작한다면 계속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신 부연구위원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많아 교차 검증이 어렵다”며 “지원자들이 아이템 일부를 수정해서 여러 곳에 제출한다 해도 면밀하게 비교해 가려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창업은 분명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깊은 이해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없다면 창업은 스펙이 될 뿐이다. 청년 창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대학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강리나 양하림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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