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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밖에서 살고 싶다장애인 탈시설의 필요성과 현주소
  • 민소정 기자
  • 승인 2019.11.17 22:26
  • 호수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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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와 함께 살 수 없는 장애인들은 어디에 살아야 할까? 장애인 거주 시설로 가는 것 외에 장애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었다. 시설 밖에서 삶을 되찾으려 하는 장애인들의 아우성은 ‘탈시설’ 논의로 이어졌다.

▶▶지난 3월 26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획재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장애인 거주시설폐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인권침해의 온상이 된 시설
원해서 들어온 이 없어

모든 국민은 헌법에 따라 거주이전과 주거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장애를 이유로 권리에서 배제된다. 탈시설은 장애인들에게도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제기됐다. 장애인이 거주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보건복지부(아래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장애인 거주 시설 수는 1천517개로,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3만 6천693명이다. 시설에 입소하는 장애인 유형은 주로 혼자서 거동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 ▲지적장애인 ▲중증장애인 등이다.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탈시설 논의가 촉발됐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4년 발생한 인강원 사건이다. 인강원은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장애인 거주 시설이었다. 이곳에서 직원과 교사들이 거주 장애인들을 신체적‧언어적으로 폭행해온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줬다.

장애인 시설에서의 인권침해는 반복적으로 자행돼왔다. 지난 2017년 보건부 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4~2016년 장애인 거주 시설 857곳 중 약 10%가량인 91곳에서 120건의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인권침해의 유형은 폭행, 성폭행‧성추행, 체벌, 갈취 등이었다.

보건부는 인권침해가 적발된 시설에 제재를 가하고, 거주 시설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 그러나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장애인 시설 구조상 인권침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 2009년 석암 베데스다 요양원의 장애 연금 비리를 계기로 탈시설한 김동림씨는 “시설에서 인권유린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장애인들은 저항할 수 없다”며 “외출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시설 밖 정보에 접근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시설 수용 자체가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의 대부분은 타의로 시설에 수용된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중증·정신 장애인 시설 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 비율은 14.3%에 불과했다.

시설에서는 사생활과 선택권을 보장받기도 어렵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다’고 답변한 비율은 38.3%, ‘필요할 때 외출을 할 수 없다’고 답변한 비율이 38.9%에 달했다.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김재환 상임활동가는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가정과 시설밖에 없었다”며 “비장애인과 같은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다수의 장애인이 독립생활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요구,
장애인 탈시설의 현주소

시설을 떠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열망은 계속된다.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시설거주인 거주 현황 및 자립 생활 요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 거주 장애인 중 57.5%가 탈시설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탈시설에 관한 중앙정부의 정책과 법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 생활 환경조성’을 포함해 장애인 탈시설 정책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이 시행됐다. 문제는 탈시설 방안 마련을 각 지자체의 자율에 맡긴다는 점이다. 결국 탈시설 지원은 지방자치단체와 개별 민간단체 차원에 머무른다.

지자체 차원의 탈시설 지원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대표적으로 ▲시설 위주의 기존 장애인 정책 ▲탈시설 지원 정책과 법제 미비가 있다. 탈시설의 첫걸음은 기존 장애인 거주 시설을 폐쇄하는 것이다. 김 상임활동가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시설에 들어가라고 한다”며 “진정한 탈시설을 위해 기존 시설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 복지 정책은 거주 시설 운영지원에 치중돼있다. 2019년 장애인 복지에 편성된 예산 중 장애인 거주 시설 운영지원에 투입된 예산은 약 4천7백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약 17%를 차지한다. 반면 장애인 권익증진 및 자립 생활 지원에 쓰인 예산은 약 100억 원에 불과하다. 사단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는 “예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기존 시설을 유지하는 동시에 탈시설을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가의 장애인 지원이 시설 위주에서 탈시설 위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제와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탈시설은 장애인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로선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을 위해서는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 수급장애인의 월평균 활동 지원 시간은 125.2시간이다.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평균 4시간에 불과하다. 김씨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 지원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가에서 이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상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김씨는 “탈시설을 통해 얻은 자기 결정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진정한 삶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탈시설을 장애인의 권리로 명시하는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개정법률안은 탈시설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장애인 거주 시설 축소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김씨는 “돌아갈 집이 있고 나를 반겨주는 아내가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탈시설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당연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탈시설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자료사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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