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식 교수 (우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머리맡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아침이 모바일에서 시작된다. ‘뉴스 브리핑’, ‘아침 스케치’ 등등 단골 아침 손님들이 ‘카톡’으로 노크한다. ‘뉴스 브리핑’은 조간신문과 방송뉴스를 손바닥 크기 화면 몇 개 페이지에 정리정돈해 요점정리 하듯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진열해 놓고 있다. 때론 기자회견 문답 전문을 보내오기도 해 현장 상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집 현관문 앞까지 가서 바닥의 ‘종이 뭉치’를 주워 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용이 충실하다. ‘조국 전 민정수석 사건 수사 전망’,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수상의 10여 분 티타임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한일 온도 차’, ‘안타까운 독도 헬기 추락 사건과 영상 특종 이기주의’ 등 여러 사건을 확인 할 수 있다. 스트레이트 뉴스에 의견을 얹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된다. 기존 기사들을 해설한 것이기에 때론 보수‧중도‧진보 등의 색깔이 뚜렷하기도 하다. 뉴스와 해설 같은 무거운 손님만 오는 게 아니다. 비교적 가볍고 경쾌한 손님도 온다. ‘아침 스케치’는 클래식 음악을 선물한다. 유튜브 링크를 첨부해 해당 사이트로 들어가서 감상할 수 있다. 아침부터 안방에 거장의 음악이 흐르는 것이다. 우연히 길거리 카페에서 들을 때와 감흥이 사뭇 다르다. 모바일에서 세상 소식을 듣고 해석하며, 한편으론 음악과 사진 등의 마음 양식이 되는 예술작품을 맛본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다른 수용자들이 계속해서 이것들을 공유하게 된다면 신문과 방송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다.
 

뉴스 재가공산업이 어느덧 뿌리를 견고히 내렸다. 신문사들은 발행 및 유가 부수 모두 감소추세다. 사양산업이란 오명을 듣게 된 지 이미 오래다. 방송산업도 시청률, 광고수익 모두 하향곡선으로 호시절 다 갔다. 하반기 역시 형편은 좋지 않다. 모바일 PC 광고총액이 방송시장 광고총액을 3년 전에 추월했다. 신문 방송 등의 뉴스생산자들은 수지가 맞지 않아 아우성인데 재가공산업 사업자들은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영역을 넓히는 셈이다.
 

젊은 세대의 미디어 이용행태는 유튜브‧넷플릭스 같은 OTT*용 플랫폼과 모바일로 쏠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약 한 달 전에 출범한 웨이브**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지만 희망 사항일 뿐이다. 지상파들은 웨이브로부터 광고수익과 제작비를 지원받아 일시적인 달콤함을 느끼겠지만 웨이브가 행여 흥행에 성공한다면, 지상파는 지금보다 더 괴로워질 수도 있다. ‘호랑이 새끼’를 키운 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호랑이 새끼’를 키우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진퇴양난이다.
 

뉴스 산업 업계의 위기감에 아랑곳 않고 뉴스 상품을 받아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산업은 느긋하다 못해 호황이다. 뉴스 상품을 계속 조달해 주고 있는 신문사 및 방송사들도 비즈니스가 견고하니 아쉬울 게 없을 것이다. 최종 뉴스 소비자는 공짜로 뉴스를 소비하고 중간의 뉴스도매업자는 수익도 창출하고 품격과 평판도 챙기고 있다.
 

뉴스 없는 포털.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신문방송업계가 뉴스 상품 공급을 중단한다면, 어떤 변혁이 일어날까. 신문 방송 뉴스생산자들의 가치하락이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남 탓, 환경 탓하지 말고 스스로 변화하는 개혁의 길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짜뉴스 시비가 속출하고,  흔히 1인 미디어라 불리는 MCN 산업***과 뉴스 재가공산업이 번성하는 아이러니가 심화 될 공산이 크지만, 신문 방송이라는 공공재는 이들 산업과 달리 공익성에서 가치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은 ‘웨이브’, ‘중간광고’, ‘파트너쉽’, ‘공동출자기업’ 등 달콤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단지 방송  시간을 판매한 광고상품이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노출되는 것뿐인데, 뉴스가 기자들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닌 기업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는 뉴스 산업의 수치이며, ‘자본’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뉴스 산업에 언론개혁 경영혁신의 ‘새로운 둥근 해’가 떠서 비아냥거림이 없어지고, 자본에서 자유로운 뉴스가 생산되길 기대한다.

 

*Over the Top이라는 뜻으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지상파 3사의 ‘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결합해 출범한 통합 OTT 플랫폼
***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로 1인·중소 창작자의 컨텐츠 유통 및 판재 등에 도움을 주고 발생하는 수익을 창작자와 나눠 갖는 미디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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