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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병 얻어가는 전공의들계속되는 전공의 과로, 치료법은 어디에?
  • 민소정 윤채원 기자
  • 승인 2019.11.03 22:44
  • 호수 1840
  • 댓글 0

수술복을 입고 병원 복도를 질주하는 젊은 의사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전공의의 모습이다. 환자의 생명을 두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들의 하루에는 밤낮도 휴식 시간도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한 전공의 노동 강도


#지난 2월 한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신형록(31)씨가 과로로 사망했다. 신씨는 사망 당시 35시간 연속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씨의 당직표에는 그가 일주일 동안 100시간 근무했다고 적혀 있었다.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일한 적도 있었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등 수련병원에서 전공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의사*를 일컫는다. 이들은 내과, 외과, 정신과 등 전공 분야에서 3~4년간의 수련을 마친 후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 자격을 얻게 된다. 전공의는 주로 입원환자를 일차적으로 진료하고 처치하는 업무를 한다. 더불어 외래진료와 수술을 비롯해 병원 업무의 상당 부분 또한 담당한다.

지난 2017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아래 전공의법)이 시행됐다. 전공의 과로 문제가 거듭 발생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주 평균 80시간, 최대 88시간으로 제한됐다. 또한 전공의는 36시간 이상 연속으로 근무할 수 없으며,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4시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적정 노동 강도는 아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주 60시간 이상 근로할 경우 각종 질병 발생이 업무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 규정을 지켜도 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는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의협신문」에서 봉직의 715명, 전공의 2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0시간의 전공의 근무 시간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66.1%에 달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윤병환 씨는 “그나마 인턴은 레지던트들에 비하면 상황이 낫다”면서도 “일주일에 80~90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36시간에 걸친 당직을 일주일에 3번 서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에 따른 대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위 설문조사에서 ‘당직수당을 근무 시간에 비해 적게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7.4%의 응답자만이 ‘적게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윤씨는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거나, 당직이 아닌데도 당직처럼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힘든 업무에도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다는 전공의 과로
사람 없고 돈 없어서 반복된다?

일각에서는 전공의의 과로가 병원의 인력·재정난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2017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수는 전체 의료기관의 약 0.06%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체 입원환자 중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9.3%에 달한다. 의료전달체계 왜곡으로 지역 혹은 하급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마저 대형병원으로 몰린다. 이러한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인해 수련병원의 부담이 더해진다. 이는 만성적 인력난을 일으켜 전공의 중노동으로 이어진다.

병원 재정 때문에 전공의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전공의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수가**로는 현상 유지가 고작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수련병원의 사정에 말단인 전공의는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 대한전공의협회 김진현 부회장은 “전공의가 받는 급여는 최저시급 수준”이라며 “급여에 불만이 있어도 이직을 고려할 수 없어 경영자 입장에서는 전공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병원의 수직적 위계와 도제식 수련이 과로를 재생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공의는 도제식 교육방식을 따르고 있다. 체계 잡힌 훈련보다는 어깨너머로 보고 알아서 배우는 식이다. 김 부회장은 “일부 교수들의 권위주의적 태도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과 피드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자신의 수련 진척 상황을 알 수 없는 전공의로선 병원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는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장시간, 장기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김 부회장은 “성취 정도가 측정 가능한 교육과정을 정립해 과한 시간을 쏟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병원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이들은 교육이란 명목으로 주 80시간 넘게 노동해야만 한다.



피곤한 전공의
환자와 전공의 모두를 위한 대안 필요해

수련에 집중해야 할 전공의는 장기간 당직과 입원환자 관리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전공의의 과로가 계속되면 환자의 안전마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공의가 느끼는 피로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에서 지난 2018년 실시한 ‘전국병원 수련환경 평가’에 따르면, 전공의 660명 중 92.9%가 정신적 피로감을, 94.7%가 육체적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말 혹은 야간 당직을 서는 전공의는 더 큰 부담을 느낀다. 위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는 야간 당직 근무 시 1인당 평균 72명의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의 피로감은 업무 수행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대전협에서 지난 2017년 시행한 설문에 따르면 ‘누적된 피로와 불충분한 수면으로 올바른 진료를 못 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전공의가 전체의 68.5%에 달했다.

전공의의 부담을 덜어주는 본질적인 해결방안이 요구된다. ‘입원전담전문의’(아래 전담의) 제도가 대표적이다. 전담의는 입원환자의 진료와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전문가다. 지난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입원전담전문의 협의회 김준환 홍보위원장은 “시범사업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았고, 환자 입원 기간과 응급실 체류 기간이 줄었다”며 “사업 확대 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과 입원 진료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담의 제도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전담의 수는 142명에 불과하다.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과로의 위험에 노출돼있기도 하다. 김 홍보위원장은 “현재 전담의의 대부분이 계약직”이라며 “근무 형태상 휴일과 야간에도 근무하고, 중증 입원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담의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하고, 적절한 보상과 휴식을 제공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 부회장은 “전공의법 제정으로 전공의의 근무 시간이 줄어들어도 환자 수는 그대로”라며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인 만큼 나 몰라라 퇴근해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말단에 있는 전공의는 의료계의 현실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이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결방안 모색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전공의는 전공 분야를 선택한 레지던트 의사만을 지칭하는 말이나, 레지던트 이전 단계인 인턴 의사 또한 전공의로 지칭하기도 한다.
**의료수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의료기관이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을 말한다.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민소정 윤채원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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