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브런치 메뉴가 있다. 바로 만두다. 만두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이 반죽을 가지고 다니다가 간편하게 끓여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태생부터가 간편식인 만두. 한입에 먹기 좋은데 영양소까지 균형 잡혔으니 서양식 일색인 브런치 판을 뒤집어 놓을만하다. 마침 신촌·연희 일대엔 화교가 운영하는 만둣집이 많다. 한 끼 식사하기 촉박하다면 『The Y』가 안내하는 만둣집으로 향해보자. 맛있고 영양가 있는 간편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구복 (소룡포, 7개 7천 원)

소룡포를 전문으로 하는 신촌의 만둣집. 나무 인테리어와 소박한 분위기에 중국의 저잣거리에 앉아있는 착각이 든다. 메뉴는 소룡포와 새우 소룡포, 꽃게 소룡포, 딤섬 같은 만두류와 기스면, 우육면, 마파두부가 전부. 전문점이라는 느낌이 들어 믿음직스럽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나무 찜기에 나온 소룡포. 벽면에 붙어 있는 ‘맛있게 먹는 법’을 참고해 먹어본다. 우선 소룡포을 조심히 들어 앞접시에 옮긴 후 옆구리를 살짝 비틀어 국물을 맛본다. 끈적하고 진한 국물이 감격스러운 맛. 기회가 된다면 국물만 국자로 퍼먹고 싶은 심정이다. 아쉬운 점은 육즙의 양이 적다는 것과 만두소가 딱딱하다는 점. 만두소는 완자 같기도, 냉동 떡갈비 같기도 하다. 만두피가 바닥에 붙어 조심하지 않으면 육즙이 모두 흘러버린다는 점도 주의할 것.

총평: 기대보단 아쉬웠던 집. 하지만 만두 is 뭔들.

 

미스터 서왕만두 (새우만두, 8개 7천 원)

명물거리의 끄트머리에 있는 만두 전문점이다. 인도에서 살짝 벗어난 안쪽에 있어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메뉴는 소룡포, 찐만두, 군만두, 새우만두 등 7가지로 단출하다. 신촌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만둣집인 만큼 자신감이 느껴지는 메뉴판이다.

가장 특색 있어 보이는 새우만두를 주문했다. 첫인상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투명할 정도로 얇은 피에 두툼한 새우 두 마리가 비쳐 보인다. 만두를 물었을 때 입안 가득 담백한 육즙이 터진다. 그런데 만두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새우가 딱딱해 식감이 좋지 않다. 새우 맛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 새우만두를 먹고 있는지 모를 정도다. 그저 질겅질겅 저작 운동을 반복하는 기분이다. 소룡포로 유명한 집이던데, 쓸데없이 도전했나. 지나친 도전 의식이 만든 불상사라고 생각하며 헛헛한 마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총평: 신촌 일대에서 유명한 집이라지만 새우만두만큼은 별로.

 

이품 (군만두, 8개 6천500원)

이품은 사러가 마트 옆 골목의 작은 중식당이다. 팔보채, 깐쇼새우 등 31가지의 중식을 팔지만, 대표메뉴는 군만두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만두피가 비결인 듯하다. 바삭하게 부서지면서도 쫄깃하게 늘어나는 만두피를 맛보고 나면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고소한 기름과 짭조름한 만두소의 조화도 훌륭하다. 굳이 흠을 찾자면 넋 놓게 하는 맛에 와구와구 먹게 된다는 점이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기름으로 입안이 느끼해질 수 있으니, 칭다오 맥주를 함께 주문하면 좋을 것 같다.

맛뿐만 아니라 매장 분위기도 훌륭하다. 분홍색 벽지에 중국풍 그림이 걸려있고, 부엌에선 중국말이 두런두런 흘러나온다. 중국 가정집에 초대받은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라 소중한 사람과 찾기에 좋다. 다른 식당에 비해 싼 가격도 장점이다.

총평: 신발을 튀겨도 맛있을 ‘겉바속촉’의 대가, 아늑한 분위기는 덤.

 

편의방 (생선 찐만두, 8개 9천 원)

연남동과 연희동 사이의 작은 만둣집 편의방. 잦은 방송 출연 경험을 홍보하는 가판대에서 만두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중식당에선 짜장면, 짬뽕 등 식사류가 메뉴판의 가장 위에 있지만, 이곳에선 만두류가 식사류보다 우선해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에 기대가 큰 한편 ‘생선’ 만두라는 생소함에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뽀얗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한입 물자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어떻게 생선으로 이런 맛을 낼 수가 있지? 주방에서 나 몰래 고기를 넣은 게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다. 분명 생선과 부추 이외에 어떤 재료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깊은 맛의 육즙이 온 혀를 감싼다. 만두소는 생선찜 같기도 하다. 고기만두를 먹으면 입이 텁텁해 상큼한 음료를 찾게 되는데, 생선 만두는 기름지지도 않고 담백해 속이 편하고 입안이 깔끔하다. 계산하며 넌지시 어떤 생선을 쓰는지 물어봤더니 삼치를 쓴다고 한다. 급식에 삼치구이가 나오면 점심을 거르기 일쑤였는데…. 삼치야 그동안 미안했어.

총평: 서울 일대의 만두 맛집을 거의 다 다녀본 기자가 꼽은 ‘원픽’ 만두.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사진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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