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날 에너지 드링크, 블랙커피와 함께 밤을 지새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바로 카페인. 초콜릿, 탄산음료 등에도 다량 함유된 카페인은 부지불식간에 우리와 매일 함께한다. 시중의 아메리카노 두 잔만 마셔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하루 카페인 권장량인 400mg을 훌쩍 넘는다고. 우리 삶에 녹아든 카페인이 일상에서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The Y』가 2주간 직접 체험해봤다.

 

<수빈>

1일 차: 중학생 시절부터 거의 날마다 함께해온 카페인과의 작별이라니, 어마어마한 도전에 직면한 기분이었다. 평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생명수처럼 달고 다니는 터라 대체음료로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됐다. 선택한 건 물. 왠지 시원함도 덜하고 맛도 밍밍한 게 앞으로의 나날이 걱정된다.

 

2~3일 차: 예상대로다. 오랫동안 카페인에 의존하고 있던 내 몸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최대한 지치지 않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졸음이 올 때면 페퍼민트 사탕을 먹어가며 노력을 해봤지만 극심한 피로감에 결국 굴복하곤 했다. 한편으로는 커피 몇 잔이 사라졌다고 생체 리듬을 비롯한 하루가 헝클어진다는 것이 새삼 충격이었다.

 

4~6일 차: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조금 고쳐먹었다. 체험하는 김에 아예 카페인 의존도를 점차 낮춰보자는 목표가 생겼다. 단순히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것에 그치기보다 기본적인 체력과 면역력 증진에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밤을 지새우는 습관을 고치려 노력했다. 늘 머리맡에 있던 휴대전화를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겼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아침에 할 일을 정해뒀다. 평소 귀찮아하며 자주 잊던 비타민 C, D 등의 영양제를 다시 챙겨 먹기 시작했다. 곧바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생활방식의 변화를 점차 느낄 수 있었다.

 

7~9일 차: 확실히 주말 동안 휴식을 취하며 운동도 하니 주중보다는 카페인이 덜 간절했다. 또 평소보다 일찍 찾아오는 피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찍 잠들어 수면 시간이 자연스레 늘었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던 시간이 없어져 나름 만족스럽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순조롭게 체험을 이어나갈 수 있겠는데?

 

10~12일 차: 기사 작성과 과제로 잠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잠도 제때 자지 못하고, 컨디션을 끌어 올려줄 카페인도 없어 체력적인 한계와 우울감이 찾아왔다. 평소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친구의 제안은 바로 아미노산 보충제. 카페인이 아닌 아미노산 성분의 파우더로, 물에 타서 복용하면 즉각 피로감이 줄어든다고 한다. 한 포를 물에 타 마셔보니 확실히 머리가 맑아지고 두통이 줄어드는 등 카페인을 마셨을 때와 유사한 효과가 느껴졌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다 보면 카페인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13~14일 차: 카페인 없는 나날, 이제 끝이 보인다. 사실 수업 때나 식후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학창시절부터 몇 년간 이어져 온 습관이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도리어 습관처럼 카페인이 필요 없을 때도 카페인을 찾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주란 시간 동안 커피를 끊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방식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체험이 끝난 뒤에도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겠단 약속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별로 피로하지 않은데도 습관에 이끌려 커피를 마시던 과거의 습관은 서서히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재호>

1일 차: 우선, 나는 어쩌다 한 번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빼면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어려울 것 같진 않다. 한마디로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내게 노 카페인은 ‘껌’이라고 생각한다.

 

3일 차: 평소 더울 때 혹은 운전을 할 때 습관적으로 아이스티를 사 마신다. 시원한 맛에 편의점에 갈 때마다 찾는 아이스티, 오늘 그 아이스티에 대한 충격적 사실을 입수했다. 아이스티에도 카페인이 들었다니…. 소량이지만, 그래도 나의 온전한 체험을 위해 끊어보도록 한다.

 

5일 차: 오늘은 또 다른 충격이 나를 찾아왔다. 식당에 가면 뭔가 모를 의무감에 늘 주문하던 콜라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사실. 콜라 한 캔 기준으로 25mg이라는 상당한 양의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 탄산음료는 톡 쏘는 시원함에 마실 뿐,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닌데… 그 자체도 카페인 덩어리였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8일 차: 평소보다 잠이 빨리 온다. 내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섭취한 카페인이 내 수면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큰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변화가 일어나니 새삼 깨닫게 된다. 알게 모르게 내 일상에 침투해있던 카페인의 힘에 대해서.

 

9~12일 차: 추석 동안 900km, 시간으로는 17시간 넘게 운전했다. 카페인 없는 운전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평소 운전할 때 졸음을 쫒기 위해 아이스티 혹은 비타민 음료를 마셨다. 하지만 두 개 모두 카페인 음료이므로 결국 이온음료를 샀다. 하지만 시원한 느낌 외에는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다른 대체품을 찾아보려 했지만, 두 음료를 이길 수 없다. 모르는 새 은근히 카페인에 의존해왔다는 걸 깨닫는다. 특히 장시간 운전에 카페인은 필수.

 

14일 차: 평소 카페인 없이 잘 살아왔다는 내 생각은 틀렸다. 내 생활에 카페인이 얼마나 침투해있는지를 깨달은 2주였다. 평소 습관적으로 마신 아이스티와 콜라의 배신은 아직도 충격이다.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 의미 있는 체험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카페인 음료를 포기할 수 있을지는 더 고민해봐야겠다.

 

<일반외과 전문의 양동은>

Q. 카페인 하루 권장량은 얼마인가요?

A. 성인의 경우는 400mg 이하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자면 아메리카노 기본 사이즈 기준 하루 2잔 정도입니다. 여기에 탄산음료, 아이스티 등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섭취하는 카페인의 양을 고려한다면 개인의 삶에 카페인이 얼마나 밀접하게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Q.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요??

A.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수면장애와 혈액순환 저하, 뼈 건강 악화와 같은 변화를 겪을 수 있습니다. 카페인의 영향으로 칼슘과 철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청소년기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Q. 카페인의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A. 카페인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카페인이 필요할 때는 국화차, 쌍화차 같은 차 종류를 마시는 게 더 건강에 유익할 것입니다. 차를 마셔도 피로 해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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