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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곳 아닌가요?유기동물 보호소, 수용만이 전부는 아니다
  • 강리나 양하림 기자
  • 승인 2019.10.06 00:48
  • 호수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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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만시대’다. 늘어난 것은 반려동물만이 아니다. 반려동물만큼 유기동물도 늘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기동물 보호소가 존재한다. 보호(保護). 위험이 미치지 않도록 보살펴 돌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기동물 보호소가 진정한 의미의 ‘보호’를 제공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유기동물 보호소, 어떻게 운영되나

유기동물 보호소(아래 보호소)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 ▲사설보호소로 나뉜다. 보호소는 유실·유기동물(아래 유기동물)을 수용하는 일뿐 아니라 구조 및 입양 업무까지 담당한다.

구조된 동물은 지자체 직영 혹은 민간 위탁 지자체 보호소로 보내진다.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계속 느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만 2천82마리의 유기동물이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왔고,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12만 1천77마리가 됐다. 이는 2017년 대비 18%p 늘어난 수치다. 그나마 통계에 집계된 유기동물은 나은 편이다. 사설 단체 혹은 개인에 의해 구조돼 사설보호소로 보내진 동물들은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

지자체 보호소에 보내진 유기동물은 「동물보호법」 제20조에 따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다. 시스템에 동물의 보호가 공고된 날로부터 10일 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에 대한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간다. 지자체가 유기동물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주인을 찾지 못한 많은 유기동물은 보호소 안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농림부는 지난 2018년 기준 구조된 동물의 20.2%가 안락사됐다고 밝혔다. 수치로 따지면 2만 4천여 마리다. 안락사 비율은 매년 비슷하게 유지된다. 2016년에는 19.9%, 2017년에는 20.2%였다. 유기동물이 매년 증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안락사되는 유기동물 역시 계속 느는 셈이다.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간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안락사되지 않고 보호소 안에 남더라도 상황은 좋지 않다. 지자체 보호소가 동물들을 돌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구조 과정 ▲수용시설 ▲의료조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보호소의 역할은 유기동물 구조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안전하게 유기동물을 구조하긴 어려운 여건이다. 수많은 지자체 보호소에 구조작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구조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동물의 크기나 상태에 따라 사용할 다양한 포획 틀을 갖추거나 이송 중 온도 조절을 위한 에어컨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동물권 단체 ‘케어’가 전국 지자체 보호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87개 보호소가 일반 승합차나 승용차 안에 이동장을 넣는 정도에 그쳤다. 트럭을 사용하는 93개소 역시 별도의 장치 없이 이동장을 고정하기만 했다. 인력이 적은 지자체에서는 한 명의 직원이 보호소 관리와 구조를 겸하는 경우도 많다. 케어의 김경은 국장은 “관리인을 제외한 별도의 구조 인원이 갖춰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수용시설이 열악하다는 문제도 있다. 먼저 기본적인 냉·난방시설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앞서 인용한 케어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보호소 중 약 18%가 냉·난방 중 하나만 가능하거나 둘 다 불가능했다. 냉·난방이 가능하다고 밝힌 보호소 중에서도 전체가 아니라 특정 구역에만 냉·난방을 하는 곳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온도 조절 시설이 부족한 곳은 더 많다. 김 국장은 “냉난방 시설 외에도 환기시설이 없거나 보호 공간이 너무 좁은 문제도 있다”며 “동물이 지내기 불편해도 청소가 편하다는 이유로 철망 케이지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지적도 있다. 보호소는 1년 내내 진료와 치료를 위한 시설과 인력이 갖춰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농림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구조된 유기동물 중 23.9%가 보호소 안에서 자연사했다. 2014년 23%였던 자연사 비율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물권 단체 ‘카라’에 따르면 ‘자연사’에 집계된 대부분이 ‘병사’다. 김 국장은 “규모가 큰 지자체 보호소라도 수의사가 반나절만 상주하거나 일주일에 1~2회 방문 진료를 하는 정도”라며 “치료를 제공하기에는 약물과 수술 도구가 비싸 소독을 해주거나 연고를 발라주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지자체 보호소가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농림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전국에 존재하는 지자체 보호소는 총 298곳이다. 이중 직영 보호소는 31곳뿐으로 나머지 267곳은 위탁 운영되고 있다. 약 89%의 보호소가 동물병원, 동물단체, 개인 등 민간 위탁 업체에 맡겨지는 셈이다. 위탁 계약은 1년 단위 입찰을 통해 이뤄진다. 가격 경쟁을 통해 위탁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업체들은 비용절감에 집중한다. 유기동물에 얼마나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나중 문제다. 위탁 업체로 선정되면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급급하다.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는 만큼 언제 운영 업체가 바뀔지 몰라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설의 개선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예산 역시 안정적인 보호소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 케어에 따르면 전체 지자체 보호소 중 약 77.3%가 두당 보호비를 받는다. 두당 보호비를 지원받는 보호소의 62%가 8~15만 원의 금액을 지원받았다. 두당 보호비에는 구조비·치료비·사료비·안락사비·사체 처리 비용 등이 포함된다. 즉 한 번 지급되는 비용으로 해당 유기동물의 구조부터 사망 이후까지 책임져야 한다. 10만 원 내외의 보조금에서 세금까지 제외하고 나면 남은 비용으로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기 어렵다.

김 국장은 “10만 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포획을 위한 유류비나 장비구매비 등은 포함돼 있지 않고 포획에 실패할 때 발생하는 부대비용은 전부 보호소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안락사를 진행할 때 필요한 마취제가 비싸 마취제 없이 안락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1kg당 5천 원인 사체 처리 비용이 아까워 굶겨서 몸무게를 줄인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권 안에 존재조차 없는 사설보호소

한편 사설보호소의 상황은 지자체 보호소보다 한층 열악하다. 사설보호소는 제도권 밖에 놓여 국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다. 사설보호소를 정의하는 법조차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발표된 카라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존재하는 사설보호소의 수는 150여 개로 추정된다.

사설보호소는 보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동물권 단체 혹은 개인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보호에 필요한 모든 것은 사람들의 후원과 자원봉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29일 기자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운영 중인 ‘반달이네 보호소’를 찾았다.

▶▶‘반달이네 보호소’의 좁은 임시 건물 안에는 6~70마리의 유기동물이 살고 있다.


반달이네 보호소는 경기도 고양시 외곽 비닐하우스들 사이 구석에 있다. 보호소 주변에는 주택도 거의 없고 농지뿐이었다. 얼핏 보기엔 부지가 넓어 보이지만, 땅이 울퉁불퉁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은 작다.

반달이네 보호소는 6~70마리의 유기동물을 수용하고 있지만 번듯한 건물도 없다. 유기동물들은 컨테이너와 비닐, 판자 등으로 만들어진 임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건물의 문을 열자 신문지 깔린 바닥과 강아지들이 보였다. 실내에는 크기가 작거나 나이가 많은 강아지들이 생활한다. 보호소는 종의 크기와 상태에 따라 개체를 분리해서 수용하고 있었다. 바깥으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몸집의 개들이 쉬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사설보호소는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반달이네 보호소는 소장 A씨 혼자 운영한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후원금으로 보호소 운영에 필요한 지출을 감당한다. 모자란 일손은 주말 봉사자로 채운다. A씨는 “후원금과 후원 물품 없이는 보호소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간식과 사료부터 물까지 전부 후원받는다”고 말했다. 질병 치료나 목욕, 미용 등 유기동물 보호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는 상황이다. A씨는 “질병 진료나 치료의 경우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병원이 있어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목욕과 미용은 봄과 가을에 두 번 정도 진행하고, 그마저도 큰 개는 어렵다”며 “손도 모자라고 물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신문지가 잔뜩 깔린 보호소의 바닥. 보호소는 물과 전기 등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반달이네 보호소는 전기, 물, 이사 등 보호소 운영에 관한 전방위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물이다. 보호소에 설치된 모든 수도가 녹슬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동물들을 씻기기는커녕 마실 물도 구하기 어렵다. 보호소에 가장 중요한 후원 물품 중 하나가 물이다. A씨는 “녹물에 그릇이 물들 정도”라며 “수도에서 나오는 물을 쓸 수가 없어 물을 후원받거나 후원금으로 구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호소 마당 한가운데 수십 개의 생수병이 쌓여 있었다.
전기 역시 편히 쓸 수 없다. 반달이네 보호소에 제공되는 전기는 ‘일반 전기’다. 특수 용도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에 전기세가 비싸다. A씨는 “전기를 쓰기 무서울 정도”라며 “여름과 겨울에는 냉난방을 위해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전기세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전기세 부담 때문에 절약은 필수다. 기자가 방문한 오후 1시경에는 날씨가 맑고, 햇빛만으로 채광이 충분한 낮이라 불을 켜지 않고 있었다.

한편 A씨가 현재 고민하는 문제는 이사다. 월세를 내지 못해 지난 2018년 여름부터 밀린 월세를 제할 보증금도 남지 않게 됐다. 이사를 해야 하지만 수십 마리의 동물들을 데리고 갈 곳은 마땅치 않다. A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사를 고민하고 있지만, 남은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호소를 찾은 기자를 쫓던 유기동물들은 오늘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린다. 보호소는 유기동물이 몸을 맡기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일종의 쉼터다. 하지만 수많은 유기동물이 보호소 안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보호소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강리나 양하림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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