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부족으로 음지에 선 폐쇄병동의 현실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공간이다. 2~3개의 철문으로 가로막힌 병동이 어떤 모습인지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폐쇄병동이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사이 사회적 지원에서도 그들은 배제됐다. 폐쇄병동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폐쇄병동, 우리 집 앞에는 안 돼요!

 

#지난 5월 경기도 오산시 주민들은 한 병원 설립허가취소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해당 병원에 126개 폐쇄병상이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다. 관련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한 주민은 그 청원에서 ‘입원환자들이 우리 단지를 매일 바라본다는 사실만으로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오산시 지역구 의원은 병원 부원장에게 “절단을 내버리겠다”며 “일개 의사로서 감당하기 힘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해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폐쇄병동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시설이다. 「서울특별시도시계획조례」 제 44조는 중심지 미관지구와 일반 미관지구 내에 정신병원과 격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공장·위험물 저장소·분뇨 및 쓰레기 처리시설·교정시설과 같은 취급이다. 폐쇄병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당사자인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서도 드러난다. A양(18)은 “우울증과 환청 등의 정신질환 증세가 심해 의사로부터 입원을 강하게 권유받았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입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폐쇄병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 안에서 자행돼온 인권침해에서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A양은 “부모님의 지인이 폐쇄병동에 입원했다가 폐인처럼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쇄병동 입원 환자 424명 중 30.2%가 격리와 강박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정신장애인 인권단체 ‘파도손’ 박환갑 사무총장은 “의료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당사자를 독방으로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며 “치료와 약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도 제대로 답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폐쇄병동의 인권침해를 방지할 대책들이 논의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2016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공포돼 무차별적인 격리·강박이 금지됐다. 해당 법률 제75조 2항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자‧타해의 위협이 뚜렷하며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위협을 회피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될 때만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환자를 격리하거나 신체를 묶을 수 있다’. 또한, 2017년 공포된 시행규칙은 정신질환자를 신체적으로 구속하는 경우 자세한 사항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진료기록부는 의료진의 과잉 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빈도와 시간 동안 신체적 구속이 필요할 때는 주치의 외의 전문의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필요성을 재검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경기도 오산시 한 정신병원 앞에는 여전히 폐쇄병동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인권침해 계속되는 폐쇄병동,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폐쇄병동이 인권침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석균 교수는 “누구든지 신체의 자유가 속박되는 것을 싫어한다”며 “폐쇄병동 입원은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강제당하는 경험이기에 환자들은 상실감과 창피함,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폐쇄병동이 자유 억압과 사회적 격리의 공간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사무총장은 “정신질환자들을 폐쇄된 공간에 가둬놓을 이유는 오로지 병원과 관리자의 편의밖에 없다”며 “갇혀있다는 사실만으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폐쇄병동의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폐쇄병동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 교수는 “언젠가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폐쇄병동 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수와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의학 발달 속도에 비춰볼 때 앞으로 수년 내에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정신질환자들은 판단력과 충동조절능력이 현저히 손상됐을 때 폐쇄병동에 입원한다. 언제 이들이 자·타해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폐쇄병동은 자·타해의 충동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이 없는 공간이다. 전선, 샤워기 호스, 뾰족한 물건, 전기 콘센트 등 위험 도구는 철저히 관리된다.
 
더불어, 심한 정신질환 환자 중 일부는 스스로 병에 걸렸음을 인지하는 능력인 ‘병식’이 부족하다. 성 안드레아 병원 조경형 진료부장은 “병식이 부족한 경우 치료를 거부하거나 입원을 하기 싫다며 도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환자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폐쇄병동 입원치료가 부득이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통념과 달리 사회가 이들에게 너무 위험해서 입원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조현병 환자들은 환청, 피해망상, 추정 망상 등의 증상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느낀다. 안 교수는 “폐쇄병동은 출입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지각한 외부 위협이나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며 “이때 환자가 스스로 입원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안드레아 병원의 입원실 모습이다.

 

개선과 변화, 지원 없이는 불가능해

 

폐쇄병동을 없애는 건 어려우므로 인권침해 요소 개선이 절실하다. 그러나 폐쇄병동은 자체적으로 환경 개선에 나설 여력이 없다. 당장 의료급여 환자의 비현실적 수가* 구조가 문제다. 지난 2015년 기준 정신보건시설 입원·입소자의 65.5%가 의료급여 환자다. 현재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 입원에는 정액수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액수가제는 진찰료, 입원료, 검사료 등 환자의 치료와 입원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1일 정해진 금액 내에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9년 기준 1일당 정액수가는 최대 5만 1천 원이다. 이는 병원에서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기에 부족한 금액이다. 성 안드레아 병원 김한기 병원장은 “급여환자의 수가가 의료 원가에도 못 미친다”며 “현행 정액제 수가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한 치료에 따르는 진료비조차 보전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폐쇄병동 운영 인력도 충분치 못하다. WHO에서 지난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의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전문인력은 평균 71.7명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권에 속하지만 정신건강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18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표한 정신건강현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 당 정신건강인력은 42명에 불과했다. 지난 6월 폐쇄병동에 입원한 적 있다고 밝힌 ‘여울이의 우울증 이야기’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환자의 필요와 관계없이 주치의와의 상담은 하루에 많아야 한두 번”이라며 “하루는 주치의가 상담을 오지 않아 극심한 불안증세를 겪었다”고 말했다.

폐쇄병동에서 사회 복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지원도 미비하다. 환자의 사회복귀촉진을 위한 훈련을 시행하는 정신재활시설은 지난 2018년 기준 전국 349개다. 2015년 8만 1천105명의 정신질환자가 입원한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에서 정신재활시설의 기능보강에 투입하는 예산도 18억 원에 불과하다. 정신병원장 B씨는 “폐쇄병동 입원 환자의 사회적응을 위한 제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들을 퇴원시키면 사회와 당사자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폐쇄병동 환자가 개방병동으로 옮겨가기도 쉽지 않다. 개방병동 운영은 폐쇄병동보다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 안드레아 병원은 일부 급성환자를 위한 폐쇄병동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방병동 생활을 지향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개방병동을 유지·운영하기 위해서는 환우들을 돌보는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개방형 병원 입원을 늘리려 한다면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기준 정부의 정신질환 관련 예산은 약 2천334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 예산 약 10조 4천억 원의 2.2%에 불과했다. 안 교수는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치료와 강제입원에 대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인권에 대한 적절한 교육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충분한 치료 인력과 시설, 돈이 필요한데 국가에서는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위험한 건 치료받지 않고 방치되는 환자들”이라며 “환자들이 강제성 없이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폐쇄병동의 철문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정신질환자들의 입원치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시급하다.

 

 

*(의료)수가: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자료사진 성안드레아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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