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와 예방 두 마리 토끼 다 놓친 국가 관리

정신질환 범죄자도 환자다. 정신질환자의 범죄 예방이나 처벌에는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이들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신질환 범죄자의 감옥이자 병원인 치료감호소가 따로 마련돼 있다. 치료감호소 바깥에서는 보호관찰관의 관리 아래 별도의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범죄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미비하고, 범죄자 처벌에 동반하는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신질환 범죄자 처벌, 어떻게 이뤄지나?

 

정신질환 범죄자는 범죄자 중 심신장애를 인정받은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일반 범죄자보다 재범률이 높은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 범죄자의 재범률은 지난 2017년 기준 66.3%였다. 이는 전체 범죄자 재범률 46.7%에 비해 약 20% 높은 수치다. 전체 범죄 대비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비정신질환자 범죄 중 1.6%가 강력범죄인 것과 달리 정신질환자 범죄 중 9%가 강력범죄다.

정신질환 범죄자는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치료감호법)에 따라 별도의 처벌을 받는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치료감호소 송치와 치료명령이 있다. 먼저 치료감호법 제2조*에 해당하는 정신질환 범죄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는다. 해당 범죄자는 충청남도 공주시에 있는 치료감호소로 송치돼 입원 환자처럼 생활하며 치료받는다. 치료명령은 통원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치료감호법 제2조의 3**에 해당하거나 선고유예 혹은 집행유예를 받았을 때 치료명령이 내려진다. 이는 보호관찰과 함께 부과된다.
 
두 처벌은 정신질환 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시행 중이다. 치료감호법의 제1조 목적에는 심신장애인에 내려지는 치료감호 등의 처벌이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명시돼 있다.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치료명령은 범죄의 원인이었던 정신질환을 제거하는 과정”이라며 “이는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치료명령은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를 보였다. 지난 5월 14일 법무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치료명령을 받은 정신질환 범죄자 824명의 재범률은 13.5%였다. 이에 법무부는 6월 19일 벌금형의 경범죄라도 치료명령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도록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판사의 재량에 따라 치료명령을 부과하는 현행법과 달리 모든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치료명령을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치료명령을 부과받은 뒤 정신감정을 통해 경증 대상자는 통원·약물치료를, 중증 대상자는 입원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재범 방지 위한 치료감호와 치료명령
효과적 치료가 진행될지는 의문

 

그러나 재범 방지에 필수적인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먼저 치료감호소는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치료감호법상 치료감호소에 배정돼야 하는 전체 의사 정원은 20명이다. 하지만 현재 치료감호소에 근무하는 총 의사 수는 12명이고, 이중 정신과 전문의는 9명이다.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인원이 1천51명임을 고려하면 1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약 117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셈이다. 이는 의사 1인당 최대 60명의 환자를 돌보도록 규정한 「정신건강보건법」과 충돌한다. 노 교수는 “치료감호소처럼 의사가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경우 제대로 치료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치료감호소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봉급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기준 평균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의사 연봉과 비교해 6급 치료감호소 의사의 최대 연봉은 7천200만 원으로 현저히 낮다. 법무부 관계자는 “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공무원으로 취급된다”며 “공무원 봉급체계를 따르기 때문에 민간 의사보다 보수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고된 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을 받기 때문에 의사들은 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기를 꺼린다.

치료명령 수행에도 걸림돌이 있다. 치료명령에 따른 각종 상담과 치료는 자비로 받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 2018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치료명령 대상자 530명의 월평균 소득은 52만 9천 원이었다. 수입이 없는 경우도 67.5%에 달했고 82.5%가 절대 빈곤의 상태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0분 병원*** 상담 치료를 위해 환자는 2만 200원을 부담해야 한다. 1주일에 한 번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한 달 동안 8만 800원이 필요하다. 이는 치료명령 대상자 월평균 소득의 약 1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법무부는 치료비를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 경우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조사에서 62.1%가 자비로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치료명령에 동반하는 보호관찰 체계 역시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2016년부터 정신질환자와 마약사범에 대해 전담 보호관찰제가 시행되고 있다. 2018년 기준 OECD 주요국은 1인당 평균 27.3명을 맡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인력 부족으로 2019년 기준 한 명의 보호관찰관이 115명의 범죄자를 담당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법무부는 보호관찰관 80여 명 증원을 요청해 국회의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예방법도 미비해
지속적인 치료는 환자의 의지에 기댈 뿐

 

치료체계가 미비하다는 점과 더불어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예방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그들의 치료는 오롯이 ‘의지’ 하나에 달려 있다.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게는 입원치료가 권장된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보호자가 강제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이 어려워졌다. 강제입원이 환자 개인의 인신을 구속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환자가 거부한다면 증상이 심각해도 입원시키기 힘들다. 문제는 치료가 중단되면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치료 중단이 반드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악화된다”며 “환자들이 환청이나 망상 등에 지배당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원하지 않았지만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관리할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아래 복지센터)가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자 관리를 담당한다. 하지만 복지센터가 전과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포함해 모든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기는 어렵다. 복지센터의 업무량은 포화 상태다. 정신질환자 관리와 더불어 지역 정신건강 증진 사업·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관리·각종 중독 상담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복지센터의 인력과 역할을 확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래치료명령제도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정신질환자 중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에 대해 병원장이 지자체에 치료명령을 요청하는 제도다. 하지만 청구절차도 복잡하고, 복지센터 업무량이 포화된 상태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기관이 마땅치 않다. 지난 2018년 실제 시행 건수는 13건에 그쳤다. 노 교수는 “외래치료명령제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에 효과적이지만 아직 개념 확립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정신질환자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의 허술한 관리와 미비한 인프라 등 관련 제도가 허점투성이다.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체계도 부족하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안전망을 정비하고 그 안에 정신질환자를 품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치료감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심신장애로 인한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력의 상실 혹은 미약이 인정돼 벌할 수 없거나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이 중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를 치료감호대상자로 규정한다.
**「치료감호에 관한 법률」 제2조의 3: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력의 상실 혹은 미약이 인정돼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이중 통원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를 치료명령 대상자로 규정한다.
***여기서 병원은 의료기관의 한 단계를 일컫는다. 의료기관은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으로 분류되고 의원에서 종합병원으로 갈수록 상급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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