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교사 인력과 소홀과 국가 관리에 불안정한 장애학생

장애학생이 겪는 세상은 비장애학생이 겪는 세상보다 험난하다.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바로 특수학교다. 그러나 특수학교에서조차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가 일어난다. 

 

 

특수학교 내에서 인권침해 당해도
옮길 학교 없어…

 

최근 몇 년간 특수학교 내 폭행 사건이 수차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2018년 인강학교와 교남학교에서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계기로 특수학교 내에서의 장애학생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발표한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실태 및 증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학부모 중 55.2%가 자녀가 학교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위 유형별로는 사적 공간 침해(38.9%), 구타(20.8%), 체벌(19.0%), 희롱(17.4%) 등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별 역시 학부모 응답의 29.6%를 차지했다. 장애인 차별은 ▲장기결석 방치 ▲교육적 무관심 등의 방임과 ▲입학 거부 ▲학업 시수 위반 등을 포함한다.

학부모는 자녀를 특수학교에 보내면서 늘 마음을 졸인다. 그러나 특수학교가 부족한 탓에 문제 제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장애부모연대 노원지부 전경미 대표는 “최근에는 한 특수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던진 물건에 아이가 맞은 사건이 있었는데, 교사의 사과로 그냥 넘어갔다”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수없이 일어나지만, 학부모는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해도 옮길 학교가 없어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애초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기준 전국 특수학교는 177개로 이중 서울에 있는 특수학교만 30개교에 달했다. 서울, 부산, 경기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는 특수학교가 10개 이하였다.  

 

교육은커녕 관리조차 어려운 
특수학교 교사들

 

부족한 특수교사 인원은 장애학생의 인권침해와 직결된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특수교사 정원 확보율’에 따르면 공립학교 특수교사 수는 총 1만 4천456명으로, 법정 정원의 7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교사의 정원은 현재 학생 4명당 1명을 기준으로 한다.* 그 인원을 넘어가면 교사는 장애학생의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며, 사후 관리에도 문제를 겪는다.

현장에서는 특수교사 정원 부족으로 교육은커녕 관리조차 벅차다는 반응이다. 서울 소재 특수학교 교사 A씨는 “교사 인력이 부족해 특수교육의 질적 서비스가 떨어지는 점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특수학교에서는 과잉행동, 주의산만 등 행동치료가 부족한 학생들도 일반 특수교사가 맡는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행동치료사가 학교에 근무하며 교육과 행동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특수학교는 사회의료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사회의료기관 내에 학급을 개설하거나, 일반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사회의료기관 교육팀을 파견한다. 

특수학교 내에서는 훈육 차원의 제지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A씨는 “행동이 과격한 학생의 경우 주의를 전환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들은 그럴 여유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다른 학교 폭행 사건을 두고는 “여태껏 체벌로 학생을 교육하던 악습이 이어져 온 결과로 본다”며 “현재는 교사들 사이에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학생을 다루다 보면 자칫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인권 감수성 교육이 요구된다. 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정순경 대표는 “인력 보충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권존중의 문제”라며 “예비 교사는 물론 현직 교사들에게도 지속적인 인권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수학교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사회복무요원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정규 교사를 대신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학교를 옮기는 기간제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기간제 교사는 장애학생과 신뢰를 형성하기 어려워 학습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투입되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사회복무요원은 특수학교 내에서 장애학생의 식사, 차량 승하차 등 교육 외 업무를 보조한다. A씨는 “사회복무요원과 학생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은 ▲병무청의 교육과 ▲국립특수교육원이 제공하는 15시간의 원격연수를 받는다. 교육부 특수교육지원팀 관계자는 “추가 교육이 의무는 아니지만, 교육청이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인강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 3명이 장애학생 4명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후, 병무청은 특수교육 관련 학과 전공자를 1순위로 우선 배치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의 업무가 보조업무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특수교사에게도 버거운 일을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는 그치지 않는다. 

 

사립학교의 폐쇄적 구조에
교육부 실태조사마저 무용지물

 

최근 폭행 사건이 일어난 학교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립학교라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177개 특수학교 가운데 91개는 사립학교다. 사립학교 내에는 부조리를 방조하는 폐쇄적인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 사립학교에 임용된 교사는 정년퇴직 전까지 장기간 한 학교에서만 근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내부고발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다. 정 대표는 “폭행 사건이 일어났던 교남학교에서는 사회복무요원이 방송국에 제보하기 전에 교사에게 알렸지만, 교사는 덮으라고 권유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립학교는 인사권이 재단에 있어서 교육청이 징계를 내려도 학교 측에서 거부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원임용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이 학교에 있어서 불이행 시 과태료를 물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힘든 특수학교 특성상 철저한 감시·감독이 요구된다. 그러나 교육부 실태조사마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 폭행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인강학교와 교남학교는 모두 몇 달 전 이뤄진 인권실태조사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국정감사 결과 교남학교에서는 감사관이 교감·교장만 불러서 형식적인 조사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속 없는 실태조사를 향한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역시 허점이 많았다. 중증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자와 그림으로 구성된 설문지와 한 번의 면담으로는 현실을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박승희 교수는 “발달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조사를 하는 것은 무리”라며 “중증 정도에 따라 다른 조사 방법을 사용해야 장애아동의 실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사립학교를 공립화해서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이를 수용해 ‘장애학생 인권보호 종합 대책’에서 ‘2022년까지 공립 특수학교 26개교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더디게 진행 중이다. 폭행 사건이 발생한 특수학교 중 태백학교와 인강학교를 제외하면 공립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제도적 결함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족한 특수교사와 부실한 관리 감독은 장애학생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정 대표는 “비주류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현재까지 들려오는 폭행 소식은 ‘당연한 것’을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특수학교의 한 학급은 유치원 4명, 초등학교 6명, 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으로 구성된다. 

 

글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그림 나눔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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