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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울고 베이비시터도 우는 시스템, 어떻게 고치나?자격 강화와 처우 개선 동시에 이뤄져야
  • 강리나 박민진 기자
  • 승인 2019.09.22 22:54
  • 호수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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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부모만의 몫이던 시절은 지났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가정의 형태가 변했기 때문이다. 육아는 가정과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문제가 됐다. 이에 아이돌봄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많은 가정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민간업체에서 베이비시터를 구한다. 하지만 충분한 자격을 갖춘 베이비시터가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아이돌보미 사업 위탁관리의 70% 이상을 맡고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이곳을 거쳐 고용된 아이돌보미는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 가정으로 파견된다.

원하는 사람은 10명이지만 공급은 4명뿐

육아 서비스는 정부와 민간 양측에서 제공한다. 먼저 정부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를 파견한다. 건강가정지원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아이돌보미를 고용해 가정에 보내는 방식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수요는 계속 느는 추세다. 지난 2014년 5만 4천여 가구였던 신청자 수가 2018년에는 6만 4천여 가구로 증가했다. 그러나 수요와 비교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정부 지원 아이돌보미는 2만 3천 명 수준이었다. 전체 신청 가구의 36%에 불과한 수치다.

정부 지원 아이돌보미를 구하지 못한 가정은 민간업체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민간업체에 등록된 베이비시터 수도 적다.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123개 베이비시터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업체 중 근로자 수가 20명 미만인 업체의 비율은 54.5%였다. 또한, 전체 등록 업체 중 실제 활동 중인 베이비시터가 10명 미만인 비율도 53.6%에 달했다. 영세한 베이비시터 업체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민간업체로 눈을 돌린 사람들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특히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수요는 하원 혹은 하교 시간에 몰린다. 지난 2018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2천20명 중 40% 이상이 오후 3~7시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20%대의 수요를 보였던 오전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란 연구위원은 “아이돌봄 서비스는 1:1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복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간대에는 아이돌보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 되기는 ‘누워서 떡 먹기’
사후관리는 없어

부족한 공급에 쫓겨 정부는 아이돌보미 자격을 특별히 따지지 않는다. 아이돌보미 사업 위탁관리의 78%를 맡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범죄경력이나 정신질환만 없다면 누구나 아이돌보미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류 제출 시 보육에 관한 자격증 제출조항이 존재하지만, 소지자에 한하는 선택사항일 뿐이다.

아이돌보미에 지원한 사람은 아이돌보미 양성교육과 현장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한 달 80시간 교육에 그친다. 80시간의 교육 중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2시간에 불과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 사업을 개선해 자격 조건에 인·적성검사와 특별 면접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면접과 인·적성검사로만 아이돌보미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발 이후 후속 관리 역시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먼저 아이돌보미가 가정에 파견됐을 때 별도의 관리나 감독이 없다. 경기여성가족연구원 양정선 연구위원은 “아이돌봄 서비스를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기 때문에 구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고안하기 어렵고 CCTV를 설치하기에는 근로자들의 인권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빈틈이 많은 아이돌보미 운영 과정은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아이돌봄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면 가정에서 위탁관리를 맡은 센터와 경찰서에 신고한다. 이 문제는 서비스 운영 주체인 여성가족부에도 보고돼야 한다. 문제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입은 피해를 명확하게 계속 증명하기는 어렵다. 재가 서비스다 보니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아이들의 증언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처벌 외에 다른 제재는 자격정지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아이를 폭행했거나 보호를 소홀히 한 아이돌보미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다. 이외에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서 절도 등의 불법행위를 해도 자격이 정지된다. 하지만 이렇게 자격을 정지당해도 1년간 쉬다가 보수교육만 받으면 다시 활동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여성가족부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자격정지 된 아이돌보미 58명 중 15명이 복직했다.

베이비시터 관리는 민간업체에서 더욱더 허술하다. 민간업체에 근로자로 등록하려면 베이비시터 자격증만 따면 된다. 규정상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평균 30분짜리 강의 30강 중 60% 이상을 수강하고 시험성적도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기 때문에 수강률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시험문제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와 100% 일치하고, 오픈북으로 진행된다. 사실상 누구나 베이비시터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30분 만에 취득한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보이기도 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민간 베이비시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 베이비시터의 범죄경력, 정신질환 여부 등 육아에서 기본적으로 확인돼야 하는 사항을 고용하는 가정에서는 알 길이 없다. 이를 담당하는 부처도 정해져 있지 않아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모호한 상황이다. 정부가 민간 베이비시터의 경력과 정보를 등록시키고 관리하는 영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이돌보미 사업 안정 위해
직업 안정성부터 보장해야

민간 베이비시터뿐만 아니라 아이돌보미까지도 충분한 자격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자격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됐다. 그러나 동시에 논의돼야 할 과제로 아이돌보미의 처우 개선이 거론된다.

아이돌보미 일만으로는 충분한 수입을 벌어들일 수 없다. 아이돌보미는 경력과 관계없이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받는다. 하지만 근로 시간 자체가 적어 생활임금을 충당하긴 어렵다.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아이돌보미가 부족하지만, 수요가 적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 시간대에는 일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연대 노동조합 아이돌봄분과 배민주 사무국장은 “아이돌보미는 주 15시간 기본 근로 시간도 채우기 어렵다”며 “시간당 8천400원을 받는데 2시간 일하기 위해 2시간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4시간 동안 얻는 수입이 1만 4천3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공연대 노동조합은 7월 기본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아이돌보미는 정당한 근로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광주에서 파견 기관을 상대로 체불된 수당을 지급하라며 163명의 아이돌보미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역전됐다. 아이돌보미들이 파견 기관에 종속된다고 인정됐던 1심과 달리 이들이 기관에 완전히 종속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아이돌보미는 법으로 정한 각종 수당과 유급 휴가를 누리기 어렵다. 공공연대 노동조합은 집회에서 교통비 지급과 경조사 휴가 보장 등을 요구했다. 배 사무국장은 “교통비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며 “기본 근로 시간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주휴나 연차 수당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돌보미에 대한 처우가 나쁘다 보니 비슷한 처우지만 시급이 높은 민간 베이비시터로 전업하는 사람들도 있다. 배 사무국장은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투잡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한 육아를 위해 베이비시터 자격 강화가 필요하다. 새로 유입되는 아이돌보미의 자질 검증은 합당하다. 하지만 아이돌보미의 근무 환경 개선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 기존 아이돌보미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강리나 박민진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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