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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나 그만 놀면 안 돼?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보호 장치 없는 키즈 유튜버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9.09.22 23:33
  • 호수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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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순위를 공개하는 ‘워칭 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구독자 수 기준 상위 50개 채널 중 14개가 어린이 유튜버가 출연하는 ‘키즈(kids) 채널’이다. 키즈 유튜버는 유튜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활동 중 강제로 노동에 종사하거나 심하면 학대당할 가능성에 노출돼있다.

나날이 커지는 ‘키즈 유튜브’ 시장

유튜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8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는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전 세대가 하루에 가장 오래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유튜브의 월간 순 사용자 수는 3천93만 명에 달하고, 1인당 사용 시간은 월 1천77분이다.

여러 세대의 관심사에 맞춰 유튜브 콘텐츠 역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키즈 유튜버 채널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키즈 유튜버는 주요 구독층인 또래 아이들에 맞춰 장난감 사용 후기나 상황극 등을 보여준다. 지난 2018년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 블레이드’는 월 최고 2억 원 이상 광고수익을 올리는 국내 1인 유튜버의 75%가 주로 유아 대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상위 4개 채널은 월 최고 9억 원의 광고수익을 낸다고 추정했다.

키즈 유튜버를 위한 사교육 강의마저 등장했다. 기업형 학원의 수강료는 월 20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에 달하지만, 수강생이 끊이지 않는다. 학원에서는 주로 부모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상 제작과 편집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용을 가르친다.

▶▶키즈 유튜버들이 웹드라마 콘텐츠에 출연 중이다.

방송은 ‘놀이’가 아닌 ‘노동’
심한 경우엔 학대로 이어져

키즈 채널은 아이들의 놀이 콘텐츠를 핵심으로 한다. 부모 역시 아이들이 노는 과정을 방송으로 보여줄 뿐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키즈 유튜버를 향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키즈 유튜버 활동이 ‘놀이’가 아닌 ‘노동’에 가깝고, 심할 경우 학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명순 교수(생과대·유아교육)에 따르면 놀이는 자발성, 무목적성, 내적 동기, 지속가능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방송은 놀이의 ‘무목적성’과 ‘내적 동기’를 위배한다. 김 교수는 “놀이란 내적 흥미에 의해 유발돼야 한다”며 “외부의 자극이나 평가에 영향을 받으면 목적성을 갖게 돼 놀이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정이나 각본이 아이에게 주어지는 경우 강제성이 짙어져 싫어도 그만둘 수 없는 ‘일’이 돼버린다.

매번 구독자의 흥미를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점 역시 아이들의 놀이와는 다르다. 유튜브 구조상 수익은 구독자 수와 영상 조회 수에 비례한다. 김 교수는 “아이들이 적정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면서 반복할 수 있는 것이 놀이”라며 “새로운 시도는 아이들을 금세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에 등장하는 소재는 주로 일회성 체험에 그친다. 아이들이 즐기는 반복적인 놀이와는 엄연히 다르다. 키즈 유튜버는 아이다운 놀이가 아닌 소비자 만족을 위한 노동에 종사하는 셈이다.

놀이를 빙자한 노동은 아동학대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는 넓은 의미에서 학대에 속한다. 김 교수는 “유아기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을 익히는 결정적인 시기”라며 “유튜브 활동에 매몰돼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결핍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일과 놀이의 경계를 구분하긴 어렵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문선종 대리는 “아동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해도 인지하지 못한다”며 “키즈 유튜버 활동은 넓은 의미에서 아동학대로 볼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물리적 학대도 발생한다. 지난 2017년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보람튜브’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이보람(6)양의 임신·출산 연기와 장난감 자동차 도로주행을 아동학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가정법원은 아동학대 혐의로 이양의 부모에게 보호처분을 내렸다. 다른 키즈 채널에는 ‘문어 먹방’, ‘강도 몰래카메라’ 등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영상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시대 변화에 발맞춘 보호 장치 필요해

지난 6월 유튜브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동 영상 규제 방침을 내놓았다. 규제 방침으로는 ▲생방송 기능 제한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영상의 댓글 사용 중지 등이 있다. 그러나 학대와 노동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 키즈 유튜버가 생방송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영상 제작을 위해 장시간 촬영을 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랫폼 자체규제 외에도 실질적인 법적 보호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키즈 유튜버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습권과 수면권 등 기본권 보장을 위해 착취 수준의 노동은 피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란 쉽지 않다. 이학주 노무사는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근로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보람튜브처럼 회사로 운영되는 채널은 아이들이 대표자나 임원으로 등록돼 있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키즈 유튜버 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방송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영국 왕립정신과학회는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아이들이 혹사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들의 권리를 직접 보장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키즈 유튜버 관련 논의와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태다. 이 노무사는 “우리나라는 아직 해외보다 논의가 부족해 입법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입법조사처를 취재한 결과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었다. 키즈 유튜버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지만 마땅한 보호 장치는 없는 현실이다. 변화에 따른 아동보호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글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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