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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독립출판사 'warm gray and blue' 김현경 대표를 만나다
  • 민소정 양하림 기자
  • 승인 2019.09.22 23:34
  • 호수 1837
  • 댓글 0

청소노동자, 우울증 환자, 여행자. 같은 범주에 묶이지 않는 다양한 사람들이 책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독립출판인 김현경 대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독립출판 이야기를 들었다.

▶▶독립출판사 ‘warm gray and blue’의 김현경 대표는 사회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독립출판의 역할을 강조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A. 독립출판사 ‘warm gray and blue’를 운영하는 김현경이다.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주제별로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성 출판사에서는 원고를 먼저 받고, 이후에 편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기획을 먼저 한 후 주제에 맞는 글을 모은다. 출판 과정에서는 디자인과 간단한 교정·교열 과정만 거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독립출판의 개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독립출판사가 기성 출판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독립출판사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란 어렵다. 독립출판사가 처음 생겼을 때는 기성 출판사와 다른 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정의를 시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기성출판과 독립출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독립출판물이 인기를 얻어 기성 출판사에서 다시 찍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도 독립출판인이 기성 출판사의 형식을 빌리기도 한다. 반대로 기성 출판사에서 독립출판의 형태로 책을 내기도 한다. 앞으로 독립출판을 정의하기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데도 독립출판만의 특징을 꼽자면, 기성출판보다 출판과 유통 과정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글의 주제나 형태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주로 작은 서점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도 독립출판물의 특징이다.

Q. 본인은 독립출판에 어떤 가치를 두고 있나.

A.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독립출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내가 말하고 싶었지만, 혹은 듣고 싶었지만 한 번도 이야기되지 않았던 것을 직접 책으로 만들 수 있다. 『폐쇄병동으로의 휴가』라는 책은 내가 폐쇄병동에서 쓴 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내가 책을 제작했던 2018년만 해도 그런 주제의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폐쇄병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나 또한 폐쇄병동에 들어가게 됐을 때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자신의 선입견과 주변의 인식 때문에 입원이 필요하지만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을 출판하면 폐쇄병동이 생각만큼 무서운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Q. 독립출판의 성장으로 인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게 됐다. 이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A. 독립출판의 성장이 1인 매체의 발전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 이전에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독립출판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주변에 존재하지만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사람의 삶을 알 수 있게 된다. 여성 경찰이 쓴 독립출판물을 통해 그의 삶을 접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비난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나 또한 경찰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그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이 많다. 기성 출판사였다면 수익구조를 고려하기 때문에 선뜻 출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일상과 삶, 고충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달라진다.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읽는 건 우리 이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 작업에 동참했으면 한다.

Q. ‘warm gray and blue’ 웹사이트에서 “텍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A. 출판물을 넘어 텍스트를 전달하는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많이 고민한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있는』과 『페쇄병동으로의 휴가』라는 책은 잠재적 독자인 우울증 환자를 고려해 만들었다. 내가 우울증을 겪었을 때 무언가를 읽는 것이 힘들었다. 우울증 환자가 독자라면 최대한 짧게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모으는 과정에서, 긴 글을 키워드별로 잘라서 다시 배치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겪은 사람들이 쓴 짧은 글로 구성돼있다. 총 일곱 개의 테마에 관한 각자의 이야기가 한 두 문단 정도의 짧은 글로 표현됐다.

Q. 정신질환 문제에 접근할 때 기성 출판사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다고 생각하나.

A. 책을 내기 전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기성 출판사의 책을 많이 읽었다. 대부분 의사나 심리상담사처럼 권위 있는 사람의 조언으로 책이 구성돼있었다. 그러나 내가 궁금했던 건 다른 우울증 환자들의 삶이었다. 그런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을 직접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독립출판의 자유로움이 많은 도움이 됐다. 우리 출판사에서 낸 책 외에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독립출판물도 정신질환자가 심리 상담을 받은 내용을 대화체로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이 기성 출판사를 통해 발간되면서 이후 다양한 형식의 책이 나오게 됐다. 독립과 기성 출판사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출판계에도 달라진 점이 많다고 느낀다.

Q.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텍스트가 이전보다 외면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독립출판이 지속해서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텍스트의 위기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텍스트를 읽는 시간 자체는 과거보다 늘었다. 각종 전자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텍스트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체보다는 콘텐츠의 문제다. 매체가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으면 유튜브에 올린다고 해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솔직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형식이 결합한 것이다. 독립출판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플랫폼과 소비층이 구축돼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독립서점이 늘고 있어 독립출판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Q. 독립출판을 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쓰기 전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글 솜씨에 대한 고민부터, 글의 내용과 구성, 디자인 등 수많은 고민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너무 멀리 보지 않고 한 단계씩 즐기면서 나아갔으면 한다.

Q. 향후 ‘warm gray and blue’의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큰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다. 가제는 ‘1등급만 받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했잖아요’다. 많은 사람이 ‘공부만 잘하면 돼’, ‘대학만 잘 가면 돼’라는 말을 듣는다. 그 말만 믿고 달려가는 과정에서 많은 걸 잃는다. 학벌, 좋은 직장만을 위해 노력한 끝에 뭐가 남았는지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모으고 싶었다. 주로 ‘스펙’ 경쟁을 겪은 20대 후반 이상의 저자들이 이야기한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연세대 구성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회사 이메일로 문의하길 바란다.

Q. 독립출판사·출판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구현하기를 바라나.

A. 독립출판이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읽히면서 각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사회적인 가치를 떠나서 책을 내는 사람에게도 완성된 형태의 책 한 권을 갖는다는 건 큰 의미다.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민소정 양하림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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