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한 명의 구속, 경제에 악영향 미칠 수 있나

김찬선 (경영·18)

지난 8월,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액수는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증가했다.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이 재수감 될 수도 있다. 현재 재계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나라의 대내외적 상황과 삼성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타당한 우려로 보인다.

우선, 재벌 총수의 구속은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 기업의 리더이자 ‘얼굴’인 재벌 총수의 부재는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집단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판단은 상황 해결뿐 아니라 이후 장기적으로도 집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대내외적 상황을 봤을 때 지금 삼성에게는 현 상황이 위기 상황이다. 지난 7월 일본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8월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였다. 메모리 부문에서 초격차 전략을,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투자 확대를 통한 점유율 확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한일갈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미·중 무역전쟁이 현재 진행형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과 삼성의 관세 차이를 언급한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리더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생기는 리더의 공백은 삼성한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그룹 영업이익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급격하게 줄었다. 그 이유로는 반도체 시장의 침체 및 불확실성과 스마트폰 판매 실적 부진을 들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선택들이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현장 경영은 현장 점검을 하는 동시에 ‘삼성은 건재하다’라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투자자들의 불안함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있다. 삼성은 과거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격적인 투자 또는 투자 분야의 변화라는 선택을 통해 위기상황을 해결해 나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반대로, 투자 축소를 통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판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중대한 판단은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지게 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의 손해와 투자자들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까지 삼성전자 주가를 살펴보면 총수 구속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소식이 따르면 주가가 오르고 불리한 소식이 따르면 주가가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총수의 신병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기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 그룹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삼성 그룹은 시가총액 약 400조로 국내 주식시장의 1/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부진 및 위기는 우리나라의 부진 및 위기로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만약 삼성이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한국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한 불안정한 국제 사회와 한국 경제의 지나친 삼성 의존도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이 불안정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재벌 총수 구속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재계의 우려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 구속 여부와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될지 안 될지는 재판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러한 우려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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