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특위 출범 1주년 대학신문 기자간담회를 다녀오다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 부양책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사회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제기되는 비판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지속 가능할까?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아래 소득특위)가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았다. 지난 5일 소득특위는 ‘소득특위 출범 1주년 대학신문 기자간담회’(아래 간담회)를 개최했다. 

 

▶▶소득특위는 출범 1주년을 맞이해 대학신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 도구는 소비

 

소득주도성장은 가계 소득 증가를 통한 소비 진작, 그에 따른 생산 확대·투자 증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골자로 한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기존 경제학의 논리를 뒤집은 방식이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실현을 위해 ▲가계 처분가능소득 증대 ▲총수요 확대 두 요건이 충족돼야 함을 시사한다.

현 정부는 우선 가계 처분가능소득 증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소득특위 홍장표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최대 문제는 소득 격차와 기회 불균형”이라며 “분배를 통한 저소득층 소득 증대와 사회안전망 확대를 통한 기회 보장이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고용 지원 자금 확충 ▲의료비 및 주거비 경감 등이 거론된다.

가계 소득은 노동의 대가로 지불받는 임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크게 ▲근로 소득(임금) ▲사업 소득 ▲비근로 소득(지대·이자) ▲공적이전 소득 등으로 나뉜다. 그중 공적이전 소득은 정부가 저소득층 등에 직접 제공하는 부조다. 현재 정부는 공적이전 소득 지원 확대를 통한 저소득층의 가계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1분위 가구의 근로 소득은 감소했지만 공적이전 소득을 포함한 명목 소득*은 증가했다. 홍 위원장은 “저소득층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집단은 근로 능력이 부족한 노년층”이라며 “공적이전 소득으로라도 저소득층 가계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금 퍼붓기라는 비난에도 정부가 공적이전 소득을 확대하는 이유는 저소득층의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소득특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1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은 105.6%로 전체 평균 71.1%에 비해 30%p 이상 높았다. 홍 위원장은 “기초노인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강화는 사회적 약자층의 소비 능력을 강화한다”며 “소득특위는 소비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소비가 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2018년 전체 가구 월평균 소비 지출은 약 254만 원으로 2017년 기준 256만 원보다 감소했다.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있다. 지난 8월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보다 3.4포인트 떨어진 92.5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인식해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소비가 증대되지 않는 이상 소득주도성장은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에 머물 수 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소비심리 제고 대책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는 관련 대책 논의에 나서고 있다. 홍 위원장은 “소비 위축은 계속 이어져 온 가계 부채 증가에서 부분적으로 기인한다”며 “현재 가계 부채 동결에 주력하는 만큼 소비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비 잘하는 청년,
정작 그들을 위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 청년 정책에 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현재 청년 정책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중소기업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공공임대주택 등 청년층의 소득 보전에 주력하고 있다. 홍 위원장은 “높은 주거비와 일자리 격차가 청년층을 옥죄는 상황”이라며 “주거 지원과 임금 지원책 등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청년층의 취업과 생활 안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19년 중앙 정부 청년 관련 예산은 20조 7천900억 원에 달한다. 일례로 지난 2018년 기준 청년내일채움공제는 15만 명을 대상으로 약 4조 원을 지원했다. 청년 정책은 참여 경험이 있는 청년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소득특위는 배포 자료를 통해 ‘정부 정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청년들의 경우 긍정적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청년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20대의 소비 성향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세대 구분에서도 소비 성향 격차는 나타난다. 지난 8월 30일 소비자동향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소비지출 전망***은 100.7로 전 세대 중 유일하게 100을 넘었다. 20대 소득 증대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셈이다.

다만, 현 정부의 청년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이어진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지난 2018년에 비해 0.9% 인상됐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0.8% 줄어들었다. 양자 간 임금 격차가 오히려 벌어진 셈이다. 이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나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이 청년층의 소득 증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소득층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이 집중된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일자리 정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여전히 소득분위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일례로 청년공공임대주택은 소득분위에 우선해 분양 순위를 결정한다. 국가장학금 등 주요 학비 지원 제도 역시 소득분위에 근거한다. 소득특위 시장소득개선팀 최병천 전문위원은 “청년층은 다양한 소득 계층으로 구성돼 있기에 단일한 정책을 구상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 정책이 현재 세대 간 구분이 아닌 소득 구분을 따른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부모 소득과 별개로 교육이나 주거에 자금이 필요한 청년들은 사각지대에 설 수밖에 없다. 서울에 거주 중인 박모(28)씨는 “소득분위가 높다는 이유로 번번이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형편이 어렵지 않더라도 학비가 부담되긴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2030의 소비 성향이 그 어떤 세대보다 높다는 걸 알고 있다”며 “관계 부처에서 청년층 대상 주거 지원 확대 등 구체적 대안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공언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이번 간담회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정부와 청년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였다. 다방면으로 소통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유의미했지만,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단기적 부양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선 적극적 소비 진작 정책과 세대 구분에 근거한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명목 소득: 물가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소득 자체를 의미한다. 통계청은 2인 가구 이상을 모집단으로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 명목 소득은 0.04% 증가했지만 근로 소득은 15.9%P 감소했다. 공적이전 소득은 9.7% 증가했다. 한편, 소득특위가 1인 가구를 포함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명목 소득은 3.6% 상승했다. 근로 소득 역시 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소비성향: 가구가 재화·용역 구매에 소비한 지출액을 소득으로 나눠 환산한 백분율을 의미한다.
***소비지출 전망이 100 이하면 해당 응답자가 긴축에 나설 것을 의미한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사진제공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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