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뉴스 조주희 서울 지국장을 만나다

“미·북 간 갈등 상황 발생 시 대한민국의 입장은?”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을 향해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당시 다른 기자들의 질문보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기자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 모든 카메라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현 시국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이 기자는 누구일까? 1988년 CNN 인턴으로 언론계에 발을 들인 후, CBS, CNBC, 미국 워싱턴 포스트 특파원을 거쳐 현재 미국 ABC 뉴스 서울 지국장을 맡은 조주희 국장을 『The Y』가 만났다.

 

이방인이었던 소녀가 
외신기자가 되기까지

 

조 국장의 예리한 질문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조 국장은 어렸을 때부터 신문 읽는 것이 즐거웠다. 통찰력이 남달랐던 조 국장은 언론의 자유가 탄압받던 1970년대, 우리나라 언론이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또래가 갖고 놀 법한 장난감보다 눈만 뜨면 신문을 찾았던 조 국장은 국제 뉴스와 국내 뉴스를 비교하는 재미를 느꼈다.

어린 시절의 조 국장에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조 국장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외국인으로 취급받으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자각했다. 그러나 한국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그들과 다른 생각과 사상을 가졌다는 걸 느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상황에서 그는 본인이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 끝에 그는 오히려 자신의 고민을 강점으로 만들었다. 바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아닌 ‘두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조 국장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외국어가 능숙하다는 본인의 장점을 살려 외신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30년 차 베테랑이 되기까지 

 

지난 7월, 조 국장은 한창 시위가 진행 중인 홍콩에 취재를 떠났다. 그가 펜과 노트북에 더불어 챙긴 물건은 바로 헬멧과 방독면. 중국 공안의 강경 진압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조 국장은 아무리 위험해도 직접 현장에 방문한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 것일까? 조 국장은 “기자의 생명력은 현장을 취재할 때 나온다”고 말했다. 기억나는 취재 현장이 있냐고 묻자, 조 국장은 “모든 순간이 기억난다”고 답했다. 언론인이 된 지 어느덧 30년 가까이 됐지만, 모든 현장이 그에게는 생생하다. “기자에겐 진실하고 책임 있는 보도가 생명”이라는 신념 아래 베테랑의 자리를 굳혔다. 팩트체크와 균형, 그리고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순간이 쌓여 이뤄진 시간이다. 

현장에선 냉철해 보이는 그에게도 좌절의 순간이 있었다. 조 국장은 탈북민 취재 중 번번이 가슴 아픈 현장을 겪었다. 모녀가 두만강을 건너다 아기는 죽고 엄마 혼자 살아남은 현장. 반대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취재해야만 했던 현장. 심지어 북한에서 팔려 간 여성들이 노예 생활을 하다가 탈출하는 경우도 목격했다. 탈북민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취재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그는 매번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조 국장은 “당장의 연민보다 ‘제3의 눈’으로서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탈북민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장을 벗어난 기자가 행할 수 있는 정의였다. 

 

아름답게 욕망하는 법

 

숨 막힐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조 국장이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 바로 후배 양성이다. 편협한 언론사가 난무하는 요즘, 그는 객관적이고 영양가 있는 기사를 쓰는 기자를 키우고자 한다. 그렇기에 많은 후배를 만나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달하며 후배들을 교육하고 있다. 

조 국장은 본인의 저서 『아름답게 욕망하라』에서 밝혔듯 청년들이 욕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청년 실업과 같은 사회적 문제부터 개인적 문제까지, 고민을 짊어진 청년들이 욕망을 가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 국장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사는 동네에서 벗어나 무대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며 “넓은 바다에 몸을 던질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현재 언론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최근 언론사 간 과열 경쟁에 따라 자극적인 황색 언론*이나 뉴스 어뷰징**이 늘어나며 기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때론 거짓 뉴스에 노출된다. 조 국장은 “세상을 이해하는데 인문학 서적이 큰 도움을 준다”며 “편파적인 뉴스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어떤 기자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조 국장은 “객관적이지 못한 기자가 될까 봐 항상 조심스러웠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기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한길만 쭉 걸어가는 백발의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조주희 국장. 스스로 욕망하는 기자가 되기 위해 걸어왔던 길, 수많은 후배가 조주희의 길을 욕망하길 바란다. 

 

*황색 언론: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기사를 보도하는 언론 
**뉴스 어뷰징: 온라인 기사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언론사의 의도적 조작 행위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사진제공 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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