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영역에 놓여 허술한 유학생 교육과 관리

대학의 풍경이 바뀌었다. 다른 피부색과 눈동자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 대학 캠퍼스를 거닌다. 정부와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하지만 대학이 그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유학생 10만 시대
대학 재정난의 해결책은 유학생 유치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에 14만 2천2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2014년부터 매년 1만 명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20만 명의 유학생을 유치할 계획이다. 유학생 모집 장려를 위해 교육부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아래 IEQAS)를 운영하고 있다. IEQAS는 ▲불법 체류율 ▲중도탈락률 ▲언어능력 기준 충족률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부담률 등의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IEQAS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비자발급 절차 간소화 ▲한국유학박람회 참여 우대 ▲비율 제한 없는 정원 외 외국인 자율 선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유학생의 숫자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 대학에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대학 역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원센터 설립, 장학금 지급 등의 방법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 한다. 이화여대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인 유학생장학금(ISS)’을 지급한다. 고려대는 외국인 유학생의 적응을 돕는 글로벌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면서 등록금의 반액부터 전액까지 지원한다. 학비 부담을 덜어주는 각종 제도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 대학 진학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학과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는 이유는 대학 재정난 해결을 위해서다. 우리나라 대학의 85%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대부분 학생의 등록금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사립대학의 운영수입 중 등록금 수입 비율은 60.4%였다. 운영수입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행된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으로 인해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안정적이지 않다.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강사법까지 시행되면서 추가 지출마저 늘었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더 많은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대학에 재정난 해결책은 절실하다. 이에 정원 외 입학으로 부가적인 등록금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돌파구로 활용된다. 대학연구소 김효은 연구원은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서 얻는 추가적인 재원으로 부족한 등록금 수입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지난 2019학년도 1학기 GBED 간담회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석한 모습이다. 한국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다방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모든 걸 ‘알아서’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학 수업은 못 쫓아가지만
일단 입학은 허락한다?

 

대학은 유학생의 ‘수’에만 집중한다. 그 사이 유학생의 ‘질’에 대한 문제는 뒤로 밀렸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 전공 강의를 들을 능력이 없어도 입학부터 시키고 보는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수업을 같이 듣는 한국인 학생들도 불편함을 겪는다”며 “교육의 질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한국어능력시험(아래 TOPIK)에서 3급 이상의 수준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고, 졸업 전까지 4급 이상을 취득하도록 권장한다. TOPIK 인증 급수가 없다면 영어시험인 PBT TOEFL에서 550점 이상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TOPIK 3급은 대학에서 전공 수업을 듣기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우리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관계자는 “3급은 간단한 문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으로 대학 수업을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5~6급은 취득해야 전문적인 지식이 전달되는 전공 수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TOPIK 안내 자료에 따르면 3급은 공공시설 이용과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기초 언어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기준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규정된 언어능력 기준이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허가한다면 TOPIK 2급이어도 1년간 300시간 이상의 한국어 교육을 이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입학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언어능력 권고 기준을 만족한 유학생은 41.1%에 불과했다. 교육부 교육국제화담당관 구현규 주무관은 “적어도 TOPIK 3급 이상이어야 한국에서 생활하고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기준을 교육부가 제시한 것”이라며 “언어 기준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지만 IEQAS 평가 항목에 언어능력 충족률을 포함해 해당 기준을 지키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증제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IEQAS는 인증 요건으로 언어능력 충족 학생 비율이 30% 이상이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언어능력 충족 학생이 30% 미만인 대학이 45.6%에 달했다. 언어능력을 충족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 역시 19.8%나 됐다. 언어능력 기준에는 TOPIK뿐만 아니라 PBT TOEFL도 포함된다. 영어 인증시험 점수로 기준을 충족한 학생들을 고려하면 한국어 인증시험으로 기준을 충족한 학생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학 후에도 빈틈은 여전해

 

부족한 언어능력은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 중도탈락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4.7%였던 중도탈락률은 계속 증가해 2016년 5.9%로 늘었다. 김 연구원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한국어를 못해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유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이 제공하는 의무 교육은 없다. 수업을 듣기에 충분한 한국어 능력을 갖추는 것도 학생의 자율인 셈이다.

한국인 학생들 역시 한국어가 부족한 외국인 학생들과 수업을 듣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김민형(불문·19)씨는 “타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조별 과제를 할 때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아 불편했다”며 “한국인 학생들이 과제를 다 하고 최소한의 역할만 외국인 유학생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BT TOEFL도 입학 기준으로 인정되는 만큼 영어 인증시험 점수로 입학한 학생도 있다. 이들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와 질의 영어강의가 개설돼야 한다. 하지만 대학이 현재 운영하는 영어강의는 둘 다 미비한 상황이다. 먼저 수가 충분하지 않다. 지난 2019학년도 1학기 기준 영어강의 비율을 공개한 4년제 대학 13곳의 평균 영어강의 비율은 19.9%였다. 영어 강의들의 질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이 2018년 569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영어 강좌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 중 40%가 영어 강좌임에도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지 않는다며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외국인 유학생 관리, 어디까지 대학의 몫인가?

 

언어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학교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다. 대학의 자율에 따라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만큼 학생들은 생활 편의 서비스를 누릴 수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구 주무관은 “교육과 생활 편의에 관한 내용은 정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에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면서도 “유학생 표준 업무 처리 요령을 배부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후 관리의 공백은 불법체류자가 되는 유학생들을 놓치게 만든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누계 규모는 1만 110여 명으로 집계됐다. 유학생으로 위장해 입국하거나 학교에 다니던 중 잠적하는 식이다. 김 연구원은 “중도탈락률 증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학생들이 취업하기 위해 잠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에만 4천500여 명이 잠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IEQAS를 통한 대학별 자율 관리를 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교육국제화담당관 이주호 주무관은 “교육부 차원에서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별도의 사업은 없다”며 “불법 체류율이 높은 학교는 하위대학으로 지정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대학이 학생들을 관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증제가 대학이 불법체류 학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게 할지는 미지수다. 대학이 불법 체류율 1% 미만 대학으로 선정되면 더 많은 학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어 재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는 대학이 불법체류자 학생을 보고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조선대에서는 대학이 불법 취업을 알선해주며 유학생을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조선대는 불법 체류율 1% 미만 대학으로 인증돼 약 40억 원의 재정효과를 거뒀다. 이 주무관은 “인증제뿐만 아니라 대학은 불법체류자를 신고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갖고 있다”며 “불법체류 학생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기 때문에 인증제와 상호 보완해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 대학에 글로벌 인재를 유입시키고, 재정난 해결에 일조한다. 하지만 대학이 제대로 된 교육과 관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자칫 학위 장사로 오인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대학이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교육부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이 국제화된 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려면 높은 선발 기준과 철저한 사후 관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사진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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