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사회적 공분을 샀던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은 가해자 안인득이 이웃 여고생을 스토킹하며 시작됐다. 여고생 가족들은 집 앞에 CCTV까지 달아가며 증거를 모았다. 그러나 신고 결과는 ‘직접적 폭행 사실 없음’에 따른 훈방이었다. 이는 결국 20명의 사상자를 낸 보복 방화 사건으로 귀결됐다.

 

 

스토킹, ‘가벼운’ 범죄?

 

스토킹이란 타인의 의사에 반해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스토킹은 드문 범죄가 아니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1천200명을 설문한 결과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11.1%였다. 스토킹의 피해 유형으로는 주거지나 직장에 연락 없이 찾아와서 기다림(67.1%), 지나친 전화·문자 연락(63.1%)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미행(29.7%), 일방적으로 선물을 보내는 것(26.6%), 의도적인 험담 등 모욕적인 행위(17.6%), 협박(1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이 단순한 괴롭힘에서 그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가 2014년 스토킹 피해 상담 240건을 분석한 결과, 강력 범죄로 이어진 사건은 21%에 달했다. 남자친구의 집착으로 인한 이별 이후 피해자가 스토킹에 시달리다 끝내 살해당한 사례도 있다. 이는 스토킹이 단순 경범죄에 머무르지 않고,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형법은 스토킹을 경범죄에 해당하는 ‘지속적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 41호는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계속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을 스토킹 가해자로 규정한다. 처벌 수준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불과하다. 다른 범죄행위가 더해졌다면 다른 죄를 포함하여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상 8만 원의 범칙금 처분을 받는다.


       
온라인으로 번진 스토킹
SNS를 타고 ‘신생’ 범죄로 등장해

 

최근에는 미디어 발달로 인해 신종 범죄인 사이버 스토킹도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 스토킹은 전화·SNS·이메일·인터넷 게시판·대화방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문자·음성·영상 등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내며 괴롭히는 행위를 일컫는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사이버스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10년 8천638건에서 2011년엔 1만 345건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사이버 스토킹은 SNS나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그리고 더 자주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스토킹 가해자가 자신의 SNS에 스토킹 피해자의 사진을 계속 올리며 연인 행세를 한 사례가 존재한다. 주로 출퇴근이나 이동 중에 벌어지는 오프라인 스토킹과 달리 일상적으로 스토킹이 벌어지는 셈이다.

사이버 스토킹이 오프라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6년 SNS로 피해자에게 555건의 문자를 보내고, 자신의 SNS에 피해자의 사진을 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회사까지 찾아와 드러눕는 무단 침입죄로 이어졌다. 범죄행위가 가상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호의’ 아닌 스토킹,
 제대로 된 처벌은 언제쯤?

 

스토킹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며 스토킹 처벌법 신설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이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15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관련 논의는 정지된 상태다. 형사법제과 신희연 검사는 “스토킹 처벌법은 입법예고* 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해당 법안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법제사법위원회 이은정 입법조사관은 “국회에서 기한이 지나 스토킹 처벌법은 종료된 입법예고로 처리돼 있다”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폐기된 셈”이라고 밝혔다.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안건에 밀려 스토킹 처벌법이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1~2회 이성에게 교제를 요구하거나, 피해자의 불안감이 커도 스토킹 행위에 대한 명시적 거절 의사 표현이 없는 경우에는 스토킹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대구에서 경찰이 지속적 스토킹 범죄를 증거불충분으로 처리했고, 결국 피해자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스토킹이 강력 범죄로 비화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스토킹 자체가 모호한 개념임을 지적한다. ‘호의’로 접근한 이를 범죄자로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제적 처벌 동향은 우리 사회와는 정반대다. 일본의 경우 현장 경찰이 가해자에게 경고할 때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금지명령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엔(약 1천94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이버 스토킹 역시 오프라인 스토킹과 동일하게 처벌한다. 영국은 경찰이 가해자에게 3개월까지 접근금지 처분을 내릴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6개월까지 가해자를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이 모호한 만큼, 더욱 엄격하게 이를 규제하는 셈이다. 

 

형벌의 공백을 틈타 스토킹은 항상 도사리는 위협이 됐다. 최근엔 SNS로까지 번져 보다 집요하고 강박적인 괴롭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속히 법안을 신설해 새롭게 퍼지는 스토킹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입법예고: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법령안의 내용을 사전에 국민에게 알려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글 조수빈 기자 
mulkong@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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