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감축 논란 재점화

지난 2018년 현역으로 입영한 사람은 약 22만 명이다. 2014년에 비해 약 5만 명 줄어든 수치다. 청년층 인구가 감소하며 현역병 복역 자원이 급감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대체복무 인력을 축소해 현역으로 입대하는 장병의 비율을 9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전문연구요원(아래 전문연) 정원 감축이 거론되며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연구로 군역 대체하는 전문연구요원

 

전문연은 병역자원 일부를 병무청장이 선정한 지정업체에서 3년간 연구 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자격요건을 만족하는 석‧박사 졸업생들은 기업체나 대학원 연구소에 종사하며 병역을 이행할 수 있다. 전문연은 크게 석사졸업요원와 박사과정요원으로 나뉜다. 석사졸업요원은 국내 중소기업, 국공립 연구기관 등 병무청 지정업체에서 3년간 근무한다. 박사과정요원은 국가 편입 시험을 거쳐 전문연 자격을 얻은 후, 국내 대학원에서 3년간 수학하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체한다.

이 제도는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산업‧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1973년에 도입됐다. 2018년 말 기준 병역지정업체는 기업체와 각종 연구기관을 포함한 자연계 연구기관, 대학원 등의 대학 연구기관, 방위산업 연구기관을 포함해 총 2천175곳이다. 총 2천500여 명의 전문연이 이들 업체에서 복무하고 있다.

 

병력 확보하고픈 국방부…
과기계 강하게 반발

 

전문연 폐지 논란은 지난 2016년 국방부에서 ‘산업 분야 대체복무 배정 인원 추진 계획안’을 각 정부 부처에 발송하며 시작됐다. 병역자원 급감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연 등 이공계 병역특례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중소기업, 과학기술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정부 관계 부처는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연이 국내 연구개발과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이유였다. 이에 국방부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전문연 폐지 계획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월 전문연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136회 한림원탁토론회에 국방부 인사복지실 이인구 인력정책과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재점화했다. 이 과장은 “군에서 필요한 병력을 충원하기에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히며 전문연 감축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어 7월 잇따른 언론 취재 결과, 전문연 정원 감축 정황이 감지됐다. 국방부 내부 보고서를 통해 전문연 정원을 2022년부터 점차 감축하기 시작해 2024년까지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이려는 시도가 포착된 것이다.

이를 두고 학생들과 과학기술계의 항의가 빗발쳤다. 우리대학교, 고려대, 서울대 등과 KAIST를 비롯한 4개 과학기술원은 전문연 제도로 대학원생들을 확보해왔다. 병역을 수행하면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대학원 진학의 결정적 유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지난 2018년 서울대 내부보고서 ‘전문연구원제도 운영 및 선발의 현황과 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학원생 중 약 80%가 ‘전문연구요원제도가 박사과정 진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절반가량인 49%가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없으면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공계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국내 연구기관들이 국방부 정책을 전면 비판한 이유다.

이공계 학생들도 전문연 감축에 조직적으로 대항하고 나섰다. 지난 7월 각 대학 학생대표자들이 연대해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아래 위원회)’를 조직했다. 의장 서울대 공과대 학생회장 임지현(화학생물공학부‧16)씨는 “전문연은 이공계 석‧박사 학생들이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방편”이라며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전문연 편입을 계획하던 중 전문연을 감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위원회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전문연 축소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연은 중소기업이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2018년 기준 중소벤처기업에는 총 1천548명의 요원이 복무하며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연구 인력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문연 제도는 중소기업에 20대 석‧박사 인력의 77.4%를 공급했다. 8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병역대체복무제도 축소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 중소기업 303곳 중 85.1%가 전문연을 확대 또는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이 아닌 연구로 국가 수호하는 전문연,
위기는 언제까지?

 

전문연 감축이 국방력 향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당장 병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낮다. 전문연의 정원은 현재 2천500명으로 지난 2018년 현역병 입영자 수 10만 1천 명의 2.5%에 불과하다. 전문연 감축으로 유의미한 병력 증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국방부는 전문연 감축의 구체적 계획 발표를 두고 유보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감축은 필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체복무요원 감축 문제를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나 감축 규모와 시기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감축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 시기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공계 전문가들은 전문연 감축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총 84명의 요원이 방위산업 연구기관에 복무하고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전문연 제도를 통해 전공 지식을 가진 이공계 젊은 인력을 채용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안보와 직접 연관된 방산 연구에도 전문연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역 장병 수를 국방력과 동일시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7월 열린 ‘전문연구요원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사이버 테러, 방사능 등 새로운 안보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병력 부족 현상에 맞춰 국방 체계를 더 고도화하고, 이를 위해 전문연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씨는 “전문연은 다른 방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바는 현역병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방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연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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