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영광, 한국 농구의 현 위치를 짚어보다

'농구 황금기'로 회자되는 지난 1990년대, 농구장은 언제나 관중들의 함성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농구는 속절없이 외면당하고 있다.

 

 

Back to the 90s,
Back to the 농구 황금기!

 

1990년대 초반 연재되기 시작한 만화 『슬램덩크』는 한국 농구 황금기의 시발점이었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와 함께 농구는 국내 팬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매거진 농구인생』의 오제혁 에디터는 “『슬램덩크』는 90년대 농구인들에게 교과서”라며 “당시 사람들은 온종일 농구만 하고 살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슬램덩크의 인기는 ‘농구대잔치’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대한농구협회 주관의 농구대잔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구대회로 거듭났다. 스타성 있는 대학 선수들의 등장 덕분에 관중석은 소녀 팬들로 가득 차기도 했다. 그 시절 농구선수는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강민영(47)씨는 “지방에 거주했음에도 농구대잔치 시즌에는 항상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상경했다”며 “하이틴 잡지에 좋아하는 농구선수가 실릴 때면 서점에 줄을 서서 살 정도”였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농구대잔치의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줬다. 극 중 여주인공 ‘성나정’은 우리대학교 농구부 이상민 선수의 팬으로 등장한다. 성나정은 이 선수를 따라 우리대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드라마는 소녀 팬을 대표하는 인물을 내세워 그 시절 농구의 인기를 실감 나게 보여줬다. 양재혁 선수(체교·16,SF·21)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농구 황금기를 드라마로 느꼈다”며 “그 시절의 농구 열기가 다시 재현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농구대잔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농구의 인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마지막 승부』는 ‘농구대잔치를 절묘하게 녹여낸 『슬램덩크』의 실사판’이라는 평을 받으며 지난 1994년 안방가를 점령했다. 극 중 주된 대결 구도인 ‘명성대학교 대 한영대학교’는 농구대잔치의 ‘연세대학교 대 고려대학교’의 구도와 겹쳐졌다. 우리대학교와 고려대의 경기는 농구대잔치의 백미였다. 양교에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연세대와 고려대 경기가 있는 날에는 표가 매진되기 일쑤”였다며 “오빠 부대 간 기 싸움이 자주 오갔다”고 말했다.


떨어지는 경기력
추락하는 프로농구 인기


1990년대 농구는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였다. 농구대잔치로 활기를 띤 한국 농구의 인기는 지난 1996년 프로농구 출범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농구의 인기가 절정일 무렵 대한농구협회에 ‘프로농구추진위원회’가 설치됐다. 프로농구 관계자 A씨는 “농구대잔치의 엄청난 열기는 한국 농구의 프로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프로농구 출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프로농구의 현실은 초라하다. 한국프로농구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 프로농구 전체 관중 수는 약 13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지표인 2018년의 관중 수는 약 84만 명이었다. 관중들이 프로농구를 떠나게 된 주요인은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 저하다. 특히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져 각 구단은 우월한 신체 조건을 갖춘 외국인 선수에 의존한다. 외국인 선수는 다득점을 위해 주로 공격에 배치된다. 프로농구의 2018~2019 최다 득점자 순위를 보면 1~10위가 모두 외국인 선수다. 감독은 이기기 위해 외국인 선수를 중용한다. 기량 격차를 고려해도 새로운 스타 한국 선수가 등장할 기회 자체가 줄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 저하는 프로농구의 인기를 하락시킨다. 이는 프로농구의 지나친 상업화로 이어진다. 매년 프로농구의 리그 이름과 타이틀 디자인이 후원사에 따라 바뀌는 것이 단적인 예시다. 프로농구의 중계권 판매 부진과 줄어든 관중으로 인한 수입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선 기업의 후원이 불가피하다. 양 선수는 “최근 농구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부족하기에 대중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 농구장의 관중석은 텅텅 비어있다. 함성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한국 농구의 재기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윤세나 기자 
naem_sena@yonsei.ac.kr
김재현 기자
bodo_boy@yonsei.ac.kr

그림 나눔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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