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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촌박스퀘어, 성공한 정책일까?박스퀘어의 지난 1년을 돌아보다
  • 김인영 김병관 조재호 백현정 기자
  • 승인 2019.09.02 02:48
  • 호수 51
  • 댓글 0

신촌 기차역 맞은편 청년 창업가들과 거리 상인이 함께하는 ‘복합문화 공간’이란 취지로 지난 2018년 9월 시작된 신촌 박스퀘어 사업. ▲청년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불법 노점상들의 자영업자 전환 ▲이화여대길 정비 ▲신촌 기차역 앞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이곳이 벌써 1주년을 맞게 됐다. 지난 1년간 사업의 성패를 돌아보고자 『The Y』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년 창업자: 저렴한 월세와 다양한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꿈꾸는 청년들에게 좋은 발판,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1. 2개월 된 ‘청년키움식당’의 박지현씨
“청년키움식당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에요. 우연히 공고를 보고 학과 선후배들이 모여서 지원을 하게 됐고, 지금은 이곳에서 와플로 만든 버거와 파스타를 판매 중이에요.

박스퀘어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확실히 저희 같은 청년들이 창업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돼요. 여러 가지 메뉴를 개발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요리 실력도 늘고, 가게 운영 경험도 쌓고 있어요. 이대 전문 외식 창업 컨설팅 회사가 컨설팅을 제공하기 때문에 창업의 발판을 마련할 이만한 기회가 없죠.

2. 1년째 매장을 운영하는 A씨
“박스퀘어가 청년 창업가로서 기반을 다지게 해준 건 사실이에요. 싼 임대료 덕분에 메뉴 개발과 여러 가지 시도에 대한 부담이 적었죠. 또 구청이 하자 보수 등 보호 지원을 해줬고, 저희는 운영 사무국을 통해서 체계적인 도움을 받으니까 하고 싶은 장사만 하면 됐어요. 이런 탄탄한 지원과 저렴한 월세 덕에 확실히 비용 부분에서는 이점이 있어요. 외부에서 시작했다면 많이 어려웠을 거예요.

박스퀘어에서 창업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어요. 사업하는 다른 분들을 만나 연대를 맺을 수 있기도 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웠어요. 아쉬웠던 건 ‘맞춤’ 컨설팅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입주한 분야와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을 얻진 못했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박스퀘어 자체의 인지도가 아직 너무 낮다는 거예요. 그래서 손님들이 많이 유입되진 않는 것 같아요. 저희는 온라인 홍보를 통해 그나마 장사를 이어가는데 다른 창업가들은 수입이 없어서 나가기도 해요. 좀 더 홍보가 활발해져야 할 것 같은데 지금으론 턱없이 부족하죠. 손님이 많이 없다 보니 점포가 비게 되더라고요.”

#박스퀘어로 입주한 노점상: 폭락하는 수익, 어려워지는 생계…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 상인들에 대한 배려 전혀 없어!

1. 박스퀘어에서 ‘88쌈닭’을 운영하는 김종규씨
“수익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대 대학가 거리에 있을 때는 하루에 20~30만 원을 팔았는데 이제는 하루에 10만 원도 어려워요. 그래서 박스퀘어 사업이 실제로 우리 같은 노점상을 위한 사업인지 회의감이 들어요. 지금 박스퀘어에는 한 달짜리 임시 가게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조차도 박스퀘어 설립 1주년 행사를 위해 급히 공석을 채우려는 수작으로밖엔 안 보이죠. 홍보 또한 턱도 없이 부족해요. 이대생만 바라보고 장사를 할 순 없는 노릇이니,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청이 시작한 사업인 만큼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2. 박스퀘어 발전협의회 회장 구일서씨
“수익이 많이 떨어졌어요. 원래 시원찮았던 상권이 갈수록 침체하고, 심지어는 이제 구청에서 신경도 안 써요. 주말과 평일의 수익 편차도 심해졌어요. 노점상을 할 땐 평일에도 꾸준히 돈을 벌었지만, 박스퀘어 입점 이후로는 평일 손님 유입이 현저히 줄었어요. 박스퀘어는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있는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를 우려해 들어오지 않으려 했던 상인들에게 구청이 상권을 살리겠다는 설득을 해서 저희는 믿고 들어왔어요.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유의미한 변화는 전혀 없어요. 청년들이 희망을 보지 못해 2~3개월 끝에 문을 닫고 나가면 구청은 성공해서 나갔다고 거짓 홍보를 해요.

‘노점 절대 금지구역’도 일부 구역에 한정돼 실질적인 효과는 없고요. 구청장이 바뀌면 박스퀘어는 그냥 흉물이 될 거로 생각해요.”

#인근 상가: 박스퀘어, 상권에 해가 되지 않으면 다행!
차라리 신촌 민자역사가 정상 영업하는 게 도움 돼…

1.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A씨
“지금 가게 형편이 사상 최악이에요. 저희 가게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이 전반적으로 힘들어요. 옆 점포들도 다 비어 있잖아요? 롯데리아가 망할 정도면 말 다 했죠. 옛날 이대 패션 거리처럼 외부 인구를 유입시켜 줄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박스퀘어 정도론 턱도 없어요. 박스퀘어도 손님이 없잖아요?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신촌역사가 살아나거나 주변 점포들이 들어차야 할 것 같아요.”

2.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
“박스퀘어에 입점한 점포들도 장사가 안 되는데, 박스퀘어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겠어요? 사실 저희는 박스퀘어가 잘 돼도 걱정이에요. 박스퀘어 안에 분식집이 많던데 손님들을 뺏길 수도 있잖아요. 박스퀘어보단 신촌역사에 신경을 써주면 좋겠어요. 신촌역사가 살아나면 인근 상권도 살아날 거라는 희망이 있어요. 신촌역사에 있는 영화관에서 천만 영화를 상영할 땐 손님이 많아지거든요.”

#지역 청년: 박스퀘어? 관심도 없고 이용할 의사도 없어…

1. 연세대 재학생 이모씨
“박스퀘어 이용하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요? 저도 가본 적 없어요. 박스퀘어에서 문화행사가 열린다는 것도 오늘 처음 들었고요. 연세로나 명물거리에도 맛집이 많은데 굳이 박스퀘어까지 가야 하는 이유를 못 느끼겠어요. 주변 상권이 침체돼있어 근처에 갈 만한 곳도 없고요. 또 거기가 비어있는 점포들이 많아서 밤 9시만 되면 깜깜해지거든요.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 때문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더욱 안 들어요.”

2. 신촌 소재 어학원 수강생 정모씨
“학원 가는 길에 이 앞을 많이 지나다녔지만, 오늘 처음 이용해봤어요. 외관이 컨테이너 구조물로 막혀있어 어떤 시설인지 짐작이 안 돼요. 방문할 마음도 전혀 안 들고요. 재방문 의사는 없습니다. 오후 늦게 방문했는데도 문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았고, 비어있는 점포도 많아 실망했어요. 판매하는 품목도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굳이 여길 찾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특색 있었던 청년 창업가들의 점포는 가격이 비싸 이용하기 부담스러워요.”

#취재노트: 박스퀘어 1주년… 정책 보완하는 계기 되길

지난 6월 29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취임 1년을 맞아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문 구청장은 애착이 가는 사업으로 신촌 박스퀘어를 꼽았다. 노점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고, 청년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한 지역 상생 정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박스퀘어는 ‘고용노동부장관상’, ‘지방정부 정책대상’ 등을 수상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의 평가는 달랐다. 일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박스퀘어에 입점한 노점상과 인근 상인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특히 박스퀘어에 입점한 노점상들의 불만이 거셌다. “박스퀘어는 구청장의 업적을 위한 사업일 뿐이다”라며 격한 반응까지 보였다.

서대문구청의 입장은 어떨까. 몇 번의 연락 끝에 “박스퀘어 사업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에서 문 구청장은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상생하는 지방정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9월, 박스퀘어에서 1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책 미비점을 보완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1~3개월간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프로그램. 재료비, 유틸리티,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이익으로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사진 백현정 기자
lina@yonsei.ac.kr

김인영 김병관 조재호 백현정 기자  hellodlsdu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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