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속에 녹아든 경제 이야기

공휴일이기 전에 하나의 문화 현상인 명절. 추석을 비롯한 명절 동안 수많은 이들은 전국을 오고 간다. 그런데 사람만큼 많이 오고 가는 게 있다. 바로 ‘돈’이다. 그래서 짚어봤다. 명절 동안 우리는 얼마나 사고 얼마나 파는지, 또 이를 둘러싼 경제는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명절 속의 경제를 읽어보자. 

예로부터 명절 연휴가 되면 정부는 소비 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해 왔다. 우선 우리나라의 돈줄을 쥐고 있는 한국은행이 화폐공급량을 늘렸다. 오랜만에 만난 손주 혹은 조카에게 쥐여줄 용돈을 찾아가려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혹은 휴일이 되기 전에 고액의 입출금 거래를 미리 해두려는 이들을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명절 당일이면 은행 자동 입출금기의 현금이 바닥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시대가 흐르고 국내 주요 산업이 농업에서 공업·서비스업으로 기울면서 명절 경제 또한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말하자면 풍년을 기원하고 제사 의례를 중시했던 지난 세대와 달리 ‘휴식’의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 과감히 제사를 생략하고 온 가족과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혼자만의 여행으로 명절을 즐기는 모습이 그 예다. 지난 2018년 해외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서 설 명절 연휴 자녀 동반 여행객의 항공권 구매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17년 대비 64% 증가했다. 이런 변화에 우려를 표하는 국내 전문가들도 적잖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의 지갑이 해외에서 열리는 시점에 과연 명절은 예전처럼 큰 내수 진작* 효과를 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수치 해석상 이견은 있지만, 전문가들은 명절 연휴 해외여행 증가로 인한 내수 부진은 거의 관측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해외여행 준비 과정에서 하는 소비 또한 명절 연휴 소비에 포함되기도 하고, 기존 방식대로 명절을 보내는 가구 수도 여전히 많기 때문. 지난 2017년 10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연휴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무려 열흘의 황금연휴가 주어졌던 2017년 추석에는 최대 80조 원의 내수 진작 효과가 관측됐다. 또 정부가 지정한 임시공휴일로 인해 명절이 하루 더 늘어날 경우, 약 714억 원만큼의 돈이 쓰인다고 한다. 예전보다 명절 연휴 중 해외 소비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명절의 경제적 파급력은 건재하다. 

오히려 가끔 관측되는 명절 연휴 중 경제성장률 소폭 감소의 원인은 소비 감소가 아닌, 장기간 휴일이 불러오는 생산 감소에 있다고. 연초부터 비교적 긴 연휴가 예상되면 다른 해에 비해 많은 인구가 이른바 ‘샌드위치 데이’**에 연차를 신청해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한 생산인구의 공백이 해당 분기 기업 실적과 이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나치게 긴 명절이 바로 덜 만들고 덜 파는 ‘경제 부진’ 현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어디에서 무엇에 돈을 쓰느냐와 관련 없이, 명절은 여전히 우리에게 단순한 ‘대목’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존의 방식대로 가족과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화합의 시간, 바쁜 일상에 치여 누리지 못했던 휴식을 위해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명절인 이번 추석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또는 나를 위한 ‘이유 있는’ 소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내수 진작: 한 국가 내에서 이뤄지는 소비와 투자, 즉 국내 수요 전체가 증가하는 현상
**샌드위치 데이: 휴일 사이에 하루 이상 끼어있는 평일

 

글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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