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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대해] 노(NO)탄수화물 체험기
  • 김현지, 민수빈 기자
  • 승인 2019.06.03 00:02
  • 호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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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떡볶이를 배달시켜 먹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연스레 이 말을 덧붙인다. “떡볶이에 우동 사리 추가해 주시고요, 주먹밥도 추가해 주세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라면 사리, 볶음밥 등 습관처럼 식사를 탄수화물로 마무리한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탄수화물에 ‘미친’ 민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정 기간의 ‘노(No) 탄수화물‘ 식단은 체내 영양소의 균형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삼시 세끼를 책임져 온 탄수화물을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The Y』가 먼저 탄수화물 없는 일주일을 살아봤다.

<수빈>

수빈: 음료나 간식으로도 끼니를 때우곤 한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불닭볶음면’을 꼽을 정도로 매콤한 탄수화물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 밥(면)순이.

1일 차: 대망의 첫째 날이다. 아침은 꼭 밥으로 먹곤 했지만, 오늘은 바나나와 우유로 대체했다. 즉석 밥은 이제 그림의 떡이다. 저녁엔 ‘내가 탄수화물을 못 먹는 거지, 다이어트를 하는 건 아니잖아’란 생각으로 보쌈을 주문했다. ‘공깃밥은 빼주세요’란 요청사항이 새삼 뼈아프다. 밥 없는 고기쌈이 참 오랜만이었다.

2일 차: 조모임과 연강에 하루 종일 시달린 하루였다. 평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음식을 즐겨 찾았는데, 라면과 떡볶이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배가 됐다. 집에 와서도 배고픔에 낑낑대다 결국 샐러드를 주문했다. 떡볶이와 비슷한 금액인데 왠지 모르게 더 아깝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탄수화물은 내 하루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3일 차: 며칠 전 할머니와 통화하며 할머니의 시루떡이 생각난다는 말을 흘리듯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손녀의 말을 잊지 않으셨던 할머니가 시루떡 한 상자를 보내셨다. 평소 같았으면 기뻐서 춤을 췄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떡을 소분해 냉동실에 쌓아두는 것뿐. 떡을 뒤로하고 차돌박이 샐러드에 곤약젤리를 먹었다. 밍밍하고 심심한 맛과 식감에 기분까지 가라앉았다. 정녕 탄수화물이 안 들어가고 속이 꽉 차는 음식은 없는 걸까.

4일 차: ‘일주일 금방 가겠지’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눈을 뜨자마자 탄수화물이 들어간 모든 음식이 생각났다. 고기나 단 음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하루를 종일 방해한다. 친구가 우울해하는 나를 이끌고 간 곳은 바로 ‘닭 한 마리’ 식당. 구수한 국물에 푹 고아진 닭고기를 찾아 평소에도 자주 가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알았다. 내가 이 식당을 줄곧 찾았던 이유는 백숙을 다 먹은 뒤 끓여 먹던 칼국수와 계란죽이라는 것을. 그들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있다 없으니까’란 유행가가 떠오르는 저녁 식사였다.

5~6일 차: ‘언제 끝나나’란 말을 하루에 50번은 하는 것 같은 나날이다. 종류를 바꿔가며 먹는 고기도 이제는 물린다. 먹는 양을 늘리면 상태가 나아질까 싶어 집에서 오리고기, 샐러드, 아이스크림을 한 끼에 다 먹었다. 그래도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걸 보면, 역시 한국인은 ‘밥의 민족’이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엔 내심 다이어트 효과도 기대했지만, 속이 허해서 먹는 양만 늘어났다.

7일 차: 손꼽아 기다리던 마지막 날이다. 듣기로는 탄수화물을 끊으면 피부 개선, 부종 감소, 체중 감량 등 효과를 볼 수 있다던데, 아쉽게도 기자는 그러지 못했다. 왜냐고? 매 순간 여실히 느껴지는 탄수화물의 빈자리를 단 음료와 고기 등으로 꽉 채웠기 때문. 차라리 한 끼라도 따뜻한 밥이나 면을 챙겨 먹는 게 더욱 건강에 좋았을 것 같다. 밥(면)순이에게는 고문과도 다름없는 일주일이었으니, 노 탄수화물 식단을 시작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부디 참고하시길.

<현지>

현지: 쌀 없이는 못 사는 ‘본 투 비’ 한국인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셨다거나, 군것질을 했다고 끼니를 거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무조건 하루에 한 끼 이상은 포만감이 드는 밥, 면, 빵이 필요한 탄수화물 중독자.

1일 차: 첫날부터 빈속에 놀이공원 가는 버스를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파오는 배에 ‘내일부터 시작할걸’ 후회했다. 두세 시간 동안 걷고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추로스와 핫도그에 눈이 돌아갔다. 과일 몇 조각과 아이스크림으로 하루를 연명했다. 놀이공원에서의 하루는 나들이가 아닌 고된 노동 같았다.

2~3일 차: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갔다. 외식하러 나가자는 말에 신나 메뉴를 정하는데 노 탄수화물 때문에 제안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순간 불현듯 ‘회’가 생각나 연어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가족들이 맛있게 덮밥과 우동을 먹는 동안 연어만 집어먹었지만 나름 행복했다. 아직도 속에서 바다 내음이 물씬 나는 것 같지만.

4일 차: 동기들이 모여 학식을 먹는데 혼자 주섬주섬 샐러드를 꺼냈다. 이 샐러드로 말할 것 같으면 습관처럼 추가하던 고구마 무스가 빠진 노 탄수화물 그 자체다. ‘완벽하다’라고 생각하며 뿌듯해했지만, 이내 샐러드를 뒤적거리며 옥수수 조각들을 골라냈다. 탄수화물은 정말 여기저기 존재한다. 내가 탄수화물 없이 4일을 살았다니. 몸이 가벼워지긴 했지만 삶을 지탱할 포만감이 없어서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다.

5일 차: 옆 학교 축제에 놀러 가 술을 마셨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종일 뛰고 소리 질러도 끄떡없었을 텐데 조금 걸어도 기력이 쇠했다.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만 먹어서 그런지 술도 금방금방 취했다. 그러다 무심코 감자튀김 한 조각을 집어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가끔 의료 잡지에 등장하는 ‘탄수화물 없이 100일을 산 사람들’이 문득 생각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한 번 정신 놓으면 어느새 먹고 있는 게 탄수화물인데….’

6~7일 차: 우울하다. 탄수화물 없는 삶 때문인지, 어제 술자리 때문에 삭제된 하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운동하러 가서 힘없다고 엄살을 부려서 코치님도 나를 포기했다. 학교 축제 뒤풀이에서는 치킨집에 가서 혼자 구운 닭을 주워 먹었다. 이쯤 되니 억울하다. 노 탄수화물은, 깨끗한 피부와 날씬한 몸매보단 예민함과 우울함만을 남긴다. 적어도 먹는 게 곧 삶 자체인 내겐 그렇다.

<전문가 멘트>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

Q. 현대인이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현대인의 탄수화물 섭취가 심각한 수준인가요?

A. 백미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리나라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즉, 주식으로서 탄수화물 섭취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사회학적 변화는 식습관의 변화도 함께 불러왔습니다. 빵, 면, 디저트 등 밀가루를 주로 사용한 즉석식품과 가공식품의 소비가 증가했습니다. 이런 식품에는 첨가당*이 많은데, 첨가당은 단순당질**로 탄수화물에 포함됩니다.

전체 탄수화물 섭취를 놓고 봤을 때, 곡물로 섭취 가능한 복합당질의 섭취는 줄어들고, 즉석식품과 가공식품 등 단순당질 섭취가 증가하는 게 문제입니다.

Q.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건강에 어떤 악영향이 있나요?

A. 탄수화물, 특히 단순당질을 과하게 섭취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건 비만입니다. 체내에서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잉여분은 글리코겐*** 형태로 전환돼 비축됩니다. 그러나 모든 잉여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저장 가능한 건 아닙니다. 넘쳐나는 포도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우리 몸에 저장됩니다.

비만은 신체를 만성적인 염증 상태로 만듭니다. 이는 서서히 당뇨, 고혈압, 이상지혈증****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가 이런 질병들을 바로 일으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는 건 건강을 위해 반드시 지양해야 합니다.

Q. 탄수화물을 적당히 올바르게 섭취하는 방법엔 무엇이 있나요?

A. 한 끼 식사 시 탄수화물을 약 300kcal 내외로 섭취하는 게 이상적입니다. 탄수화물 식품의 경우 밥 1공기, 식빵 3쪽, 적당한 크기의 고구마 혹은 감자 1개 반, 라면 사리 1개, 흔히 볼 수 있는 동그란 팥빵 1개 정도가 약 300kcal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탄수화물 식품을 선택할 때는 단순당질이 많은 것보다 복합당질이 풍부한 식품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복합당질 식품의 대표적인 예로는 도정이 덜 된 곡류(현미, 보리, 귀리, 통곡물빵 등), 각종 채소 또는 해조류가 있습니다.

*첨가당: 음식을 조리하거나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첨가되는 당. 설탕이나 물엿, 시럽 등을 말한다.

**단순당질: 탄수화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되는 포도당, 과당, 또는 설탕 등을 말한다.

***글리코겐: 포도당(글루코스)의 집합체. 간장, 근육 등에 함유된다.

****이상지혈증: 혈액 중 지질 또는 지방 성분이 과다하게 많이 함유돼있는 상태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김현지, 민수빈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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