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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없이 커지기만 한 반려동물 의료정해지지 않은 의료체계에 고통받는 반려동물
  • 강리나 기자
  • 승인 2019.06.03 00:09
  • 호수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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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다. 몇 년 전까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은 애완(愛玩)동물이었다. ‘사랑 애’와 ‘희롱할 완’을 쓰는 한자 풀이에서도 알 수 있듯 동물은 그저 사람이 아끼는 장난감쯤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는 벗, 반려(伴侶)동물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의료체계는 미비한 실정이다.


반려동물 ‘천만시대’라는데
의료체계는 백지 위에 밑그림만

반려동물과 반려인은 더는 찾기 어려운 존재가 아니다. 지난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약 1천481만 명이다. KB경영연구소는 2018년 ‘반려동물 연관산업 현황과 양육실태’ 자료에서 전체 가구의 25.1%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4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수가 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지난 2017년 동물의료 시장의 규모를 6천500억 원으로 추산했고 오는 2020년까지 동물의료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동물의료는 그 규모에 비해 체계가 허술하다. ▲표준진료체계의 부재 ▲진료부 작성기준 부재 ▲의료사고 처리 법안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먼저 동물의료에는 표준진료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질병에 따라 정해진 표준진료항목과 진료지침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의료의 가장 문제는 표준진료체계의 부재”라며 “같은 중성화 수술이라도 A병원은 검사부터 입원까지를 중성화 수술이라 하고, B병원은 마취부터 수술을 마무리하는 과정까지만을 중성화 수술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은 동물의료계에 통일된 체계가 없는 탓에 병원을 옮길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반려인이 이전 병원에서 받았던 치료 과정을 설명하거나 수의사가 반려동물의 상태를 보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진료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표준진료체계 마련을 위해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 동물의료계에는 진료부를 작성하는 통일된 기준이 없다. 진료부는 수의사가 동물의 증상과 처방한 약품, 진료행위 등을 적는 핵심 의료 기록이다. 하지만 진료부를 작성하는 통일된 양식이나 진료행위를 기록하는 표준진료코드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일반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표준진료코드를 따르지만, 동물의료계에는 표준진료코드가 없어 같은 진료를 해도 동물병원마다 용어가 다르다.

더욱이 수의사에게는 진료부를 발급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 문제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더 심각해진다. 수의사가 진료부 발급을 거부하면 어떤 약품이 처방됐는지, 어떤 진료가 행해졌는지 알기 어렵다. 진료부를 강제로 보려면 동물병원에 소송을 걸고 보호자가 증거 보전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다. 환자가 요청한다면 진료부 열람을 허락하고 사본을 내주는 것이 원칙인 일반의료와 대조된다.

또 반려동물에게 안전한 의료를 보장하는 법안도 허술하다. 동물보호법이 존재하지만, 해당 법안은 동물의 등록 및 동물 실험 등에 관한 내용만 다루고 있다. 동물병원에 관한 법안은 「수의사법」 정도다. 하지만 해당 법은 ‘수의사 면허’와 ‘동물병원 운영’을 규정하는 조항이 대부분이다. 반려동물 의료행위와 직접 관련된 조항은 41조까지 있는 「수의사법」과 23조까지 있는 「수의사법 시행령」을 통틀어 2~3개의 조항에 그친다. 의사가 사람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는 「의료법」과는 대조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일반의료와 동물의료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려운 건 안다”며 “하지만 동물의료 분야에서 국가의 지원이나 관리기구 등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병원비 무서워 덜덜 떠는 반려인

반려동물을 치료하기 위한 비용은 반려인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큰 지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발표된 KB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비는 사료비, 간식비에 이어 반려인들의 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반려견을 양육하는 가구의 63.4%와 반려묘를 양육하는 가구의 48.7%가 의료비를 주요 지출 항목으로 꼽았다. 한국펫사료협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 의료비는 연평균 33.2만 원이었다. 반려견이 1년에 병원을 방문하는 평균 횟수가 3.2회임을 고려하면, 방문 한 회당 드는 비용이 비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A씨는 “검사비만 50만 원 정도 나온 적도 있었다”며 “한 번 갈 때마다 비용이 너무 비싸 병원에 잘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의료와 달리 동물의료는 표준진료비가 없다. 지난 1999년 정부가 표준진료비를 정해두는 진료수가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동물병원 간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누릴 것이라며 제도를 폐지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진료비는 동물병원마다 다르게 책정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소비자교육중앙회가 2016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진료비는 병원에 따라 같은 행위라도 최대 8배까지 차이 났다. 더욱이 동물병원은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하거나 공시할 의무가 없다. 그래서 진료비를 홈페이지나 병원 내부에 별도로 명시해두지 않는다. 반려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뒤늦게 알게 된 비용을 낸다. ‘1372 소비자 상담센터’가 2017~2018년 시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진료비를 치료 후에 알게 된 71%의 반려인 중 90.6%가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반려인들이 동물의료비를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본인부담률이 100%기 때문이다. 반려인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보험 제도가 필요하지만, 아직 국가가 운영하는 보험은 없고 사설 보험만 존재한다. 이마저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KIRI보험연구원은 지난 2017년 발표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과제’에서 2017년 3월 기준 전체 반려동물 보험가입 건수는 2천여 건이라 밝혔다. 반려동물의 수가 900만 마리에 육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동물의료계에 표준진료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관련 있다. 보험사는 보험으로 보장할 질환이나 비용을 가늠하기 힘들어 많은 상품을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다.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는 존재다. 하지만 우리의 법은 반려동물을 아직 ‘물건’으로만 취급한다. 변화한 시대에 따라 반려동물을 그 이상의 존재로 대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그림 민예원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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