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활개 치는 성매매, ‘어쩔 수 없다’?

#새벽 1시 신촌동 명물길. 바닥엔 성매매 업소 전단지가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다. ‘다국적 미녀들 무한 초이스’, ‘어느 곳에서나 가능해요’ 등의 문구, 여성의 사진과 함께 전화번호가 기재돼있다. 매일 밤만 되면 모습을 드러내는 성매매업소들은 버젓이 영업 중이다.
 

지난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로 그 안에 감금돼있던 성매매 피해자들이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됐다. 해당 법안은 성매매 알선자 처벌 강화 및 성매매 피해자 보호·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성매매를 접할 수 있는 현실이다. 

 

▶▶우리대학교 앞 신촌 길거리에서는 성매매를 유도하는 전단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적나라한 광고, 인터넷 알선까지
한국은 ‘성매매 천국’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50%에 달하는 남성이 성 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매 주말 신촌 길거리는 선정적인 문구의 성매매 업소 광고로 뒤덮인다. 기자는 직접 성매매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봤다. 성매매 알선자는 “성 구매자가 숙소를 마련하면 ‘출장’을 나간다”며 구체적 금액과 함께 성매매를 제의했다. 성매매에 필요한 절차는 전화 한 통뿐이었다. 

성매매 업소는 오프라인 광고와 더불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지난 5월 22일엔 성매매 업소 2천613곳을 홍보해온 'ㅂ' 불법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 운영진 36명이 검거됐다. 해당 사이트는 회원 수 70만여 명, 성매매 후기 21만 4천여 건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였다. 성매매 피해자 인권 보호 및 성매매 감시 활동을 진행 중인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김민영 소장은 “불법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는 온라인 광고업자, 불법 플랫폼 운영진, 대부업자 등 성매매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모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채팅앱, 과외 중개 사이트 등 각종 중개 플랫폼도 성매매 알선의 장으로 악용된다. 특히 모바일 채팅앱의 경우 청소년 성매매의 창구가 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모바일 채팅앱에서 검거된 성매매 사범은 1만 1천414명이다. 이중 청소년 대상 성매매 사범은 863명에 달한다. 

과외 중개 사이트에서도 성매매 알선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으로 위장해 과외 교사와 만난 뒤 성매매를 알선하는 식이다. 중앙대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과외 중개 사이트 2곳에서 성매매 알선을 겪었다. A씨는 “한 과외 중개 사이트에서 성 구매자가 학생으로 위장해 상담을 의뢰했다”며 “상담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성 구매자가 성매매를 제의하며 성추행을 했다”고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성매매, 현장 잡지 않으면 무효?

 

‘불법’인 성매매가 이토록 만연한 이유는 성매매 입증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정액이 묻은 콘돔, 휴지와 같이 확실한 물증이나 증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성매매 현장을 포착했다 해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성 구매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리도 만무하다.

성매매 알선·광고 행위 역시 입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성매매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면 근거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대생 마사지’, ‘러시아 백마’ 등의 문구가 적힌 길거리 전단지도 성매매 알선·광고의 근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직접 성매매를 언급한 광고라 해도 알선업자를 곧바로 검거할 수 없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성매매 광고에 적힌 연락처로 알선업자를 직접 만나기 어려울뿐더러 알선업자가 다른 종류의 업소를 광고하기 위해 성매매 허위광고를 했다고 잡아뗄 경우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모두가 성매매 업소임을 아는 곳도 검거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성매매 업주 검거를 위한 성매매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피해자와 자발적 성 판매자를 구별하고 있다. 강제적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은 성매매 피해자로 보고, 이들의 처벌을 면해준다. 여기서 성매매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법적으로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성매매 피해자도 처벌된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성매매 피해자는 성매매 사실을 진술하기 꺼린다. 이는 성매매 알선업자와 성 구매자들이 빠져나갈 핑계로 악용된다. 현장 단속에서 검거되지 않는 이상, 성매매가 없었다고 잡아떼면 그만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자발과 비자발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매매 피해자 인권 보호 및 성매매 감시 활동을 진행 중인 서울특별시 다시함께상담센터 김민영 소장은 “피해자 자신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성매매 업소를 대상으로 싸워 이기라는 뜻”이라며 “처벌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성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체계적·지속적 노력 필요한 성매매 수사
실적 안 되니 뒷전으로 밀려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성매매 수사는 활기를 띠는 듯 보였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까지 1만 2천737명이었던 성매매 사범 검거 인원은 꾸준히 늘어 지난 2009년엔 7만 1천953건에 달했다. 급증했던 검거 인원과 달리 구속 인원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2003년 1천218명이었던 구속 인원은 2009년 이후로 300명을 밑돌고 있다. 성매매 사범 검거 대비 구속 인원이 감소하는 것은 구속할 만한 사안이 아닌, 비교적 검거가 쉬운 사건에만 수사가 집중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송봉규 교수는 “성매매는 수사가 어려운 데 비해 검거했을 경우 경찰 내부에서 크게 평가받지 못한다”라며 “경찰 개인은 수사가 어려운 성매매 사건에 매달리기보다 다른 범죄 검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성매매 근절을 위한 체계 마련이 미흡하다. 성매매 관련 업무가 여러 부서에 분산돼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현재 각 지역 경찰서 단위에서는 여전히 성매매 단속과 수사업무가 분리돼있다. 성매매 단속은 생활질서계에서, 수사는 형사과 또는 수사과 등 여러 부서에서 이뤄진다. 청소년 성매매는 여성청소년계에서 담당한다. 성매매 관련 업무가 분산돼 성매매 단속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급증하는 온라인 성매매 알선에 대한 대응체계가 미비하다는 점 또한 문제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수사가 어렵다. 이런 사이트를 폐쇄하기 위해선 운영자 검거 후 외국에 있는 사이트의 서버까지 폐쇄해야 한다. 송 교수는 “단발적인 업소 단속보다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이들의 연결망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경찰과의 공조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에 강력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경찰은 성매매 수사에 쉽사리 많은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 B씨는 “서버 폐쇄를 위해선 많은 수사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폐쇄가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는 동안, 시민 사회 차원에서의 성매매 근절 움직임도 나타난다. ‘ㅂ’ 사이트 고발 역시 다시함께상담센터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공동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성매매 단속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ㅂ’ 사이트는 서버가 폐쇄되지 않아 주소만 바꾼 채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은 자발성 구분 없이 성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다. 성매매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성매매에 대한 함정수사를 합법화해 성매매를 강력히 단속한다.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에게 행해지는 착취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형식적인 성매매 단속으로는 나날이 교묘해져가는 성매매 산업을 뿌리 뽑기 힘들다. 전문 기술을 활용한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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