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은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렸다. 과거 배상판결은 한일청구권협상을 근거로 기각되거나 화해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를 타개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인정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원고 4명 중 3명은 이미 사망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판결 이후 일본정부는 외교적 결례임에도 한국 정부에 대법원 판결의 번복, 판결 이행 부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 관련 일본기업이 보상에 나서지 말도록 종용하면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보상 배상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태도는 모호한 절충을 시도하는 듯하다.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징용 피해자와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별도의 재단 설립해 경제적 지원을 모색하는 복안을 내비치고 있다. 다음 달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 아베 수상과 논의하기 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본 기업의 가압류 강제 집행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10여년간 나름 강제징용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과 배치된다. 지난 2004년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 규명을 위한 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민간에서 추진된 강제 징용 관련 피해조사와 배상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그 결과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 전역과 아시아를 비롯한 타지역  격전지에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됐다는 진상을 밝혔다. 2012년 5월, 피해신고 22만 6천583건 중 일본 기업이나 군에 의해 강제노역을 하게 된 피해는 약 15만 건이다.

최근 일본정부는 강제징용문제를 국제분쟁화하려 한다. 사회 일각에서도 이 방안이 양자 간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합리 및 중립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와 강제 동원 기업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한 진정한 해결은 어렵다. 일본 제국주의 아래에서 국가 차원에서 강제로 이뤄진 노무 동원과 조선인 노무자에 대한 비인간적 만행을 시인하고 반성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양국 간 현안을 회피하지 말고 G20 기간 한·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 그 자리에서 일본 정부에 과거사 청산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강제동원한 일본 기업에도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합당한 배상을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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