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의 버킷리스트에서 ‘해외 봉사 가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 NPO*공동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 해에만 1만 명 이상의 대학생 봉사단이 해외로 파견됐다. 해외 봉사를 자원하는 대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운 한편, 내실 없는 봉사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과 기업
죽이 척척 맞는 해외 봉사

 

방학이 가까워지면 캠퍼스 내에는 정부·NGO·기업체가 주최하는 해외 봉사단 모집 포스터가 가득하다. 해외 봉사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베트남으로 봉사를 다녀온 백승환(정외·14)씨는 “처음에는 스펙 때문에 참여했었다”면서도 “다녀온 이후 인생의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이 주최하는 해외 봉사단은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외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4년 한 대기업의 대학생 해외 봉사단 모집은 6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서울의 한 장애인 복지관은 30여 명의 대학생을 모집했으나 겨우 4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해외 봉사는 해외 활동 경험과 봉사경험을 모두 쌓을 수 있는 좋은 ‘스펙’이다. 게다가 해당 기업에 입사 지원할 때 봉사 경력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항공료를 포함한 봉사 경비 전액을 지원해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백씨는 “모든 비용이 무료라서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봉사는 주최자인 기업에도 이득이다. 기업은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로 홍보해왔다.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는 비용에 비례해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다. 여기엔 「법인세법」 24조 2항, 「조세특례제한법」 73조, 「사회적기업육성법」 16조 등이 적용된다. 해외 봉사를 통해 대학생은 경험과 스펙을 얻고, 기업은 세금감면 혜택과 홍보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무늬만 봉사, 허술한 프로그램들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는 만큼 수많은 해외 봉사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가운데 그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우선 단기간의 봉사가 피상적인 활동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학생 봉사활동 대부분은 2~3주간의 단기 봉사로 진행된다. 장기적인 교류가 확보된 상황에서는 봉사자마다 전공과 자격을 살려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단기 해외 봉사는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활동에 그치기 쉽다. 캄보디아로 봉사를 다녀온 이수민(22)씨는 “2주간의 교육 봉사가 현지의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제협력기구(KOICA) 정은정 과장은 “KOICA는 1년 이상 봉사자를 파견하고, 5가지 중점 분야별 교육으로 봉사자의 전문성을 키운다”며 “충분한 사전 교육이 없는 단기 해외 봉사는 전문성이 모자라기 쉽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 해외 봉사단은 언어 장벽에 부딪힌다. 고려대 사회봉사센터의 201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봉사활동에서 겪은 어려움 중 ‘언어 능력 부족’이 34.9%로 가장 높았다. 해외 봉사단 모집 시 언어 구사 요건은 영어 정도에 국한된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해외봉사의 경우 토익(TOEIC), 토플(TOEFL) 등 공인어학성적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해외 봉사를 떠난 대학생 중 절반은 몽골 및 동남아권에 집중됐다. 대체로 비영어권 국가로 봉사를 가는데, 현지에 통역사가 부족하거나 배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육 봉사를 하러 갔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사실상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캄보디아로 교육 봉사를 다녀온 김모씨는 “통역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원활한 수업 진행에 한계가 있었다”며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정보 전달보다는 재미 위주의 단순한 교육 정도에 그쳤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단편적 프로그램은 변주 없이 매년 되풀이된다. 봉사 프로그램이 기수마다 동일하냐는 질문에 H 기업은 ‘기수별 파견 국가 및 프로그램은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로 봉사를 다녀온 김모씨는 “봉사 기획 단계에서 주최 측은 이전 기수 봉사단이 했던 수업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며 “매번 같은 학교로 봉사단이 파견되는데, 올 때마다 비슷한 수업을 하니까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에서도 매번 지적되는 한계점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실효성 없는 봉사 프로그램 개선을 책임질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해외 봉사단이
정부의 추경 일자리 대책?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해외 봉사를 더욱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4대 분야 중점 추진 과제’를 내놨다. 그중 ‘새로운 취업 기회 창출’ 분야에 선정된 것이 장기 해외 봉사단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해외 봉사가 해외 취업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다. 정부는 개발도상국 장기 봉사단을 약 2천 명 확대하고 취업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외교부는 KOICA에 94억 1천700만 원을 2018년도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해외 봉사단 확대 편성이 어떻게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느냐는 의문이 주를 이룬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해외 봉사는 개발도상국에 가서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일인데 왜 일자리로 포장을 하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해외 봉사단은 안정된 일자리로 보기 어려워 임시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해외 봉사를 자발적으로 떠나는 대학생들은 격려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봉사프로그램들이 양산되면서 엉터리 봉사도 등장했다. 대학생 해외 봉사가 ‘봉사’의 본분을 지키고 있는지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NPO: Non Profit Organization의 약자로, 국가와 시장을 제외한 제3영역의 비영리단체다.

 

 

글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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