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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의회민주주의의 본질과 ‘패스트트랙 정국’의 관전법
  • 김종철 교수
  • 승인 2019.05.20 01:26
  • 호수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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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교수
(우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난 4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패스트트랙 대치정국’은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 개혁안의 안건신속처리제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 4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벌어졌다. 의석배분의 비례성을 일부 강화하는 소위 준연동형 선거제도 도입과 공수처 설치법에 제1야당이 반대하자 여당과 기타야당은 신속처리제 지정으로 대응했다. 이를 제1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면서 사태가 초래했다.

제1야당 측은 정치지형을 바꿀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은 여야합의로 진행되던 민주화 이후 관행을 위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야 4당은 민주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선거제개혁과 검찰개혁을 무한정 지연시킬 수 없어 국회법에 따라 의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양쪽 다 나름의 논거와 약점이 있지만, 헌법 기본정신이나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누가 더 잘못일지 나름의 평가기준은 존재한다. 특히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이 중요한 기준으로 기능할 것이다.

의회민주주의란 국민대표기관인 의회에서 국정과제를 법률로 결정하고 다른 국가권력과 공공단체는 그 법률에 따라 국정과제를 적절히 수행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민주 공화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현대 국가는 의회민주주의를 정치체제 운영의 기본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은 간접민주제라는 데 있다. 민주공화국에서 최고권력을 가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대표로 하여금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회제가 국민주권주의와 부합하는 제도이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토론에서 소수파의 의견 개진이 충분히 보장되는 가운데 다수결에 의해 의정을 처리해야 한다.

대표의 행위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만 주권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선거나 여론을 통해 대표를 평가할 수 있다. 대의제는 합리적 조건 속에서 대표들이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사안의 문제점을 제거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가적 현안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가지고 있다. 무한정 소수파의 의견을 다 수렴해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정한 절차를 거친 후에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또 다른 요건이다.

현행 국회법에서 안건신속처리제 등을 도입한 국회 선진화법은 소수파를 최대한 존중하는 다수결원칙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에 매우 철저한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제도를 어기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압도할 정도의 매우 강력한 공익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안건신속처리제는 안건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기간의 설정에 불과한 중간 절차이므로 이를 물리력으로 저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공익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이번 대치 정국의 관건은 사안인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이 위법적 수단마저도 정당화할 정도의 압도적인 공익적 의미를 가지느냐에 달려있다.

이번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준연동형 선거제는 지역대표성이 과다 반영되고 국민 대표성이 훼손되는 현행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방안이다. 사실 제1야당과 더불어 거대정당인 여당의 의견이 반영되다 보니 국민 대표성의 보완은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한 제한적 효과의 개혁법안이다. 더구나 의회민주주의는 국민 대표성을 반영한 정당한 의회의 구성이 필수조건이라는 점에서 선거제의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다. 따라서 이 법안 자체에 대한 개별적 선호야 있겠지만 민주주의를 극단적으로 후퇴시키는, 결사적으로 저지돼야 할 사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공수처법 또한 시시비비를 따질 여지는 있으나, 검찰개혁 또한 시대적 문제라는 점에서 반개혁적 입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 다수가 이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 누가 더 책임을 져야 할지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의회민주주의의 정신에 입각해 국회가 하루 빨리 민의의 전당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길 기대해 본다.

김종철 교수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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