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울며 겨자 먹기로 마주쳐야 하는 고통, 생리. 아픈 것도 서러운데 가장 안전해야 할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는 충격 그 자체다.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편리함을 위해 생리대를 대신할 생리용품을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생리용품에 도전하기 망설여지는 당신을 위해 『The Y』가 나섰다.

 

<수빈 기자의 탐폰 체험기>


(감염 방지를 위해 취침 중에는 사용을 피하라는 설명에 따라 취침
중에는 부득이하게 일반 부착형 생리대를 사용했습니다.)

1일 차: 겁났다. 생리가 시작됐을 때 ‘이제 피할 수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한 손에는 탐폰, 다른 한 손에는 설명서를 들고 연구를 시작했다. 평소 사용하던 부착형 생리대와는 방식이 달라 어색했다. 처음 시도했을 땐 무언가 몸속을 침범한 것 같았다. 그러나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 순간, 새로운 느낌이 찾아왔다. 무엇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따라 움직이던 생리대의 이물감이 사라지니 편안했다. 처음엔 겁났지만 이렇게 편하다면 체험이 끝나고도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2~3일 차: 양도 많고 통증도 가장 심한 기간이라 걱정이 됐다. 하지만 생리 양이 적어 잘 빠지지 않던 전날과 달리 탐폰을 쉽게 빼낼 수 있었다. 일반 생리대를 착용했을 때보다 생리 중이란 느낌과 찝찝한 기분이 덜했다.

4일 차: 평소 생리 중에는 외출을 삼갔는데, 평소보다 몸이 가벼웠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친구에게 최근 탐폰을 시도했다고 말하자 친구는 “탐폰이 편하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다”면서도 “무언가를 몸에 넣는 게 겁나고 처녀성을 잃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탐폰 삽입과 처녀성이 무관함은 물론이고, 서양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탐폰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삽입하는 형태의 도구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는 것 같다.

5일 차: 양이 적어지며 생리가 끝나가는 기간이다. 평소처럼 새 탐폰으로 교체하려 화장실에 갔는데, 탐폰이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다. 몇 분을 낑낑대다 겨우 새것으로 교체했다. 생리 양이 조금만 줄어도 빼내기 힘들다는 탐폰의 가장 큰 단점을 체감했다. 선천적으로 질의 입구가 좁으면 오히려 잦은 탐폰 사용이 주변 부위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떠올랐다.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생리용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인영 기자의 생리컵 체험기>

 


1일 차: 생리컵이 배송된 날 생리가 찾아와 새벽 두 시에 화장실로 향했다. 생리컵을 사용하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생리컵에 관해 자세히 알아봤다. 생리컵 선배님들은 입을 모아 가장 먼저 소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뜨거운 물에 생리컵을 담가 열소독을 하고 삽입을 시도했다. 삽입에 성공하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 세 시를 훌쩍 넘겼다. 처음 써보는 거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나 싶다. 착용 이후에는 별다른 이물감이 없이 편안히 잠들었다.

2일 차: 아침에 늦잠을 잔 탓에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리컵을 빼야 했다. 생리컵을 빼고 씻는데 필요한 물통과 파우치 등 모든 준비물을 챙겨 나갔다. 그런데 웬걸. 화장실에서 30분간 낑낑거렸지만 안 빠진다. 큰일이다. 잠시 후 다시 화장실에 갔지만, 여전히 빠지지 않았다. 오늘 일정이 다 엉망이 될 것 같아 불안했다. 집에 가서 다시 한 시간을 낑낑거렸지만 빠지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에 산부인과로 갔다. 의사는 “생리컵이 너무 깊이 들어갔으니까 안 빠지지”라며 “이걸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병원비만 1만 원 넘게 들었다. 자궁이 놀랐는지 생리가 안 나온다. 다시 생리컵 넣기가 무서워서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했다. 피부가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산부인과에 다녀온 것이 생각나 곧바로 생리컵을 쓸 수 없었다.

3일 차: 아직 생리컵 착용이 익숙지 않아 아침 시간 40분을 날렸다. 또 생리컵이 안 빠질까 두려워서 빼는 방법을 다시 알아봤다. 다행히 이번에는 쉽게 빠졌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생리컵이 질 내에서 다 펴지지 않은 것 같다. 생리컵이 다 펴지지 않으면 샐 수도 있다. 혹시 몰라 패드를 하나 대고 외출했다. 종일 밖에서 활동적으로 움직여도 생리가 새지 않는 것이 생리컵의 가장 큰 장점이다. 생리대를 차면 양이 많은 날은 자주 새곤 했는데, 이 점은 편한 것 같다. 다만 넣고 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익숙해질 때까지는 화장실 갈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겠다.

4일 차: 사용할 때마다 매번 열소독 할 필요는 없지만, 오늘은 생리컵을 물이 담긴 컵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어 소독했다. 모든 생리컵을 전자레인지로 소독할 수 없으니 전자레인지에 넣어도 안전한지 확인해봐야 한다. 기자가 착용한 M생리컵은 전자레인지 소독이 가능했다. 오늘은 온종일 일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생리컵을 비워야 했는데 무엇보다 생리컵을 씻는 게 걱정됐다. 우선 생리컵을 비우려면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데 화장실에 비누가 없었다. 급히 다른 화장실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집 밖 화장실에서 생리컵을 뺄 때는 눈치가 보인다. 생리컵을 세면대에서 씻기 위해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미션 완수.

5일 차: 별다른 착용감도 없고 6~12시간마다 한 번씩만 비워주면 돼서 정말 편하긴 하다. 다만 넣고 빼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괴롭다. 처음에는 체험 때문에 억지로 사용했다. 이번 생리가 끝나면 다시는 생리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다음 생리가 기다려진다. 열소독해서 보관해놨으니 한 달 뒤에 다시 봅시다.

 

<지현 기자의 면 생리대 체험기>

 


1일 차: 배송된 면 생리대를 볼 때마다 저걸 매일 빨아 써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났다. 텀블러를 매일 씻는 게 귀찮아서 갈증도 참고 사는 나인데.... 귀찮은데 가격도 비싸다. 9장에 7만 원 정도다. 설명서를 보니 가운데 날개 부분을 똑딱단추로 팬티 뒷면에 고정해 써야 했다. 확실히 일회용 생리대보다 감촉이 부드러워서 면 팬티를 입는 것과 비슷하다. 일회용 생리대는 접착제가 팬티에 제대로 붙지 않아 기분 나쁜 적이 많았는데, 그런 불편함도 해결됐다.
다만 약간 무게감이 있다.

2일 차: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에 쓴 면 생리대를 빨았다. 먼저 샤워기로 핏물을 빼고 빨랫비누로 문지른 다음 흐르는 물에 헹궜다. 평소 생리혈이 팬티에 묻었을 때 손빨래하던 방식과 같다. 그런데 팬티를 세탁할 때보다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았다. 같은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했는데도 자국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 포기하고 그냥 말렸다. 생리대를 교체할 때마다 빨았더니 진이 다 빠지는 것 같다. 화장실 바닥은 매번 물난리가 났다.

3일 차: 주말이 끝나고 평일이 찾아왔다. 이제 사용한 생리대를 바로바로 세탁할 수 없다. 체험 시작 전 가장 걱정됐던 지점인데, 우려와 달리 똑딱단추를 이용해 사용한 생리대를 깔끔하게 접을 수 있었다. 일회용 생리대를 쓰던 때보다 냄새도 훨씬 덜 난다. 다만 하루를 마치고 너덜너덜해진 심신으로 손빨래하는 건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혈이 어느 정도 응고돼서 어제보다 얼룩이 더 안 지워진다. 지워지지 않으면 비누칠을 해 놓고 1시간 뒤에 헹구라는 설명서의 조언을 따랐는데도 안 지워진다. 오늘도 포기다.

4~5일 차: 팬티와 감촉이 정말 비슷한 데다 무게감에 익숙해져서 생리 중인지도 까먹는다. 건조가 끝난 생리대는 얼룩이 더 선명해졌다. 얼룩이 심한 것은 다시 빨았는데도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블로그 후기들은 삶거나 표백제를 쓰라고 하는데,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여분의 생리대가 남아 있어서 굳이 시도하지는 않았다.

6일 차: 그동안 빨래하기 귀찮을 거라는 생각에 면 생리대 사용을 꺼렸다. 하지만 체험을 하며 착용감이 거의 없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한 번 구매하면 오랫동안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번 체험이 끝나면 다시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다음 생리 때도 면 생리대를 사용해야겠다. 오히려 일회용 생리대를 다시 사용하는 게 망설여질 정도로, 세탁만 제외하면 완벽한 생리용품이다. 다만 조금의 얼룩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
지 않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영신 공보이사에게 묻다.
Q.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의 건강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생리대가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같은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염을 비롯한 대부분의 여성 질환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 여부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따라서 일회용 생리대가 특정 질환을 유발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Q. 생리용품마다 올바른 사용법이 있다면?
A. 각자 생리 양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사용법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회용 생리대와 면 생리대는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생리 양에 따라 수시로 교체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혈을 받아내는 생리컵 또한 생리 양에 따라 갈아줘야 합니다. 탐폰은 생리 양과 관계없이 반드시 삽입 후 6시간 이내에 빼내야 합니다.

Q. 생리용품별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탐폰은 자신의 몸에 삽입돼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사용감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혈을 흡수한 탐폰은 질 내에서 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탐폰을 빼는 것을 잊어 오랜 시간 착용하면 독성 충격 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질병 발생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탐폰은 운동량이 많거나 레저 활동을 하는 등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길 권합니다. 생리컵 또한 사용 기간이 길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깔때기 모양의 컵을 질 안으로 깊숙이 삽입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써보는 여성들이 시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염증 발생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용 후 소독 과정에서 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 또한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면 생리대는 초기 구매 비용과 번거로운 세탁 과정을 제외한다면 질병의 위험성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일회용 생리대보다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독성 충격 증후군(toxic shock syndrome): 대개 탐폰을 사용하는 월경 중의 여성에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포도상구균의 감염에 의해 생긴다. 갑작스러운 고열, 구토, 설사, 근육통에 이은 저혈압, 심한 경우에는 쇼크를 일으킨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자료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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