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The Y
‘젊음의 거리’ 신촌이 불법 건축물 천지라고?서대문구 건축법 위반 증축 실태를 짚어보다
  • 김현지, 김인영, 윤채원 기자
  • 승인 2019.05.13 01:03
  • 호수 49
  • 댓글 0


신촌러에게 묻는다!

□ 약속장소를 찾는데 통로가 막혀 건물을 빙 돌아간 적이 있다.

□ 인터넷에서 유명한 식당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 신촌 골목을 다니며 사이사이가 비좁고 건물이 빽빽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 건물이 밀집한 골목들이 미관상 좋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다.

□ 골목이 너무 좁아 배달업체 오토바이, 소방차, 구급차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대현동에 위치한 불법 건축물이다. 위 건물은 허가없이 옥상을 개방해 건물을 늘린 사례이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길 권한다. 빽빽하게 들어선 가게는 언제부턴가 신촌의 상징이 됐다. 유독 신촌에 건물이 많이 밀집된 것은 단지 유동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다. 터질 듯한 빌딩 숲속의 중심엔 ‘상가 불법 증축’이라는 문제가 숨 쉬고 있다. 신촌을 비롯한 서대문구 지역은 불법 건축물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The Y』에서는 서대문구의 불법 건축 문제를 알아봤다.


곳곳에 살아 숨쉬는 불법건축물,
어떤 모습으로 숨어있나


불법건축물이란 건축법에 반해 지어진 건축물이다. 불법 증축은 건물주가 임의로 기존 건물을 확장해 임대하거나, 기존 공간을 불법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간 확장을 통한 불법 증축의 대표적 예시는 ‘필로티* 주차장’ 확장이다. 필로티 주차장은 주택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건물 소유주는 필로티 주차장 일부를 판넬로 막아 공간을 확보한다. 확보된 공간은 사무실, 주거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는 「건축법」 제108조에 위반된다. 서대문구에서는 몇몇 빌라 소유주가 필로티 주차장을 확장해 사무실로 사용하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옥상을 상업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명 ‘루프탑’형 건물도 대부분 불법이다. 술집이나 칵테일 바가 많은 연세로 일대에는 루프탑형 건물이 많다. 현행법상 모든 건물은 제한된 용적률**에 의거해 준공된다. 용적률은 토지의 면적이 변하지 않는 한 고정돼 있다. 옥상은 거주나 영업 목적이 아닐 경우 건축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옥탑에 천정이 있는 건축물이 설치되면 건물의 건축 면적은 늘어난다. 그렇기에 옥상에 루프탑을 개설하는 행위는 준공 당시 허용받은 용적률을 변화시키며, 현행법상 불법이다. 신촌기차역 앞에 위치한 대현동 고시원 건물이 그 예시다. 해당 건물은 상층을 고시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붕부에 거주 공간을 증축해 임대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내 불법 증축 2위.
‘불법‘이 성행하는 ’불변‘의 원인은?


서대문구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창천·대현동의 불법 증축 벌금 납부 건수는 300건을 웃돌았다. 대학가의 특성상, 서대문구는 원룸이나 임대형 건물이 많다. 그렇기에 임대 수익을 늘리고자 하는 임대업자가 불법적으로 건물을 증축하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이태원 선임위원은 “주로 본인이 주거하는 건물보다는 세를 주는 임대형 건물 등에서 불법 증축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불법건축물이 오래도록 방치된 원인은 ▲까다로운 철거 절차 ▲낮은 이행 강제금 등이다. 지자체는 운영 중인 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철거령을 내리려면 행정 소송이 필요하다. 소송은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진행된다. 해당 기간 동안은 불법 건축물에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불법 건축물 소유주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이윤을 얻는다.

벌금이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서대문구청 이상호 주무관은 “시정명령으로 단속을 하고 있고,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건축법」 제80조에 따르면, 불법 건축물 건축주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에 위반 면적을 곱한 금액’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부과할 수 있다. 즉 40평짜리 건물에 5평을 불법 증축했다면 위반 면적인 5평의 시가표준액을 반영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그러나 시가표준액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 이행강제금은 강제력 없는 규제 수단으로 전락했다. 시가표준액은 일반적인 부동산 시세보다 30% 낮게 책정되고 매년 4월과 9월에 공시한다. 이런 시가표준액은 수시로 변동하는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시가표준액을 근거로 한 이행강제금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건물주는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계속 취한다.

이런 사례는 특히 임대형 건물에서 두드러진다.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오래 운영한 김진정(53)씨는 “주차 공간의 월세가 100만 원이라고 하면 1년 수익은 1천2백만 원”이라며 “그에 비해 이행 강제금은 1년에 3~400만 원이기 때문에 벌금을 감수하더라도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판치는 ‘불법’ 증축으로
‘불편’한 서대문 사람들


불법 건축물은 ▲화재 위험 증가 ▲통행권 침해 등의 피해를 양산한다.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불법 건축물의 재료와 건물 구조 때문이다. 불법적으로 확장한 공간은 대부분 샌드위치 판넬****을 사용한다. 이는 화재에 취약하지만 시멘트나 콘크리트보다 싸다는 이유로 사용된다. 화재안전연구소 이태원 소장은 “불법 건축물에 쓰이는 재료는 대부분 화재에 약해 불이 쉽게 퍼진다”며 “싼 재료를 이용한 불법 건축물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불법 건축물의 구조는 화재 예방과 대처를 방해한다. 불법으로 증축된 공간은 스프링클러나 사다리 등의 안전시설이 없다. 그렇기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거주자가 대피하기 어렵다. 서대문소방서 박성규 화재조사관은 “불법 건물은 화재를 예방하는 전기나 설비가 없다”며 “불법적인 건물 추가 증축으로 비상구나 피난로가 막히면 인명피해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불법 건축물은 통행권을 침해한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오송주(22)씨는“최근에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서 통행로를 가로막는다”며 “원하는 식당을 찾아가는 길을 건물이 막아선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한 “공간을 확장한 점포로 거리가 어수선해진 것은 물론이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불법 증축은 응급 상황에서 소방차나 구급차의 통행도 방해한다. 지난 2018년, 연희동에서는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한 주택이 소방도로를 점유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건물은 불법 건축물로 분류돼 2006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청이 함부로 철거할 법적 근거가 없었고, 해당 주택은 아직도 소방도로를 점유하고 있다. 박성규 화재조사관은 “소방차가 신고를 받고 진압을 하기까지 ‘골든타임’이 있는데, 불법 주정차나 건물, 혹은 골목이 협소해서 못 들어가면 출전이 지연돼 화재가 확산될 위험이 크다”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는 기사의 사례보다 훨씬 많은 불법건축물이 존재한다. 이는 공공연힌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모른 체한다. 이는 임대업과 요식업이 주를 이루는 서대문구의 경제 구조가 불법 건축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더욱 철저한 단속과 지자체 차원의 경제 구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로티: 건물을 지상으로부터 분리해 만들어지는 공간.
**용적률: 건축물 총면적/ 대지면적
***시가표준액: 부동산에 관하여 취득세, 재산세, 등록세 등의 지방세를 책정하기 위해 정부에서 기준으로 설정한 금액
****샌드위치 판넬: 스티로폼과 같은 재료를 샌드위치 모양으로 접착한 합판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김현지, 김인영, 윤채원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hellodlsdud@gmail.com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삼애캠 주택단지 개발 계획 둘러싸고 잡음 일어
[신촌·국제보도]
삼애캠 주택단지 개발 계획 둘러싸고 잡음 일어
[신촌·국제보도]
매번 바뀌는 총장선출 제도
[신촌·국제보도]
학내 민주주의의 꽃, 총장직선제?
[신촌·국제보도]
134주년에 다시 만난 연세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