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촉진과 기술 이전 모두 효과 없는 상황

4차 산업 혁명으로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청년 기술자를 육성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지난 2018년에 시작된 ‘청년 TLO 육성제도’(아래 청년 TLO)는 해당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청년 TLO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진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우리대학교는 산학협력단 산하에 청년 TLO를 운영하고 있다. 취업과 기술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일거양득 노리는 정부,
취업 알선과 기술 이전을 한 번에


TLO는 기술이전조직(Technology Licensing Organization)의 약자로, 대학에서 개발한 이공계 신기술을 산업 분야에 전수한다. 보통 각 대학 산학협력단 산하에 구성돼 이공계 교수 연구실과 협업한다. 인문·사회과학계열은 산업화 가능한 기술이 적어 TLO를 꾸리지 않는다.

청년 TLO는 기술 이전과 더불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8년 청년 TLO 지원자 대상 설명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청년 TLO의 핵심 목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 ▲대학 보유 기술의 산업 진출 활성화다. 청년 TLO에 참여하는 4천여 명의 청년은 6개월간 고용 인구로 분류된다. 산업체는 청년 TLO 인원을 고용함으로써 대학의 이공계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성과일자리정책과 장대현 사무관은 “청년 TLO는 대학의 우수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한다”며 “그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청년 TLO 시행 대상은 67개 대학의 미취업 이공계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 약 4천 명이다. 우리대학교 역시 100명 남짓한 규모로 청년 TLO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 TLO 선정자들은 기술 산업화 방식, 특허 마케팅 등 기술 이전에 필요한 실무를 익힌다. 취업을 위한 구직 세미나, 네트워크 활동 등도 수행한다. 정부는 이들에게 약 180만 원가량의 월급을 지급한다. 청년 TLO를 통해 취·창업에 성공한 이들은 ‘청년내일채움공제’나 ‘기술혁신형 청년창업지원’ 등 후속 지원 혜택도 받는다. 일례로, 청년 TLO 활동 이후 창업에 성공한다면 최대 1억 원을 오픈바우처 형태로 지원받을 수 있다.

취업에만 방점 찍힌 청년 TLO
기술 이전 지원은?


일석이조를 노린다는 정부의 공언에도, 청년 TLO가 청년 취업 활성화에 치중해 기술 이전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개월에 불과한 청년 TLO 활동 기간은 기술 이전을 완료하기엔 현저히 짧다. 활동 기회 역시 한 번으로 제한된다. 그마저 온전히 기술 이전 교육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대구시 소재 대학 연구소의 청년 TLO 담당 A씨는 “6개월 활동으로는 기술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며 “학생들을 기술 연구에 직접 참여시키긴 힘들어 보통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각자 취업 준비를 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지원은 인건비에만 한정된다. 청년 TLO 예산의 95%는 월급 및 강사 고용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기술 이전에 필요한 부가 비용은 대부분 산학협력단이 자체적으로 감당한다. 프로그램 개발, 기술 교육을 위해선 산학협력단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우리대학교 산학협력단 인사운영팀 강의철 직원은 “정부 지원이 인건비 제공에 그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방치한 기술 이전 책임은 각 대학 산학협력단에 오롯이 전가된다. 산학협력 이슈만을 다루는 「산학뉴스」는 TLO에 대한 이해 없이 청년 취업에만 혈안이 된 정부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강 직원은 “현재 정부가 기술 이전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9년 정부 예산 운용 계획에 따라 청년 TLO는 올해까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
 

취업 효과마저 미진한 현실
꼼꼼한 정책 설계 필요해

 

정부는 청년 TLO의 효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장 사무관은 “작년 하반기 추경 이후 시작한 정책이라 초기 홍보나 설명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점차 각 대학 산학협력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은 정부의 청사진과 사뭇 다르다. 주력했던 청년 취업 활성화부터 부진하다. 지난 2018년 2월부터 진행된 1기 청년 TLO 선정자의 취·창업률은 25%에 불과했다. 민간 기업체 인턴십 프로그램의 채용 전환 비율인 70%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실제로 인터넷 취업 정보 커뮤니티에는 ‘청년 TLO만으로 취업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년 TLO에 대한 대학들의 지원 자체도 미진하다. 지난 4월 30일 발족한 2기 청년 TLO 모집 초기에는, 목표했던 67개 대학의 70%만이 지원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산학협력단 소속 B 직원은 “산학협력단의 기존 사업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지원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정부가 당장의 고용 지표 개선에만 관심을 둔 채 장기적인 취업 지원 제도는 마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청년 TLO 대상자는 6개월간 고용 인력으로 분류될 뿐, 이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네트워크 문유진 대표는 “지금 청년들에게는 단편적인 일자리 제공이 아닌 고용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기술 고도화에 발맞춘 다양하고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안정적인 구직 활동 보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TLO가 핵심 목표를 하나로 압축하고, 이에 근거해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 직원은 “청년 취업이 힘든 현실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취업 알선에 무게를 두고 기술 실용화 교육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산학협력단이 기술 이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장 사무관은 “청년 TLO는 취업이나 기술 이전을 향한 디딤돌일 뿐”이라며 “청년 취업이나 기술 이전만을 독립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지원 사업들은 따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 문제는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산이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그 산을 넘으며 지도를 그리겠다는 것과 같다. ‘빠르고 쉽게, 동시에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현 일자리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꼼꼼하게 설계된 청년 정책이 요구된다.

 

 

*산학뉴스는 지난 2018년 6월 8일 발행한 ‘청년 TLO 육성 사업이 잘못된 5가지 이유’ 기사에서 ▲사업 관리 조직 할당 예산 전무 ▲사업 수행 주체 설정 문제 ▲산학협력단 TLO 상황 고려 미비 ▲감액된 예산 대비 무리한 목표 설정 ▲공청회 없는 일방적 사업 시행 등을 청년 TLO의 문제로 꼽았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자료사진 <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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