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이라는 개념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사랑스럽기만 한’ 존재로 여겨지는 동물도 인간처럼 권리를 가질까. 동물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하는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의 윤나리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물해방물결 윤나리 공동대표



Q. 동물이 ‘해방’돼야 한다는 접근이 독특하다. 우리나라의 주류적 동물 운동과 어떤 점이 다른가?
A. 우리나라에는 동물 애호에 기초한 동물 운동이 많다. 반면 동물 권리에 대한 논의는 적었다. ‘해방’이라는 말은 권리를 가진 존재가 부당한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이 처음 설립될 때만 해도 동물해방을 기치로 내건 단체가 없었다. 최근 들어서 동물권과 관련된 논의가 조금씩 활발해지는 것 같다. 동물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을 억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

 

Q. 동물을 억압·착취하는 구조는 어디서 기인하나?
A. 현대사회에서 동물 억압을 고착화시킨 것은 자본주의다. 분업에 기초한 자본주의에서 소비자는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동물은 갖은 방법으로 착취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동물 생산업자, 판매업자 같은 특정 업계 종사자에게 맡겨져 소비자로부터 감춰진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는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소였다. 하지만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은 이 사실을 자신의 식사와 연관 짓기 힘들다. 비인도적인 사육과 도축 과정은 감춰지고 식품으로서의 가치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회가 동물을 곧 고기가 될 재화로만 여기기에 동물을 억압하는 구조는 계속해서 굳어진다.
동물 차별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동물도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동물은 인간이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정책적으로는 동물 생산 및 판매가 금지돼야 하고, 인간의 식품 생산을 위해 동물을 집단 사육 및 도살하는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들을 좁은 공간에 가두는 동물전시업도 사라져야 한다.

 

Q. 최근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절대적인 수는 여전히 적지만, 과거에 비해 동물권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물권에 관한 인식도 점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동물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젊은 층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미래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은 국민의 인식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동물 관련 산업 종사자만이 동물을 억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국가의 묵인이 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때문에 ‘동물해방물결’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국가에 전달하려 노력한다.

 

Q. 성차별, 인종차별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다른 집단과 연대 가능성에 긍정적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A. 차별을 철폐하려는 단체는 궁극적으로 정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동물해방물결’도 마찬가지다. 동물과 인간은 분절된 존재가 아니다. 둘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는 얼마든지 인간에게도 차별과 억압을 휘두를 수 있다. 동물 해방은 인간 차별을 없애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성차별, 인종차별과 같이 억압을 경험한 다른 집단들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적 구조를 없애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가 있기에 언제든지 소통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성차별 관련 논쟁이 많았기에 성차별이 옳지 못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종차별*도 성차별처럼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동물권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차별의 경중을 따지는 일이 아니라 차별을 야기하는 구조를 인식하고 그것을 끊어내려 노력하는 일이다.

 

*종차별: 종(種)이 다르다는 이유로 행하는 차별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사진 최능모 기자 
phil4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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