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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잠뎐] 4월 빨잠뎐
  • 김현지, 박수민 기자
  • 승인 2019.04.01 02:46
  • 호수 48
  • 댓글 0

신촌 연세로 중앙에는 빨간데 목이 굽어 그 모양이 마치 빨간 샤워기 같기도 하고, 빨간 지팡이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그 쓰임이 뭔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 모여 서로를 기다리고 함께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때 신촌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빨간 잠수경이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빨간 잠망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잠수경이었다. 마침 빨간 잠수경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스럽게 재미나기로, 『The Y』 취재단이 이를 새겨듣고 기록하였다.

#언어장벽을 극복한 우정, 조은하(25)씨, 저스틴(26)씨

“신촌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요, 새해엔 좀 건강하게 먹으려 했는데….”

Q. 신촌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조: 저는 이화여대 학생이고 이 친구는 프랑스에서 왔는데, 한국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점심 먹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려고 신촌에 나왔어요.

Q. 두 분께선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조: 이 친구가 3년 전에 이화여대에 교환학생으로 왔었는데 그때 친해졌어요. 이 친구랑 태권도 동아리를 같이 했거든요. 저스틴이 태권도 참 잘해요(웃음). 저도 프랑스 여행을 종종 다녀서 프랑스에 관심이 많았고, 이 친구는 한국 문화를 참 좋아했거든요. 전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저스틴도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좋은 친구가 됐죠.

Q. 흔히들 케이팝으로 한국 문화에 입문하곤 하는데, 혹시 케이팝 좋아하세요?

저: 생각보단 케이팝엔 전혀 관심이 없어요. 드라마도 잘 모르고, 음악도 안 들어요. 오히려 한국의 고대 궁전이나 사찰에 반했어요. 한국에 왔을 때 문화유산이 정말 아름다워서 놀랐죠. 게다가 사람들도 친절하고 치안도 좋아서 맘에 들었어요. 그렇게 교환 생활이 끝나고 1년 안에 다시 돌아오리라 결심했고, 인턴십에 합격해서 응암동에 살고 있어요. 아! 그리고 전 한국 음식 진짜 사랑해요. 특히 한국 치킨이랑 삼겹살, 짜장면은 진짜 최고.

Q. 두 분 올해 목표나 계획이 있으셨나요?

저: 저는 항상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게 목표였어요. 올해도 마찬가지였죠. 근데 매번 결심해도 많이 먹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운동을 하겠다고 학교 헬스장도 다시 가봤는데, 학부생이 아니라서 태권도도 못하고 헬스장도 못 쓴다네요.

조: 저는 4학년인 만큼 유종의 미를 위해 학점을 좀 올리고 싶어요. 근데 생각대로 될 진 모르겠어요(웃음). 그래서 그냥 틈틈이 여행 다니면서 20대를 즐기려고요.

Q. 두 분께 신촌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저: 어... 음식! 이화여대에 다닐 때 신촌에서 맛있는 걸 먹었던 기억밖에 없어서 그런가. 신촌을 떠올리면 맛있는 음식만 생각나네요. 건강하게 먹어야 되는데(웃음).

#내 목소리가 하은이에게 닿기를, 김하영(26)

“하은이를 위해 신촌 한복판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희의 따뜻한 기부 콘서트, 응원해주세요!”

Q. 신촌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은이를 돕고자 신촌에 왔습니다. 하은이는 태어나자마자 뇌수막염과 호흡곤란으로 수술을 받은 아이예요. 하은이 어머니가 생계비와 병원비를 모두 벌기 벅차다는 걸 알고는 모금에 나섰지요. 저희는 ‘굿피플’과 ‘청년나눔’의 협업 행사 팀인데, 문자 기부를 부탁하고 그 대가로 심리테스트나 캐리커처, 버스킹 공연을 제공하고 있어요.

Q. 일종의 기부 콘서트군요. 아까는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놀랐어요. 원래 음악을 전공하셨나요?

전공생은 아닌데, 뮤지컬 배우를 했었어요. 예전에는 극장 무대에 섰었지만 지금은 뮤지컬 버스킹 팀을 꾸려서 여기저기 다니는 중이에요. 재능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를 따스하게 만드는 건 참 좋은 일이잖아요.

Q.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계신 거 같아요. 2019년이 된지 벌써 세 달이 흘렀는데, 올해 세운 목표나 계획은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새해 목표는 다이어트였어요. 사실 기부 콘서트를 시작하고 나서야 실천 중인 거 같아요(웃음). 맨날 먹기만 하다가 열심히 연습하고 돌아다니다 보니까 살이 빠지네요. 3월이 돼서야 비로소 새해 목표에 다가가고 있나 봐요.

Q. 마지막으로 하영씨에게 신촌은 어떤 곳인가요?

콘서트 장소로 신촌을 선택한 이유가 있죠. 한마디로 청년들과 젊은이들의 메카인 것 같아요. 단연 젊음의 중심부, 우리 또래 사람들이 가장 활기차게 움직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철용(가명, 76)씨

“학생들, 여기서 가까운 영화관 좀 알려줄 수 있나? 너무 무료해서 말이야.”

Q. 신촌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나는 대구에서 올라왔어. 아들이랑 같이 있으려고. 아들이 목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는데 심심한지 자기 아버지를 친구처럼 오라 가라 한다. 병실에서 할 것도 없고 무료해서 영화나 보러 가려던 참이야.

Q. 그럼 신촌에는 처음 오신 건가요?

아니지. 난 신촌이랑 인연이 깊어. 학생들은 태어나기 전이라 잘 모르겠지만, 1970년에 신촌 와우아파트가 무너졌어.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그 아파트에 살았지. 내가 미싱사를 했었는데, 대구로 발령이 나서 내려가게 된 거야. 근데 나이를 먹고 고향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그때 대구로 내려간 게 많이 후회되더라.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야.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살 돈으로 대구에서 아파트를 열 채 살 수 있더라고. 서울이 참 무서운 동네지. 근데 대구에서 나고 자란 우리 삼 남매가 고맙게도 다 공부를 잘했어. 그래서 지금 병원에 있는 큰아들은 연대 법대 다니고 딸 둘도 서울에서 직장을 얻다 보니 신촌에 다시 오게 되더라고. 사람 삶이란 게 참 신기해.

Q. 서울의 여러 곳 중에서도 특히 신촌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그치. 난 정말 옛 세대지만 아직도 신촌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우리한테 신촌은 멋쟁이들만의 거리였어. 홍대는 명함도 못 내밀었지. 우리끼리 농담으로 “안암 애들은 돈 생기면 막걸리만 먹는데 신촌 애들은 돈 생기면 구두 닦는다”고 말하기도 했다니까. 몇십 년이 지났어도 신촌은 여전히 내게 멋쟁이들만의 도시야.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김현지, 박수민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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