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정부는 연탄 가격을 인상했다. 이는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계획의 결과다. 이에 534.25원이었던 연탄 공장도 가격*은 639원으로 올랐다. 연탄 소비자 가격은 장당 800원에서 1천 원 사이다. 연탄을 주 난방원으로 사용하는 13만 가구의 80%는 소외계층 및 기초생활수급자로 이들은 기본적인 난방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가구의 과반수가 연탄을 사용하는 백사마을의 겨울은 유난히도 길었다. 기자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원구로 향했다.

▶▶경사가 가파른 고지대의 주민들에게 배달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연탄재와 함께 타버린
백사마을 주민들의 마음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에 위치한 백사마을은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달동네’다. 지난 1967년, 정부는 도심개발을 이유로 용산과 청계천 판자촌 거주민들을 이곳으로 이주시켰다. 주어진 거라곤 천막이 전부였던 이들은 연탄을 때며 겨울을 지새웠다.

버스 정류장 종점에 위치한 백사마을은 반대편 아파트 단지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마을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판잣집들과 연탄재로 가득했다. 기자는 52년째 백사마을에 거주 중인 A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A씨는 한 장에 1천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연탄보일러를 꺼놓은 상태였다. A씨가 사용하고 있는 연탄보일러에는 연탄 8장이 들어간다. 하루를 따뜻하게 나려면 두 번을 갈아 총 16장을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아껴 써도 최소 12장이 필요하다. A씨는 “옛날 연탄은 하루 24시간동안 지속됐지만 요즘 연탄은 12시간도 가지 못해서 자주 갈아줘야 한다”고 한탄했다. 쉽게 꺼져버리는 연탄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평균 12장에서 16장을 사용해야만 했다.

백사마을 주민들이 하루에 지출하는 연탄값은 1만 2천 원에서 1만 6천 원 정도다. 연탄을 주로 사용하는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의 평균 수입은 30만 원 가량이다. 그들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탄 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만난 A씨도 5년째 마땅한 수입이 없는 상태였다. 인상된 연탄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A씨는 연탄보일러 대신 난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A씨는 “난로 사용 시 온기가 덜해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발이 시리다”고 토로했다.

백사마을의 지형적 특성 또한 마을 사람들에게 부담을 더한다. 백사마을은 저지대와 고지대로 나뉜다. 저지대인 마을 입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800원에 연탄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고지대 주민들은 배달료가 붙은 1천 원을 연탄값으로 지불해야 한다. 언덕의 경사가 가팔라 직접 연탄을 운반하는 것도 어렵다. 고지대에 사는 A씨는 “아랫마을에서 800원에 연탄을 받을 때 우리는 200원을 더 지불해야 배달이 온다”고 말했다. 한겨울에 연탄공급이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A씨의 집까지 올라가는 언덕은 경사가 굉장히 가팔랐다. 걷는 내내 발목이 꺾일 정도였다. A씨는 “겨울에는 길이 자주 얼어버린다”고 전했다. A씨가 5년째 집에서 쉬는 이유도 언덕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탓이었다. 가파른 경사로가 얼어버릴 경우 차는 뒤로 미끄러진다. 사고가 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길이 얼면 연탄 배달은 중단된다. A씨는 “한겨울에 연탄 공급이 중단될 경우 추위에 떠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백사마을은 여전히 연탄보일러로 겨울을 난다.


턱없는 지원에 주민들은 숨이 ‘턱’


연탄 구매 비용은 연탄 사용 가구의 한 달 생활비에 가깝다. 국가에서는 연탄쿠폰**과 에너지 바우처로 연탄사용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복지재단 차원에서는 연탄 기부로 이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책들은 백사마을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우선, 연탄쿠폰은 마을 주민들에게 난방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40만 6천 원의 연탄쿠폰으로 살 수 있는 연탄은 400장 정도다. 이는 백사마을 주민의 한 달 연탄 사용량에 가깝다. 연탄쿠폰금액 산정 시 고려되는 2005년도 연간 연탄 사용량 또한 실제 사용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사용량을 12장으로 가정했을 때, 한 달 사용량은 360장이다. 비교적 따뜻한 9월과 5월을 제하고 계산해도 연 사용량은 2천 장을 훌쩍 넘는다. A씨는 “백사마을이 다른 어느 동네보다도 춥기 때문에 여름을 제외한 모든 시기에 연탄을 때야 한다”고 전했다.

연탄쿠폰은 특정 가구에만 지급된다는 문제도 있다. 백사마을 한 슈퍼 앞에서 만난 B씨는 연탄보일러가 아닌 연탄난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연탄이 많이 필요한 연탄 보일러가 부담스러워 설치조차 하지 못했다. B씨는 연탄난로만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연탄쿠폰을 못 받았다. 연탄쿠폰은 연탄보일러를 주로 사용하는 가구에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손효정 행정사무관은 “연탄난로를 사용하는 가구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은 없는 상태”라며 “대신 기름보일러 설치에 있어 지원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름보일러는 이들에게 더욱 거리가 먼 얘기다.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B씨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려면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기름보일러를 쓸 수가 없다”고 전했다.

복지재단 차원의 연탄 기부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 사회복지재단인 연탄은행에서 백사마을에 공급하는 연탄은 사용량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다. A씨는 “연탄은행에서 나오는 연탄은 많아야 200장이라 짧게는 보름 길어야 한 달 치다”라고 말했다. 연탄쿠폰과 마찬가지로 백사마을의 겨울을 책임지기에는 터무니없는 숫자다.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는 “최근 경기침체와 연탄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기부나 후원이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3월임에도 불구하고 백사마을 꼭대기에는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백사마을은 고지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이르면 9월부터, 늦으면 5월까지도 연탄을 땐다. A씨는 “그러나 연탄은행은 11월부터 3월까지만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상황에 따라 9월 중순부터 공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연탄은행의 지원이 실상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겨울철에 경사로가 얼면 주민들은 연탄을 공급받을 방법이 없다. 주민들은 이에 대비해 연탄을 비축해두고자 연탄은행에 추가 공급을 요청한다. 하지만 연탄은행은 이에 응하지 않는다. A씨는 “연탄이 필요할 때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미리 연탄을 저장한다”며 “이를 두고 연탄은행에서는 왜 연탄이 있으면서도 달라고 하냐며 공급을 거절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다른 세상의 얘기일 수 있다. 연탄값 몇백 원 오른 게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백사마을에서는 연탄 한 장이 주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금값이 돼 버린 연탄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은 말한다. 추위를 연탄이 아닌 악으로 버티고 있다고.

 

 

*공장도 가격: 제조회사가 도매업자에게 거래한 가격.
**연탄쿠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탄을 지원하는 제도. 현재 연탄고시가격에서 2006년도 고시가격을 뺀 차액에 894장(2005년도 가구 당 연간연탄사용량)을 곱한 가격으로 금액이 산정됨. 지난 2018년 11월 연탄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기존 31만 3천 원에서 40만 6천 원으로 인상됨.

 

글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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