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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인화 기기를 둘러싼 신촌 사람들의 ‘말 말 말’
  • 박지현, 김인영, 민수빈, 하광민 기자
  • 승인 2019.03.04 00:49
  • 호수 47
  • 댓글 0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선정한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언택트(un-tact) 서비스. 판매 직원이 아닌 기계를 통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받는 서비스다. 특히나 언택트 서비스의 선두주자 키오스크(무인화기기)는 주문 시간 단축과 인건비 절감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감소와 디지털 소외의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The Y』에서는 키오스크를 마주한 신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게 점주: 실보다 득이 많은 것은 사실

그 필요성을 느껴 키오스크를 도입한 주체인 만큼, 만족도는 높았다. 이들은 대표적 장점인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 제고 이외에도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을 키오스크의 장점으로 꼽았다.

1. 신촌 ‘유채우 요리사랑’을 운영하는 노유섭(57)씨 (별도 카운터 無)

“학생들은 백이면 백 키오스크를 사용해요. 키오스크가 불편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나가실 때 직접 결제해드리고 있습니다. 단점은 손님 대부분이 카드를 쓰신다는 점이에요. 카드를 사용하면 세금이 더 많이 부과되거든요. 또 키오스크를 활용하면 월 매출만 알 수 있고 언제 어떤 메뉴를 얼마나 팔았는지는 알기 힘들어요. 그래도 키오스크 덕분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서 좋아요. 최저임금 상승이 부담돼 키오스크를 들였는데, 사람을 쓰는 것보다 훨씬 이점이 많습니다. 2년간 월 15만 원씩만 내면 되거든요. 게다가 세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할 수 있게 됐어요. 키오스크를 둔 지 20개월 정도 지났는데 고장도 잘 안 나요.”

2. 신촌 ‘미분당’을 운영하는 박현석(31)씨 (별도 카운터 無)

“키오스크를 둔 지 5년 가까이 됐을 거예요. 매장이 좁아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매장 밖에 한 대를 비치했어요. 메뉴를 골라서 결제를 하면 식권이 나오는데, 식권을 받으러 나가야 하는 인력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지는 않았어요. 쓰기 힘들어하시는 분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힘들어하시는 분도 설명 한 번 해드리면 다 편하게 쓰세요.”

3. 이화여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 (별도 카운터 有)

“키오스크를 사용한 지는 1년 정도 됐어요. 원래는 카운터에서만 주문을 받다가 손님이 너무 많아 키오스크 2대를 들였어요. 만족하는 편이에요. 회전율도 빠르고 인건비도 줄고. 특히 저희 매장이 좁은 편인데 카운터와 아르바이트생 1명이 차지하는 공간보다 키오스크가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서 더 좋아요. 이용이 불편한 분들은 카운터에 직접 오셔서 주문하면 되니까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생 : 빠르고 정확한 친구 vs 일감을 오히려 더 늘림

키오스크에 대한 아르바이트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키오스크를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손님들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키오스크를 이용한 업무 처리가 때때로는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1. 신촌 치킨집에서 근무했던 현승재(23)씨

“결제 내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는 수월한 것 같아요. 다만 사용법을 모르는 어르신들께 추가로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조금 귀찮기도 해요. 키오스크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아직 꽤 있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 신촌 PC방에서 근무했던 김민석(22)씨

“손님들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직접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 편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도 있어요. 직접 대화를 통해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손님들이 어떤 주문을 하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화면을 주시하고 있어야 해요.”

# 청년·비장애인 이용자: 편리함과 어색함, 그 사이 어딘가

청년·비장애인 고객들의 생각은 점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의 예상과 달랐다. 물리적인 편의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면 주문 자체가 불가능한 일부 매장, 주문 전에 제품에 관해 질문할 기회가 줄었다는 점 등에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1. 신촌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황은하(48)씨

”하루는 패스트푸드점에 갔는데, 하필이면 현금만 챙겨왔어요. 근데 그날따라 지폐가 투입구에 잘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카운터 앞에서 직원이 주문을 받길 기다렸죠. 그런데 직원들은 음식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더군요. 한참을 기다리다 직원에게 주문을 받아달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키오스크를 가리키며 ‘주문은 저기에서 하세요’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더군요. 무슨 사정인지는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로요. 얼떨떨했죠. 기분도 상했고요. 키오스크가 고객의 편리함을 위해 도입됐다는 것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을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2. 연세대 재학생 이영진(21)씨

“가장 큰 문제는 노인과 장애인분들이 키오스크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 아닐까요. 원래는 자주 갔던 패스트푸드점도 이제는 거의 못 가신다고 들었거든요. 물론 저는 키오스크를 쓰면 메뉴를 고민할 때 부담이 적어서 좋기도 해요. 하지만 메뉴를 정하기 힘들 때 기계 앞에서 고민하느라 오히려 더 오래 걸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잘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기도 힘들고. 예를 들어 서브웨이가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다면 정말 절망적일 것 같아요. 이러한 예시들이 바로 키오스크가 모든 요구를 만족하지 못한다는 반증이지 않을까요? 아직은 전반적으로 단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3. 이화여대 재학생 윤혜원(21)씨

“저는 신촌 박스퀘어에서 키오스크를 주로 이용했어요. 사실 시험 기간이나 급할 때처럼 기다리기 힘들 때는 키오스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할 때도 있긴 해요. 그런데 옵션을 하나하나 다 선택해야 하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더라고요. 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주문 중간에 직원에게 다시 가서 물어봐야 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키오스크가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해요.”

# 노인·장애인 이용자 : 쓰고 싶기는 한데, 아직은 잘

키오스크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키오스크 앞에서 노인과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청년과 비장애인의 그것과는 달랐다.

1. 신촌 패스트푸드점에 방문한 B씨 (70대)

“기계는 안 쓰지. 커피랑 음식 주문할 때 기계를 써 본 적이 없어. 그냥 점원한테 가서 기다려. 기계가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쓰러 가는 것 자체가 망설여져. 점원이 있는데 굳이 기계를 왜 써. 점원 없이 기계만 있었던 적이 아직 없었어.”

2. 신촌 타코 가게에 방문한 김모씨 (60대)

“미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돼서 키오스크가 불편해. 미국에는 키오스크가 없거든. 가게에 들어가면 점원에게 바로 가는 편이야. 키오스크가 낯설기도 하고. 점원이 편한데 굳이 키오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3. 신촌 음식점에 방문한 김모씨 (60대)

“나는 키오스크 쓰기는 해. 음식 이름이 영어로 돼있긴 하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고. 글자가 작긴 하지만 그림이 같이 나오니까 괜찮아. 그런데 오늘은 카드를 안 가져왔어. 키오스크는 현금으로 결제가 안 돼서 점원에게 주문해야 해. 현금을 더 애용하는데 키오스크도 현금 결제가 됐으면 좋겠어. 오늘같이 카드가 없는 날에는 기기를 이용하지 못해 아쉬워.”

4.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방문한 고모씨(23)

“카운터 줄이 길어서 기다리기가 어렵다 보니 키오스크로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카드 투입구가 손에 닿지 않을 때가 있어요. 지폐 투입구도 마찬가지고. 점원을 만나지 않는 것은 편하지만 이럴 때는 오히려 키오스크가 더 불편합니다. 대형마트와 일반 음식점도 비슷해요. 전반적으로 기계들은 서 있는 사람의 신장을 위주로 설계돼있습니다. 이는 앉아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터치 방식에서 누르는 버튼으로 바뀐다거나 기계의 높이 조절이 가능해지는 등의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키오스크는 신촌 지역의 점주들에게 매장 공간 확보, 인건비 절감, 업무의 편리함 등 많은 이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몇몇 이들의 목소리는 다수의 편리함을 위해 배제됐다. 편리와 소외라는 장단점을 지닌 양날의 검 무인화 기기. 그 맹점을 조속히 보완해 신촌 어디에서든, 누구든 체감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이 되길 바란다.

*바로잡습니다: 본문 중 양은서(20)씨 인터뷰 내용이 기사 주제와 관련이 없기에 이를 삭제합니다. 사실관계에 혼선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박지현, 김인영, 민수빈, 하광민 기자  pjh876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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