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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일주일 체험기
  • 김인영 기자, 민수빈 기자
  • 승인 2019.03.04 00:34
  • 호수 47
  • 댓글 0

38만 톤. 우리가 1년 동안 버리는 일회용품 쓰레기의 양이다. 이 때문에 1년 동안 5,000억 원이 넘는 자원이 소비되고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필환경 시대*가 된 지금, 많은 카페와 마켓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TheY』도 일회용품을 일상에서 잠시 배제해봤다. 이번 체험에서는 기준의 명확성을 위해 일회용품을 ‘두 번 이상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물품’으로 정의했다.

<첫째 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이 내 삶과 동행했는지 곱씹으며 일회용품 없는 한 주를 시작했다. 오후에는 동료 기자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가게 안에는 포장 비닐부터 꼬치까지, 일회용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결국 떡볶이 2인분은 온통 동료 기자의 입으로 들어갔다.

취재를 마친 후 화장실에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습관이 참 무섭다. 손을 씻은 뒤 아무 생각 없이 페이퍼 타월에 손을 뻗은 것. 결국 물기가 흥건한 손이 마르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손수건을 챙길 생각을 못 했다니. 내가 무의식중에 참 많은 휴지를 썼겠구나 싶었다.

<둘째 날>

나는 평소에 이동하며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다. 잠이 많은 탓에 외출 준비만 하기에도 아침 시간은 모자라기 때문이다. 오늘도 간단히 아침을 먹기 위해 빵집에 들렀다. 그런데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일회용품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빵을 감싸고 있는 비닐봉지부터 쟁반 위에 까는 유산지까지. 그 길로 조용히 빵집을 나왔다. 다행히 오늘은 텀블러를 챙겼다. 학교 근처 카페에 들러 라떼를 주문했다. 그런데 300원 할인을 해 준단다. 처음 받아보는 혜택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셋째 날>

유난히 바쁜 날이었다. 저녁 시간 앞뒤로도 일정이 빠듯해 간단히 요기라도 할 겸 편의점을 찾았다. 그런데 맙소사. 일회용품 전시관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한 번 의식하며 물건을 사기 시작하니 ‘정말 일회용품 없이는 밖에서 살 수 있는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남은 나흘 동안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도시락을 싸야 하는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만약 이번 주에 불쑥 생리가 찾아왔다면 나는 면 생리대를 쓸 수 있었을까.

<넷째 날>

여느 때처럼 분주하게 오전을 보냈더니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다들 무엇을 시켜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부럽다. 나에게는 고민할 기회조차도 없었기 때문. 동료 기자 몇몇과 함께 일회용품 걱정이 없는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굶을 수는 없으니까.

이후에는 학수고대하던 방송국 견학을 갔다. 그러나 언제 어디에서 일회용품이 나를 노릴지 모른다. 마치 일회용품 탐지기가 된 기분이다. 함께 간 기자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됐다. ‘식당에서는 일회용품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행복한 한 끼를 즐길 수 있겠지’라며 안심하려던 순간, 내 앞에 포장된 물티슈가 눈에 들어왔다. 또 일회용품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다섯째 날>

평상시 서랍에 과자를 쟁여놓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 주는 절대 금지다. 과자도 일회용 비닐에 싸여있으니 말이다. 같은 부서 기자가 책상에 둔 과자를 왜 먹지 않는지 물어본다. 일회용품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에 기자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과자를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 뿐. 심지어 오늘은 텀블러를 챙기는 것도 잊었다. 매일 텀블러를 씻는 게 이렇게 귀찮을 줄이야. 테이크아웃 잔에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편리했는지를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여섯째 날>

일정에 없던 엠티를 급하게 가게 됐다.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역시나였다. 펜션에 들어서자마자 동료 기자들이 일회용 잔을 건넸다. 하지만 이렇게 닷새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순 없었다. 다행히 펜션에 물컵과 쇠젓가락이 구비돼있었다. 내심 뿌듯한 마음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날>

일주일 동안 의식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이고자 애를 썼지만, 무의식중에 일회용품을 선택할 뻔한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입에 늘 물고 다니던 빨대가 없는 일주일은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음료를 마실 수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약간의 불편이 있었던, 그러나 감내할 수는 있었던 일주일이었다.

<(사)자원순환사회연대 나해란 연구원에게 물어보다>

질문 1.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답: 일회용품을 만들기 위해선 석유와 나무 등의 자원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천연자원을 무분별하게 소비하며 만들어진 일회용품은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회용 빨대가 코에 박혀 죽는 거북이, 비닐을 먹고 죽는 바닷새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상위 포식자의 편의를 위해 하위 먹이사슬이 무참히 희생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일회용품의 피해가 비단 동물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회용품을 소각할 때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립된 일회용품은 오랫동안 썩지 않고 남아 토양의 수명을 단축합니다.

질문 2. 일회용품 없이 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일회용품은 어떤 수준까지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답: 일회용품은 공기나 물처럼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닙니다. 더욱 빠르고 편리한 삶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일 뿐입니다. 의식적으로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만이 변화의 답이라 생각합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선택하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불가피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철저하게 분리배출을 해야 합니다.

*필환경시대: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소개된, 친환경 소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를 의미한다.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김인영 기자, 민수빈 기자  hellodlsdud@gmail.com, soob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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