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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말로 '오래간' 커플들의 진짜 이야기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9.03.04 00:55
  • 호수 47
  • 댓글 0

얘도 질리고, 쟤도 질리고…. 한여름밤 폭죽 같은 인스턴트 연애에 지친 사람들 모두 모여라. 오래 만나는 커플들을 보며 한 번 즈음은 ‘쟤네는 대체 언제 깨지지?’ 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비결이 대체 뭔지, 『The Y』 에서 대신 알아봤다. 오래 사귄 이들만의 럽스타그램, 지금 당장 염탐해보자.

@medical_couple

우리는 같은 병원에서 일했었어. 그게 벌써 11년 전이라니, 나이 다 들통나겠다(웃음). 난 병원 식당에서 일을 했고, 남자친구는 사무실에서 일했지. 처음에 그 사람은 신입인 내가 어리버리할 때 몰래 이것저것 알려주고 챙겨주던 좋은 사람, 딱 그 정도였지. 솔직히 첫인상은 바보 같았어. 주변 사람들 챙기기에만 바쁘고, 입에 풀칠한 거 마냥 말은 없으니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말이 없는 그 잔잔한 매력 덕분에 11년이란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엉뚱하게도 처음으로 반한 건 식사자리에서였어. 다들 떠드느라 바쁠 때 사람들 숟가락을 하나하나 다 닦아서 놓던 그 모습에 ‘이 사람이다’ 싶었달까.

막상 만나보니 그 사람은 생각보다 맞지 않는 것 투성이였어. 한식만 좋아하는 나와 달리 해산물을 즐겨 먹는 그 사람과의 데이트는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지. 데이트도 매일 경치보기, 드라이브 이런 것만 하다 보니 집순이인 난 좀 적응하기 힘들었어. 그런데 알게 모르게 점점 집에서 하는 데이트가 늘더라. 이것도 그 사람의 말 없는 배려였을 거야. 그래서일까 성향이 완전히 반대임에도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 비결은 무심함인 것 같아. 우리는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해. “나는 너한테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안 해?” 이런 마인드는 금물이야. 또 요즘은 애고 어른이고 인간관계를 수단적으로 생각하게 되잖아. 연인을 내 외로움을 채워주는 사람, 성적인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으로 생각한다든지. 근데 우리는 서로를 계산도 집착도 없이 그냥 ‘옆에 있는 사람’으로 여겼거든. 친구인 듯 연인인 듯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해. 처음부터 평생 갈 부부처럼 저건 왜 그래, 이건 왜 그래 하면 금방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지론이야.

@bigjean_1411

우린 새내기 때 음악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어. 처음에는 친한 동기였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점점 호감이 생기더라. 인간관계가 많이 겹치는 탓에, 오빠가 고백하려 할 때 사귀기 망설여져서 자꾸만 말을 돌리려 했던 기억이 나(웃음). 그렇게나 풋풋했던 새내기 커플이 벌써 4년 3개월 차 장수 커플이 됐네.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야. 고무신 생활을 하면서 펑펑 울기도 하고 취직 때문에 여유가 없을 땐 서로의 감정을 살피지 못하기도 했어. 무엇보다 둘 다 자기주장이 강해서 사소한 대화에서 감정이 상한 적이 많았어.

그래도 관계를 오래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들이 몇 개 있어. 첫째는 대화야. 싸우고 나서도 입을 닫고 있지 않고 금세 대화로 감정을 풀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는 걸 둘 다 아니까. 그리고 둘째는 존중인데, 서로를 당연히 여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고맙다, 미안하다 등의 표현이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더라. 마지막으론, 오빠 덕분이야(웃음). 나를 위해 많은 부분을 항상 배려해주거든. 사귀는 기간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 그냥 그런 생각할 시간에 후회 없이 상대방을 사랑해주라고 말하고 싶어. 그러다 보면 사귀는 기간은 어느 샌가부터 중요하지 않아지거든.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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