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빵집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 잡은 빵. 카페 좀 다닌다 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집어봤을 빵. 바로 앙버터다. 자꾸만 입에 맴도는 귀여운 이름은 팥 앙금의 ‘앙’과 ‘버터’의 합성어다. 일본에서 건너와 국내 카페의 테이블을 점령해버린 빵집의 인기 만점 귀염둥이. 『The Y』는 신촌과 연희동에 있는 앙버터를 찾아 나섰다.

 

1. 로덴드론 (앙버터 토스트, 4000원)

외관에서부터 연희동 특유의 정갈함이 풍겨온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흰색 이층집은 자연스레 향긋한 커피와 빵을 그리게 만든다. 투박하지만 구석구석 세심히 꾸며진 내부도 사뭇 매력적이다. 기자들은 볕이 잘 드는 2층에 자리를 잡고 앙버터 토스트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스트가 나왔지만 플레이팅이 다소 아쉬웠다. 긁힌 자국이 많은 스테인리스 접시에 토스트 4쪽만 달랑 담겨 나왔기 때문. 자고로 디저트는 눈으로 먼저 먹는 음식이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예쁜 접시가 간절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토스트를 베어 물자마자 플레이팅에 관한 투정은 쏙 들어갔다. ‘겉바속촉’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토스트 빵과 앙금, 버터의 궁합은 편안하고 달짝지근했다. 겉보기에 앙금이 다소 적어보였으나 향이 풍부한 버터와 잘 어우러졌다. 앙버터 입문자에게 이보다 만족스러운 시도는 없을 것이라 장담한 곳.

총평: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평범한 비주얼. 그러나 이를 용서할 수 있는, 본연에 충실해 더 매력적인 앙버터 입문서.

 

2. 고르드 (앙버터 대왕 마카롱, 3500원)

초록창에 ‘신촌 앙버터’를 검색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카페는 단연 고르드다. 고르드의 빵 중에서도 ‘앙버터 대왕 마카롱’은 SNS에서 놀라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왕 마카롱은 하루에 300개씩만 한정판매 중이니 마카롱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길 추천한다. 기자들은 다소 늦은 시간에 찾아갔지만 운 좋게 남은 마카롱을 살 수 있었다. 계산대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카롱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인기를 실감했다. 그러나 옛말은 정말 틀린 점이 없다. 소문난 잔칫집엔 먹을 것 없다더니. 마카롱 꼬끄의 바닐라와 아몬드 향이 입 안을 온통 지배해 버렸다. 그렇다고 마카롱에서만 느낄 수 있는 꼬끄의 쫄깃함이 살아 있다 하기도 어렵다. 대형 마트의 기획 세일 바닐라 마카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기자들은 마카롱을 분해해 재료들을 하나씩 먹어 보기로 했다. 팥 앙금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버터에서는 이렇다 할 맛이 나지 않았다. 풍미는 둘째 치고 유제품이라면 으레 맡을 수 있는 고소한 냄새조차 없었다. 과연 이것을 앙버터라 부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총평: 아무래도 고르드가 ‘앙버터 명가’로 유명해진 것은 이 대왕마카롱 때문은 아닌 듯하다. 호기심을 억누르고 다른 것을 고르길.

 

3. 피터팬 1978 (앙버터 바게트, 3천 500원)

1층에는 다양한 시식코너, 그리고 2층에는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접시가 마련되어있는 매력적인 베이커리 피터팬. 이곳에서는 앙버터 샌드위치와 앙버터 바게트를 만나볼 수 있다. 기자들은 앙버터 바게트를 골라 2층으로 올라갔다. 앙버터를 한 입 베어 물으니 “와, 입천장 너무 아픈데?”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바게트가 딱딱해서 입천장과 입 근육이 아팠다. 구내염에 걸렸거나 입이 작다면 고통 그 자체일 테니 꼭 피하자. 그러나 다시 집어먹을 만큼 중독성이 있었고, 빵은 딱딱함을 감내할 만큼 바삭하고 고소했다. 다른 가게들과 비교해봤을 때 팥 앙금과 버터를 아끼지 않는 점 또한 피터팬의 매력이다. 약 7:3 정도 되는 팥과 버터의 비율에 버터 맛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팥 못지않게 버터 맛도 풍부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 먹다보니 팥빵인가 싶기도 했다. 특히 바게트의 끝부분은 붕어빵 꼬리 부분의 맛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풍부한 재료와 바삭하고 고소한 빵의 조화는 다시 생각날 법하다.

총평: 진하디 진한 앙버터의 정석. 다만 팥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과 입이 많이 아프다는 점은 주의할 것.

 

4. 여심 (앙버터 치아바타 4천 500원)

가파른 언덕을 지나 도착한 이곳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작은 베이커리다.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오픈키친이 딸린 이곳은 주문과 동시에 치아바타를 썰어서 바로 만들어준다. 만들어진 앙버터는 빵이 두꺼워 입이 작은 사람은 먹기 힘들 듯했다.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치아바타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팥소의 단 맛이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팥의 맛이 너무 달고 진하기 때문일까, 버터 맛이 조금도 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팥과 버터의 비율이 1:1이었으나 먹어보면 정말 ‘팥 바게트’ 같다. 과도하게 단 팥 앙금을 버터가 중화해줬다면 더 담백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팥의 단맛 때문인지 먹고 나니 이상하게도 시큼한 맛이 입에 감돌았다.

총평: 쫄깃쫄깃한 치아바타와 부드러운 앙금이 조화로우나, 빵이 많이 두껍고 팥이 많이 달다.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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